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측은 이날 글로벌 CMS(자금종합관리서비스) 제휴를 맺은 중국 공상은행과 함께 중국진출 기업들을 상대로 한 세미나를 열기에 앞서 전날부터 "11시에 강정원 행장이 참석하신다"는 소식을 전략적으로 흘렸다.
평소 같으면 이런 행사는 현장취재가 도저히 불가능할 만한 시점에 보도자료를 던져 준 뒤 오후에 사진을 재배포하고 말았을 텐데 은행장 참여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니 "뭔가 있나 보다"하고 오해를 살 법 했다.
"단순한 내부행사인데 크게 미리 알릴 사안이 아니다"라며 굳이 현장취재를 하려고 하냐고 말리곤 했던 그간의 숱한 행사와 견주어 비중이 크거나 확 끌리는 새로운 내용이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기자들 속상한 이야기 같은데 소상히 적은 것은 다 까닭이 있다. 이번 행보에 현 국민은행 경영권 승계 문제가 매우 적나라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29일 김 수석부행장은 외국인투자기업 설명회 일정 도중에 지주회사 전환 방침을 갑자기(?) 터뜨렸다.
은행측은 당시 현장에 없어서 이른바 '물을 먹은' 기자들도 있고 금융산업에 미칠 파장이 역시 크기 때문에 강 행장의 입에 기대려는 심리가 팽배해 있을 때를 마치 노린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대한 강행장의 추가 언급이 없다보니 비슷한 시기에 열린 노조의 기자회견에 대한 취재 분산의도가 깔려 있었을 거란 추측이 어렵지 않다.
30일 오전 10시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직원 72%가 강행장 연임에 반대하고 있고 경영실적도 건전성을 빼면 다른 경쟁은행에 뒤지는 결과 일색이어서 연임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작금은 여러 언론매체에서 '위기의 1등' '리딩뱅크의 꿈은 어디에?' 등의 표현을 쓰며 그간의 경영성과에 대해 비판적 분석을 하고 있는 무렵이다.
이 와중에 내부 구성원 가운데 큰 축을 이루는 노조가 이같이 생생한 의견을 내놓으니 충분히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은행측은 의도했건 않았건 노조 발표에 쏠릴 관심 분산에 집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지주회사 추진방침을 돌출 공개한 직후 추가 설명이 나올 법한 개연성을 풍긴 다음 기자들더러 '먹을 게 없는 소문난 잔치'를 겪게 했다.
결코 성숙한 수준의 플레이가 아니다. 나아가 하필이면 이때에 지주회사 추진 방침이 맞물리면서 앞으로의 추이를 각하게 주시하도록 이끌고 있다.
국민은행에선 전임 김정태 행장의 연임 여부가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지주사 전환 전망이 고개를 든 바 있다. 당시 김 행장은 경영실적 악화에다 국민카드 합병 과정에서 회계기준을 위반하는 바람에 연임 여부가 극도로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연임 시도는 계속됐고 금융계 일각에서는 "일단 연임 쪽으로 진행한 후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장기집권 체제를 굳히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기도 했다.
지주사 체제가 뿌리깊은 나무가 되기도 전에 이같은 논의가 일어서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강정원행장 연임은 대세론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노조 이낙원 공동위원장은 "물러나야 할 경영진이 지주회사 전환 논의를 꺼낸 것은 말이 안된다"고 열을 올린다.
이 위원장은 "사외이사 외의 모든 접근을 차단하고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스톡옵션을 주고받는 동시에 임원 임기를 연장하고 연임 제한을 철폐하며 강행장 인의 연임 전략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조 주장과 별개로 지주회사 전환 방침이 제시되자 금융계에선 "강정원 행장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는 반응이다.
지주사 방침을 내놓으면 대업을 차질 없이 이어 가기 위해선 지주사 전환 때까지 만이라도 경영현안의 연속성을 잇는 편이 낫다는 우호논리가 자연발생적으로 싹 트기 마련이고 이는 시장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사회가 지주회사 전환 방침을 곧 결정할 예정이라고 김기홍 수석부행장은 밝혔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사외이사들이 뭉친다면 집행부를 겸하는 등기 이사들을 압도할 수 있는 구조다. 이들 사외이사들은 지금 전원이 행장추천위원회 멤버다.
결국 사외이사들은 강정원 행장 연임 논의와 지주사 전환 논의 모두 결정권을 쥐고 있다.
이 또한 결과적으로 행장 연임과 지주사 전환은 패키지로 엮인 것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