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신운용 등 펀드운용 기관들이 증권사에 제공하는 매매주문을 '소수 정예화'하고 나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운용기관들이 리서치 서비스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내세우고 있어 대형사에 비해 리서치 파워가 약한 중소형 증권사로선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중소형사들이 기존 전략을 바꿔 연기금이나 투자자문사로 급선회하고는 있지만 이 또한 벽이 만만찮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신운용과 일부 연기금이 증권사에 주는 매매주문을 대폭 '교통정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한국투신운용은 이달부터 매매주문을 넣던 증권사 수를 20여개에서 외국사 3곳, 국내사 3곳 등 6개로 대폭 줄였다. 또 국내의 모 대형 연기금도 거래 증권사를 줄이는 방침을 정하고 추진중에 있다.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 관계자는 "질 높은 리서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부 대형 증권사들로 그 수를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경영진이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증권사간 매매주문을 받기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이와관련, 자산운용사의 전략 변경은 질 높은 리서치에 대한 니즈 외에 계열 증권사에 주문을 많이 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계열사 주문한도도 50%로 확대된 상황에서 거래 증권사를 줄이면 줄일수록 계열사 비중을 늘려 수수료 수익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법인담당 관계자는 "간투법에서 계열증권사 주문한도를 50%로 올린 뒤 운용사들이 계열 증권사에 주는 물량을 늘리고 있다"며 "리서치가 강한 대형사들은 유리하지만 중소형사들은 또 하나의 수익원이 없어지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계열 운용사가 없는 증권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 계열 증권사에 대한 50% 주문한도를 꽉 채우는 상황에서 정보의 희소성 차원에서 포함시켜야 하는 외국계증권사를 뺄 경우 국내사간 경쟁격화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문수수료를 높이 받던 외국계증권사들도 최근 수수료를 낮추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운용사들의 매매주문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요즘은 연기금이나 투자자문사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계열사 주문한도는 간투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지난 5월 기존 20%에서 50%로 변경됐다. 현재 미래에셋생명 경영고문으로 재직중인 신해용 전 금감원 부원장보(당시 증권, 자산운용담당 부원장보)가 추진했던 사안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열사라고해서 굳이 주문한도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들은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 감독원에 계열사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로비를 폈고, 이 주장이 현실화됐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박 회장의 시장 파워를 재확인했던 계기였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