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하나의 작은 동심원에 불과해 보였던 수산주의 상승파동은 오양수산 김성수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퍼져나갔다. 뉴스핌에 포착된 수산주의 급등흐름의 주된 배경은 결국 오양수산 김성수 회장의 병세 악화에 따른 업계의 판도변화 가능성이었음이 의문의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뉴스핌은 또 지난 4일에는 오양수산 창업자 일가의 주식이 사조산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예견하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뉴스핌은 이 날 기사에서 "오양수산은 김성수 회장의 별세로, 부자간 지분다툼을 벌인 바 있는 장남 김명환 부회장 측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계약이 차질없이 이행될 경우, 사조산업 측은 오양수산의 주식 약 133만 주를 확보(약 46%)하게 돼 무난히 경영권을 인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짧은 기사였지만 부모 자식간, 형제간 재산다툼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하고, 결국 수산가공업계의 일대 지각 변동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뉴스핌의 분석이 적중한 것이다.
국내 수산가공업계는 동원산업, 사조산업 등 메이저급과 오양수산, 대림수산, 한성기업, 신라수산 등 중견업체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최근 수산업계의 이슈는 사조산업의 인수합병을 통한 식품시장 강화 및 다각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조산업은 신동방을 인수해 사조O&F로 탈바꿈하고, 최근에는 국내 수산업계의 '원조'격인 60년 전통의 대림수산도 인수한 바 있다. 만약 사조산업이 대림수산에 이어 오양수산까지 인수하게 되면, 원양수산 분야에서는 선두주자인 동원산업에 필적할만한 강자로 떠오르게 될 전망이다.
이번 오양수산의 경영권 양수 과정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역시 오양수산 미망인과 자녀들의 재산권 다툼때문이다. 미망인과 가족들은 장남이자 현재 경영 일선을 책임지고 있는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을 따돌리고 사조산업에 127억 원에 경영권 양도라는 중요재산권 행사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사실 놀라운 것이 아니다. 지난 해부터 오양수산 오너 일가는 모자간, 부자간 재산권 다툼을 벌여왔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고, 그 속사정은 어떻다 하더라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님이 확실하다.
고 김성수 회장은 6월 2일 새벽 6시 30분에 운명했다고 발표됐다. 그런데 미망인과 장남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127억 원을 받고 주식매각 계약을 한 것은 불과 하루 전인 6월 1일이다. 그 동안 김 회장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기 전까지 7년 여를 투병해왔다. 이런 배경을 살펴본다면 주식매각 계약이 고인의 유지라는 유가족들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만약 고인의 오랜 뜻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경영권을 경황없이, 그것도 경쟁업체에 미련없이 넘겨버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조금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또 오양수산의 경우, 정상적으로 상속이 진행됐더라면 미망인과 자녀들은 국가에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주식을 매각하게 되면 상속세가 아닌 양도세만 내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경영권있는 대주주 지분에 부과되는 상속세 대신 양도세를 선택함으로써 세금을 절세할 수 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같은 이유에서, 비록 고의가 아니라고 해도, 하루 전의 긴급 지분매각 계약체결은 찜찜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고인은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다 아는 '엣센스 영한사전'을 펴낸 민중서림을 이끌었고, 6,70년대 법학도들에게 법학 전문교재로 친숙한 법문사를 창업한 출판계의 선각자이기도 하다. 이런 점들 역시 일주일이 가까워오도록 발인조차 못하고 있는 고인의 죽음을 안타깝게 보고 있는 이유다.
유가족들은 127억이라는 매각대금을 장학금으로 전액 사회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컨대, 장학회를 세우는 것도 진정한 사회환원이라고 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장학회는 거의 모든 자산을 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해 매년 그 임대수익금으로 불과 수백, 수천만 원의 장학금만 주면 그 뿐인 것이 현실이다. 장학회는 또 가족이나 일가 친척들이 집행임원이 되어서 운영비용과 인건비를 나눠가지면서 마치 개인기업처럼 운영하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유가족들이 내세운 해명도 이런 관행을 답습하겠다는 의지로 밖엔 비치지 않는다.
장남인 김명환 부회장도 이번 사태를 돌이킬 수 있는 힘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회장의 지분은 지난 해 말 결산 현재 6.95%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경영권을 지켜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또 만약 가족들이 계약을 취소하려고 한다면 계약금과 수수료를 고스란히 되갚아 줘야 한다. 따라서 가족들로서는 아무리 업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해도, 주당 자산가치가 액면가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한 오양수산 주식을 계속 들고있다는 것도 마뜩찮은 노릇일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결국 자의든 타의든, 김 부회장도 가족들의 결정을 따르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번 재산권 다툼의 결과, 궁극의 승리자는 사조산업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거의 '어부지리'나 마찬가지로 경쟁사를 집어삼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남의 '집안싸움'에 뛰어들어 '한 몫' 단단히 챙긴 사조산업도 이제는 깨끗한 승자로 자격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오양수산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그 임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약속해 그 가족들의 불안감을 없애주는 것이 급선무다. 아무리 합법적인 절차로 인수했다고 해도, 경쟁사 총수의 죽음으로 황망한 틈을 타서, 냉큼 경영권을 받아먹는 듯한 모습은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동안 사조산업의 경영역량을 볼 때 오양수산 임직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도 수년 내 충분히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로 인해 국내 수산가공업계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와 수익성 증대, 그리고 국제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다시 한 번, 사조산업의 대승적 결단으로, 진정한 업계의 리더로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