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번 금융 위기가 곧잘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붕괴로 이어진 위기 사태와 비교되곤 하지만, 사실 그 때와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보편적인 인식으로 판단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전했다.
(이 기사는 13일 오전 10시 정각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주말 부시 행정부는 시장이 '백기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패니매(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의 모기지 인수한도 증액에 반대했다.
부시대통령이나 폴슨 재무장관 모두 경제 펀더멘털이 건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뢰를 강화시키는 정도의 대응에 그치고 있다. 재무부는 금융기관과의 접촉 라인을 열어두는 정도로, 증권규제당국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기업들의 건전성을 재확인하는 정도다.
대신 이번 사태에는 연준(Federal Reserve)이 유럽중앙은행(ECB) 등과 함께 강력하고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2001년 911테러사태 이후 최대의 유동성 개입을 단행한 것이다.
재무부와의 협력없이, 그리고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권발행 없이 연준이 단독으로 모기지담보 유동화 증권 문제를 제어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뉴욕 연준은 "조작을 쉽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딜러들로 하여금 일련의 모기지담보증권 목록에 대한 자금조달을 쉽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연준의 그 다음 단계 대응은 아마도 자금을 좀 더 저렴하게 조달하고 신용을 더 확장시킬 수 있게 하는 버냉키 사단의 금리인하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심각하게 전개될 경우 연준은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다음 번 FOMC가 예정된 9월 18일 이전에 긴급회의를 소집해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 반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태가 빠르게 진화된다면 연준은 긴급회의를 소집하지 않음은 물론, 9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기존 5.25%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지적했다.
◆ 1998년과 차별성: 대형 금융기관들, 되려 돈 벌 궁리
이번 위기 사태는 1998년과 비교되고 있다. 1997년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세계경제는 문제 없다'던 인식이 1998년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과 함께 확 바뀐 경험을 지금 전문가들은 다시 한번 떠올리고 있다.
당시 연준을 이끌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의장은 9월 초 "미국은 더이상 커다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세계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번영의 오아시스로 남을 수는 없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몇 주 이후 LTCM이 붕괴되고 상당수 금융시장의 작동이 거의 중단 지경에 이르자 연준은 9월 말부터 11월 중순 사이 세 차례 25bp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리고 미국은 경기 침체를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이 1998년 정도로 좋지 않은 것인지 여부는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WSJ는 1998년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로부터 "당시에는 대형 기관들이 정말로 공포에 휩싸여 떨고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수 기관들이 이 상황을 이용해 어떻게 돈을 벌어볼까 궁리 중이어서 다소 상황 자체가 다른 듯 하다"는 의견을 전해왔다고 소개했다.
지금이 1998년 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최소한 한 가지 수치 상의 지표는 존재한다. 과거에는 가장 쉽게 거래되고 안전한 증권에 대한 수요가 워낙 크다 보니 가장 거래가 활발한 재무증권과 그렇지 못한 재무증권 사이의 장단기 스프레드가 20bp 이상 크게 벌어졌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스프레드가 2bp 정도 벌어지는데 그치고 있다.
비교 자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지금 시장이 경험하고 있는 최대의 스트레스는 1998년 때보다는 그 중요성이 떨어지는 서브 시장이다. 과거의 위기는 월가나 규제당국 그 누구에게도 견디기 힘든 것이었고 위험이 어떤 것인지도 분명했다.
지금 가장 큰 두려움은 대형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증권의 디폴트 리스크를 파생상품을 통해 분산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알고보니 자신들이 돈을 계속 대는지 여부가 생존의 갈림길이 되는 헤지펀드들로부터 보험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데서 발생하고 있다.
결국 자신이 인지하지 못했고 또 공개하지 않은 방식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식으로 시장이 꼬여있다는 것이다. 일부 레버리지가 큰 금융시장의 플레이어가 포지션을 모두 청산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런 사태의 또다른 이례적인 특징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시장에서 출발한 문제가 유럽에서 가장 극명한 문제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있다. 이번 유동성 위기에 대한 개입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가장 큰 총대를 매야했다.
◆ 美당국, 시장의 신뢰와 투자심리 제어에 주력할 듯
오늘날 위기는 모기지 등 담보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게 된 시장의 상황과 복잡화된 유가증권의 가치를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컴퓨터모형이 문제가 되면서 자금을 가진 주체들이 더 많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강한 대출 기준을 적용하고 있거나 여유자금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당국의 목표는 금융자산 가격의 급락 방지가 아니라 시장이 얼어붙어 건전한 대출주체까지 신용경색에 직면하지 않도록 신뢰가 추락하지 않도록 방지하는데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WSJ는 지적했다.
연준을 제외한 다른 당국자들은 가급적이면 공공 및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 지금은 상황이 패닉 상태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주는 듯 하다.
지금 부시 대통령은 예정된 휴가를 즐기고 있고 증권거래위원회(SEC) 회장도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폴슨 재무장관은 지난 주 수요일 두 차례 TV인터뷰 이후 얼굴도 내밀지 않고 있다.
시장의 상황이 악화되자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취임 이후 구성한 재무부, 연준 그리고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 구성된 부시 대통령 직속 금융시장실무그룹이 대응 계획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제시한 6가지 붕괴 시나리오는 "전반적인 리스크 보유성향의 후퇴", 에서 "주식시장 붕괴 및 오일쇼크 등을 수반하는 유동성 위기"까지 일련의 스펙트럼을 포괄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그룹은 매일 한 차례 이상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다.
이번 사태는 연준이 불과 일주일 전에 금리를 동결하면서 정책성향을 인플레 리스크, 즉 긴축방향으로 고수한 이후 전개된 것이라 급격한 기조의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 이후 시장의 여건이 매우 긴축적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응하지 않는 것은 좀 더 긴축적인 여건을 도모하는 셈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지금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당국이 경제보다는 금융시장에 더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한편, 다른 관계자들은 경제적인 여건도 금리인하를 정당화할 수 있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보는 중이다.
한편 일부 분석가들은 버냉키가 시장의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금리인하는 주저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으며, 연준의 고위 관계자들 또한 연준이 사실 그런 식으로 대처할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연준은 지난 1994년 채권시장의 타격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계속 인상했으며, 2000년 초반 주식시장의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호하지 않았던 전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