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해외 시장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내년이면 그가 그룹총수 자리에 오른 지 10주년이 된다. 고 최종현 회장이 정유와 정보통신이라는 내수시장을 토대로 그룹성장을 꾀했던 만큼 그로서는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자체가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알리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올해도 최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는 남달랐다.
◆'글로벌 SK'를 향한 끝없는 도전
최 회장은 지난 2월 미국의 정계, 재계 인사와의 면담과 SK의 현지 사업장 방문, 3월에는 대통령의 중동 순방 동행, 5일간의 짧은 일정 속에서 사우디 U-City 건설과 쿠웨이트 원유 집하시설 신설공사 등 SK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에는 최 회장은 비행시간만 20시간이 걸리는 지구의 반대편 끝인 페루로 날아가 다시 헬기를 타고 페루의 카미시아 유전 시추 현장을 둘러봤다.
최 회장의 글로벌 경영에 대한 관심은 사업 영역의 확장뿐 아니라 글로벌 지식 경영에까지 이어진다. 최 회장은 올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서부터 3월의 ABC 포럼, 4월의 보아오 포럼, 5월의 상하이 포럼에 이르기까지 4차례의 국제포럼에 참석했다. 최 회장이 국제 교류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세계적인 석학들과 다양한 인맥을 구축함은 물론 국제적 식견을 쌓고 다양한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렇듯 최 회장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 여 차례에 걸쳐 해외 각지를 직접 발로 뛰며 글로벌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 달 중 일주일 이상을 해외 현장에서 보낸 셈이다. 최 회장의 글로벌 경영에 대한 의지는 2005년 총14회 39박 40일, 작년 총 17회에 67박 85일의 해외 출장으로도 대변된다.
지난해에도 최 회장은 쿠웨이트, 스위스를 시작으로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미국, 영국 등을 돌며 약 3개월가량을 해외 글로벌 현장의 최전방에서 글로벌 경영을 발로 뛰는 강행군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결국 최 회장이 노력은 그룹 전체의 해외수출로 연결돼 지난해 매출 24조6000억원 중 50%를 해외 수출부문에서 달성했다.
◆SK계열사 글로벌 체제로 전환
"마인드만 가지고는 어렵다.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SK그룹의 올해 글로벌 전략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최 회장은 "올해부터 글로벌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제도, 프로세스, 문화, 사람 등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의 이같은 주문에 따라 올초부터 SK그룹은 모든 조직을 글로벌체제로 바꿨다.
SK그룹은 각 계열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수출주도형 글로벌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 보다 1조원 증가한 7조원으로 늘렸다. 이는 SK그룹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지난 2003년 SK그룹의 총 투자 규모가 3조500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 해 투자 규모는 불과 4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 SK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SK의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해외법인 'SKI(SK International)'을 신설하고 사업부문 내에 하위조직으로 존재하던 중국본부도 CEO 직속으로 별도 독립시키는 등 글로벌 사업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최 회장의 글로벌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와 SK의 글로벌 영토에 대한 도전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잘 나타나 있다.
최 회장은 "글로벌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며 "도전과 성장을 통한 진화의 기회를 마련해 설사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묻기 보단 그 성과를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SK그룹의 두 성장축인 에너지, 정보통신 사업이 각국의 보호주의적인 기간사업의 성격 때문에 관계사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 수립과 구성원들의 역량이 위축되지 말고 SK식 도전과 효율성으로 글로벌 SK로 나갈 것을 당부 한 것이다.
최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글로벌리티(Globality)'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경기 용인 SK아카데미에서 최 회장과 임원들이 가진 대화의 시간.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최 회장은 "자신이 속한 계열사가 국내에서 매년 10%씩 10년 동안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임원은 손을 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100여명의 임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손을 들지 못했다. 최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글로벌리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SK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 글로벌리티를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글로벌리티를 높이지 못하면 SK는 낙오될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 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 회장이 '글로벌리티'라는 용어는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해 10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다.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는 글로벌리티를 경영화두로 던졌다. '글로벌리티'는 세계화·글로벌화의 정도 또는 글로벌 능력의 뜻을 지닌 신조어다. 최 회장의 최근 언급에서 글로벌리티 개념을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글로벌리티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우선 중국을 선택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적 발전은 우리에게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가 세계 2대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 생존과 성장의 동력을 찾는다면 오히려 중국은 기회의 나라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을 선점하기 위해 최 회장은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전략을 제시한다.
차이나인사이더란 중국 내에서 중국 리더 기업들이나 글로벌 메이저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SK가 외국기업 중 하나로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기업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든다는 뜻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SK에너지, SK케미칼, SKC, SK인천정유 등 SK그룹의 4개 제조회사는 지난 한해 동안 15조149억 원을 수출해 전체 매출(29조8723억 원) 대비 수출 비중이 50.26%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이 처음으로 내수를 앞선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내 제조회사들은 갈수록 수출심화형 기업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10년 전인 1997년 이들 제조회사의 전체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30.82%에 불과했으나 2004년 47.25%, 2005년 48.86%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 처음으로 절반을 넘기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