굴지의 삼성전자 CEO가 10살배기 신생 금융기관 CEO를 만나려 애쓰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믿기지 않는 상황이지만 현실이다.
삼성전자 주우식 부사장은 최근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미래에셋 박 현주 회장에게 약속을 신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뿐 아니다. 국내 재계의 CEO급을 포함한 임원들 상당수가 박 회장을 포함해 미래에셋 인사를 만나려고 줄을 서 있다고 하면 과장일까.
이같은 신종 트렌드는 국내 펀드의 대형화가 주된 요인이다. 유가 증권시장 상장기업 5곳 중 1곳을 국내 운용사가 지분 5%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30개 운용사의 일개 펀드가 상장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한 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펀드만도 11개다.
이 중심에 미래에셋이 있다.
10월말 현재 미래에셋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모두 31개사. 대우차판매, 동아제약, 동양제철화학, 제일모직, 한진해운, 호텔신라, 효성, LG상사, LS전선 등 9개사는 최대주주로 올라서 있다.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LG, 삼성물산, 신세계 등 시총 상위 기업 지분도 5% 넘게 보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굴지의 대기업도 이제는 자산운용사들의 눈치를 안볼 수가 없게 됐다.
삼성과 미래에셋, 양측의 셈법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며 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임에도 미래에셋의 무관심(?)으로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상황이 더 급하게 됐다.
삼성그룹으로선 미래에셋의 삼성계열사에 대한 지분확대 또한 큰 부담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모회사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쟁사 삼성증권의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미래에셋이 보유한 삼성증권 보유지분은 10.43%로 삼성증권의 단일최대 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11.38%)에 육박해 있다.
미래에셋은 삼성물산 지분율도 8.58%까지 끌어올렸고, 제일모직 과 호텔신라에 대해서도 10%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경 영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비중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삼성과 미래에셋 양측의 셈법이 각각 분명해 보인다는 관측이다.
증권가의 한 소식통은 "미래에셋의 증시 파워가 사실상 최고에 달하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측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삼성 계열사에 대한 미래에셋 펀드 지분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한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께로 예상되는 삼성 계열사 경영권 승계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이 미미해 미래에셋펀드의 영향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도 무게가 실리는 부분.
미래에셋 입장도 굳이 피할 상황이 아니다.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던 중국관련주의 가격부담이 한계치에 달한 상황에서 오랜기간 바닥을 기어온 삼성전자 등 대형 IT주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 또 시중자금의 블랙홀로 알려진 미래에셋펀드 또한 국내 펀드 자금을 싹쓸이하고 있어 시총규모가 상당한 대형 IT주를 좌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삼성전자의 러브콜을 가능한 한 최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와함께 금일 오전 주식시장에선 미래에셋의 삼성전자 8000억원 자금집행설이 확산되면서 증권가가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 가능성만 제기되던 것에서 한 발 나가 구체적인 자금규모까지 언급된 내용의 루머가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확산됐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사실 확인은 현재로서 불가하지만 미래에셋과 삼성전자의 상징적인 의미만으로도 시장영향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연유로 시장에선 삼성그룹과 미래에셋 CEO들의 만남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