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바트화의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태국 중앙은행의 노력은 1997년과 달라진 펀더멘털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태국사태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물론 이번 태국사태로 인해 정책신뢰가 무너졌다며 "그러니 신흥시장이란 소릴 듣지"라며 비꼬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번 사태는 사실 1997년보다 더 나쁜 상황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태국이 바트화 강세를 억제하려는 노력은 바로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상호의존 양상이 그 기반이 얼나마 취약한 것인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먼저 이 같은 소수의 경고에 귀기울여 보자
(이 기사는 21일 12시 05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태국사태, 취약한 글로벌 상호의존 양상 드러내
美 배런스 온라인(Barron's Online)은 웰든 머니모니터(Weldon's Money Monitor)의 그레그 웰든(Greg Weldon)의 경고를 전했다.
태국 중앙은행의 자금유입 억제 조치는 10년 전 불가피하게 붕괴했던 IT버블과 마찬가지로 자산가격의 버블을 억제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웰든은 주장했다.
태국 중앙은행이 단기 외환자금 유입에 대해 30% 의무 보호예수 조치를 취하면서 SET지수는 하룻만에 15% 폭락했다. 장중에는 19%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태국증시는 230억달러 가치가 하루 아침에 날아갔다.
물론 수요일 태국증시가 다시 11% 반등하면서 손실을 줄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완전히 손실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글로벌 투자자들의 정책신뢰가 손상되면서 증시 자금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서킷시티(Circuit City)의 주가가 16.5%나 폭락했다. 11월말로 끝난 자사 3/4분기 실적이 주당 9센트 적자로 시장의 기대치(주당1센트 흑자)를 하회한데다 2007년 실적전망치도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서로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이 소식 사이에는 중요한 상관관계가 발견된다. 미국 가전양판점으로 수출을 통해 먹고사는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통화가치가 절상되는 것을 용인하지 못한다는 그런 얘기다.
아시아 전반에 걸쳐 무역흑자의 증가는 급격한 외환보유액 축적과 국내 유동성의 증대로 이어졌다. 수출업체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수익을 엔, 원, 바트 등 현지통화 대비 매도한다. 이 때문에 현지통화가 절상되는 추세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달러매수 개입을 실시하면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는 대신 자금공급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축적된 외환보유액은 다시 미국 재무증권이나 여타 달러표시 증권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이른바 달러 환류양상이 전개되는 것이다.
웰든은 이 같은 흐름이 마치 지구적인 규모의 벤더 파이낸싱을 연상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즉 아시아 중앙은행이 미국인들에게 수입제품을 계속 사서 쓰라고 돈을 빌려주는 모습 말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글로벌 상호의존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태국 정부의 이번 자본통제 조지는 투기적인 자금의 유입을 억제한다는 목표를 앞에 걸었지만, 서킷시티의 사태와 함께 사실 이는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되어야 한다는 것이 웰든의 주장이다.
1997년과 1998년 글로벌 자본시장의 위기는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의 붕괴에서 보이듯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위험한 자산에 달러든 핫머니가 창출한 것이란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주로 글로벌 금융시장 범위 안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국내총생산의 6.8%에 달하는 미국 경상적자에서 드러나는 막대한 불균형과, 아시아의 수출경제가 자국통화 강세로 인한 수출 둔화 위협과 동시에 외환보유액 가치의 급격한 손실이라는 이중 위협에 직면한 상태다.
이 같은 미국의 적자와 수출경제의 흑자를 현상태에서 유지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길로 보이며, 또한 이 상황을 유지하려며 자유로운 자본흐름이 보장되는 것이 또한 최선이다.
하지만 태국의 조악한 자본통제는 지금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기둔화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미국경제의 소비능력이 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부담으로 등장한 악재라 되고 있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 1997년과는 다른, 그러나 역시 신흥시장 딱지가 이해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자 기사에서 "그러니까 신흥시장이란 소릴 듣지"란 제목을 달았다. 태국 위기사태를 비꼰 내용이다.
물론 이들은 이번에는 1997년과 같은 양상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이 안심이 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수출경제가 그 당시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강력하고, 지금은 미국 말고 이들을 이끌어 주는 새로운 성장동력인 '중국'이 등장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태국의 이번 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기는 했지만, 넉다운시키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신문은 태국의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새 정부가 정책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은 이번 자본통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2주일 전에 결정한 뒤 상당 기간 그 결과에 대해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칠레의 이른바 '토빈세' 이론을 기초로 한 자본통제를 베낀 이번 정책은 그러나 칠레와는 다르게 주식투자 자금까지 규제하는 내용으로 발표되어 투자자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중앙은행은 외부로 이런 결정이 빠져나갈까봐 아예 외부 컨설팅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발표도 월요일 시장이 마감한 뒤에 전격 단행했다.
증시가 한때 20% 가까이 폭락하고 나서 하룻만에 주식자금은 예외로 한다는 발표를 내놓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는 깨질대로 깨졌다. 앞으로도 주식투자 자금이 계속 빠져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당국이나 시장이나 이제부터는 새로운 규제정책을 내놓기 전에 외부컨설팅 및 자문회의가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흥시장의 큰 손인 템플턴의 마크 모비우스(Marc Mobius)가 새로운 조치에 대해 안심하면서 다시 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돌아갔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파티로 돌아갈 때 어떤 지시를 내리고 갔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모비우스는 "다른 정책은 몰라도 외환통제 정책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대량 매도사태가 발생할 때 시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책이 끝장나면 투자도 끝장난다"며, 이번 태국 정부의 조악한 정책운용은 글로벌 투자자들로 하여금 왜 이 시장이 최근 수년간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흥시장"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지 충분히 환기했다는 점에서 환영해야 할만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신흥시장은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곳이며, 정책운용이 숙고를 거치기는 하지만 금융시장에 매우 불행한 방식으로 서프라이즈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