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 동안 두 차례 발생한 거품, 즉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거품은 '자산 의존 경제'인 미국을 과잉으로 몰아넣었으며, 또한 특정 자산군과 실물경제의 거품이 터지는 과정에서 미국경제, 미국 중심의 글로벌경제 그리고 전세계 금융시장이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막대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수석이코노미스트가 16일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아예 보고서 제목을 폴 크루그먼 교수의 부시행정부에 대한 비판적 예언서인 "대폭로(Great Unraveling)"를 차용해 붙인 그는 최근 서브프라임을 둘러싼 우려를 과거 주식거품 붕괴의 교훈과 연결짓고 있으며, 사실 다시 한번 그린스펀이 조장한 자산 경제에 대한 문제점을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로치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과거에 훨씬 더 큰 거품을 뚫는 송곳 역할을 한 '닷컴'에 비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7년전 주식거품 붕괴와 마찬가지로 주요 자산군에서 발생한 소규모의 잘못된 가격형성이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한 거시경제적 결과를 이끌어 내는 강력한 변화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19일 9시 01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서브프라임 파급효과 우려와 닷컴 버블 붕괴의 교훈
로치는 과거에 낙관론자들은 대규모 자산군인 주식시장의 여건이 상당히 양호하다고 믿었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좋지 못했지 않았냐고 상기한다.
실제로 닷컴 버블이 붕괴한 뒤 2년 반동안 S&P500지수는 무려 49%나 하락한 바 있으며, 자산의존 경제인 미국이 완만한 경기침체를 겪자 세계경제도 따라 침체를 경험한 바 있다.
그는 지금도 너무 논의가 협소한 지점으로 국한되고 있다며, 서브프라임 우려가 주택과 모기지 파이낸싱 시장으로 확산되는 정도보다 훨씬 더 큰 전체경제로의 '파급효과'가 진정한 쟁점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제는 낙관론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의 심각한 침체가 광범위한 실물경제의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인가 하는 점 말이다.
여기서 로치는 과거 '닷컴' 버블붕괴의 교훈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7년전 거품붕괴는 주로 닷컴 열풍 속에 지속불가능할 정도의 설비투자와 채용에 나선 기업부문에 주된 타격을 입혔으며 그 결과가 2000~2001년 사이 일시 경기침체를 몰고 왔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부문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소비자부문이 타격을 입을 대상이 되고 있으며, 만약 이런 경제의 기반에 손실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또다른 '버블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주장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파급효과 메커니즘은 별로 복잡하지 않다고 로치는 설명한다. 지금 파급효과는 지난 5개월 동안 4개월간의 핵심자본재 수주의 감소세가 기록되는 등 기업설비투자에서 점차 분명해지고 있으며, 주택경기 약화와 함께 미국 경제 성장률이 이번 분기까지 3분기 동안 평균 연율 2% 정도에 그칠 정도의 잠식효과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기둔화가 소비경제에는 아직 파급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질 개인소비 증가율은 최근 3분기 평균 3.2% 정도로 최근 10년간 기록한 급격한 평균증가율 3.7%에서 약간 완만해졌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경제가 "성장 침체(growth recession)" 영역, 즉 GDP성장률이 2%를 밑도는 상황으로 전환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신은 이런 상황이 소비경제에 까지 타격을 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그는 소득이 짧고 저축도 부족한, 과도한 부채부담에 시달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자산의존 경제로의 가장 강력한 파급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며, 2월 소매판매 결과가 생각보다 크게 약했던 사실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 버냉키여, '그린스펀 풋'과 단절하시오
"ㅤㄲㅛㄱ 이런 수순이 재연되어야 하나. 좀 더 잘 할순 없나"고 로치는 말한다. 미국 중앙은행 연준의 심각한 정책적 둔감을 꼬집은 대목이다. 전 연준의장 그린스펀이 주식시장이 거품을 방치한 뒤 불과 4년 뒤에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방조하면서 작금의 문제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거품을 방조하고 뒤늦게 '사후 수습'에 나서는 방식의 그린스펀의 유산이 정말 좋지 않은 평판을 받을까 우려된다며, 최근에는 다시 자신을 '경기침체 예측가'로 세우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라고 탄식했다.
물론 로치는 그린스펀이든 아니든 미국경제의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며, 아마도 최근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사태는 아마도 포스트버블(Post-Bubble) 사후정리의 '각주'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주식거품의 붕괴가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를 불러올까 염려한 연준은 이를 막기위해 공격적인 완화정책을 구사했고, 여기서 발생한 과잉 유동성이 주택시장, 신흥시장 주식, 고수익회사채, 모기지 등으로 또다른 거품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여기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위험자산의 레버리지를 높이는 등 폭발력을 높이는 '옥탄' 역할을 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저축부족이 막대한 경상적자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로치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런 상황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며, 거품기에 늘 발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종료될 것인지가 문제일 따름이라고 강조햇다.
그는 "대폭로"상황이 임박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며, 이번 사태에서의 '탈출전략(exit strategy)이 생각보다 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벤 버냉키(Ben Bernanke) 연준의장이 과감하게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과 단절할 것인가에 해법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만약 버냉키가 이렇게 하지 못한다면, 이번 유동성으로 인해 촉발된 과잉과 불균형이 붕괴되면서 최근까지의 급격한 성장이 현대 중앙은행의 거대한 실패임을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로치는 거듭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