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필립스 곡선'에 대한 최근 정책당국과 주류 경제학계의 새로운 인식은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에 심대한 함의를 이끈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해부터 금리를 동결한 채 관망하고 있는 연준이 인플레율의 완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계속 추가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새로운 판단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페드와처(Fed Watcher)'로 통하는 그레그 입(Greg Ip) 기자는 26일자 1면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새로운 인식변화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연준 관계자들의 경제법칙에 대한 인식변화는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이 주제는 다음 달 9일 처음 개최되는 통화정책 컨퍼런스의 주된 주제가 될 것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이 기사는 2월 27일 10시28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연준, 실업률 보다 유가-임대료 등 일시적인 물가변동 요인 주목
실제로 연준 관계자들은 실업률이 인플레율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은 지난 25년 전과 비교할 때 크게 변화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이제는 실업률 변화보다는 유가와 임대료의 변화와 같은 일시적인 변동요인들이 인플레이션 변동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업률의 변화가 인플레이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대중의 인플레이션 기대수준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가 압력이 등락하더라도 기업과 노동자들이 이를 자신들의 기대, 나아가 행태 속에 포함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레벨로 귀착하지 못하게 된다.
다른 한 가지 설명방식은 연준이 미리 실업률의 변동을 잘 예측하여 이것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금리를 잘 조절한다는 것이다.
그레그 입은 최근 수년 내에 형성된 이런 새로운 방식의 경제 인식이 근원 인플레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지난 해 여름부터 계속 금리를 동결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으며, 또한 지금은 중기적으로 인플레율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 쪽에는 주저하는 입장을 보이는 배경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전에 연준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브라이언 색(Brian Sack)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Macroeconomic Advisors)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새로운 인식은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에 심대한 함의를 지닌다고 지적한다.
실업률의 변화를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업률이 높거나 낮아도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견해의 변화시켜 금리조절을 이끌어 낼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중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판단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는 변수가 된다고.
◆ 필립스곡선에 대한 인식의 변화
경제이론으로 보자면 이는 '필립스곡선'에 대한 판단의 변화와 관련된다. 경험적으로 실업률과 인플레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도출한 이 이론은 1960년대 정책당국에 의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높은 인플레율을 용인'하는 식으로 실험되기도 했다.
그러나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과 에드먼드 펠프스(Edmond Phelps) 등은 각각 인플레율의 상승에 따른 실업률의 하락은 일시적인 것에 그친다는 지적을 제출했다. 노동자들이 인플레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시작하면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실업률이 인플레율과 무관하게 '자연' 실업률 쪽으로 수렴한다고 이들 경제학자들은 주장했다.
이처럼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율과 실업률 사이에 상충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상충관계가 있다고 평가된다. 1979년부터 2003년 사이 폴 볼커 및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들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수용, 주기적으로 금리인상을 통해 실업률은 높임으로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계속 억제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단기적인 상충관계의 영향 역시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약화추세는 지난 25년간 점진적으로 나타났지만, 연준 이코노미스트나 주류경제학계에서 이 같은 변화가 수용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 같은 새로운 사고방식은 오는 3월 9일 제1회 통화정책 컨퍼런스의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제임스 스톡(James Stock) 하버드대 경제학교수와 마크 왓슨(Mark Watson) 프린스턴대 펠로우 이코노미스트 등은 지난 2005년 연준 컨퍼런스에서 1984년 이래 인플레이션 장기추세는 거의 변화가 없었으며 대부분의 물가변동은 유가와 같은 일시적인 변동요인들에 의한 것이었다는 분석결과를 제출한 바 있다.
◆ 연준의 정책대응-기대인플레가 중요한 이유
연준은 지난 해 근원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만 즉시 경기과열보다는 임대료와 유가상승을 그 배경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에너지 가격은 그 이후 다소 하락하고 임대료 상승률도 둔화되었으며, 근원 인플레율 역시 그런 변화를 뒤쫓았다.
이와 관련 자넷 옐렌(Janet Yellen)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인플레율이 2.2%로 안심할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 근원 인플레율은 1.75%~2% 범위를 벗어났다가도 다시 이 수준으로 수렴해왔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인플레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이번 달 의회 증언에서 임대료와 유가의 변화가 인플레이션에 "지속적인 영향을 남길 지 여부는 대중의 인플레 기대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잘 억제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펠프스 교수는 필립스곡선에 대한 최신 이론 조류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기초로 하는 것이며, 만약 기업과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기 시작하면 "모든 게임을 끝장 난다"고 경고했다.
연준 관계자들 역시 이런 경고에 동의한다. 실업율의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그럴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연준 스탭 이코노미스트들은 지금은 인플레이션률이 1% 포인트 하락하는데 필요한 실업률 상승 폭이 1984년과 비교할 때 약 두 배는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레그 입은 연준이 올해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만해질 것이라고 보면서도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보다 낮은 4.6%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와 임대료 등 일시적인 요인에 따라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연준은 실업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인플레율이 낮아지도록 충분히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도출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