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전환기가 도래했다.2001년 경기침체가 끝나고 장기간 확장국면을 지속한 미국-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순환의 한 국면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국면으로의 이행국면을 맞이하는 중이다.이러한 이행 국면을 주도한 것은 미국이었다. 그 과정에서 세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 연준(Federal Reserve)이 새 경제 대통령 버냉키(Ben S. Bernanke)의 지휘 하에 2004년 중순 개시한 긴축 사이클을 종료해 나가고 있어 그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미국의 주도하에 금리정상화 국면에 돌입한 여타 선진국 및 주요 신흥국 경제들 역시 앞으로의 통화 및 경제정책 경로를 살피느라 분주하다.한편 세계경제의 기관차로 등장하며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수급 악화를 유발했던 중국이 최근 내수경제 부양 쪽으로 중기 정책의 이동을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 해 여름 미국의 도움을 받아 환율을 보다 유연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 왜 지금, 다시 '달러 약세'가 쟁점인가.. 컨센서스는 형성됐나?그런데 이 같은 새 국면으로의 전환은 낯익은 이슈의 부상과 함께 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 혹은 미국과의 주요교역상대국 통화의 상대적 강세를 통한 환율조정이 첨예한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최근 달러 약세는 글로벌 달러약세 추세의 제 2기로 평가되기도 한다. 최근 달러 약세가 엔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한다. 그러나 이 조정 전망에 구체적인 컨센서스는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 지난 2002년 이후 2004년까지 3년간 1기 달러약세 기간은 유로화가 60%나 절상된 반면 엔화는 약 30% 절상에 그치는 불균형이 드러난 바 있다. 무엇보다 중국 위앤화 가치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제한적인 양상에 대해 새로운 브레튼우즈 체제라거나 달러 환류(recycling) 등 "미국과 아시아의 공존 불가피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금융공포의 균형'이라고 명명되기도 한 이 현상은 그러나 내부적으로 심각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달러자산을 아시아 개도국에게 맡겨두는 불안정한 정책을 쉽게 용인하기 힘들었던 것이다.따라서 지난 2005년 달러화의 반등은 주로 연준의 금리인상 지속에 따른 "명목 금리격차"를 근거로 한 것일 뿐이었다. 연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지속적인 긴축에 나서면서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높은 반등 국면을 구가했다.결국 2006년 들어 연준의 긴축 사이클의 종료가 가까웠다는 전망은 달러화의 추세적인 상승세는 전환됐다. 유로존과 일본이 각각 금리 정상화로의 길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 전환은 상당한 힘을 얻었다. 하지만 금리격차의 축소만으로는 달러화가 본격적인 하락추세를 재개하기에는 부족했다. G3 중앙은행의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명목 금리 격차는 기껏해야 25~50bp 줄어드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달러 약세는 미국의 전략적인 달러 환율 조정전략 차원에서, 지난 4월 워싱턴 G7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되었다고 보는 입장에 힘이 실린다.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달러약세 정책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환율조정을 통해서는 무역적자를 줄일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점에서는 지금 컨센서스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적이다. 그러나 환율변동과 적자 조정 사이의 관련은 여전히 이론상의 쟁점일 뿐이다. 달러의 실질실효환율이 약 20~30% 정도 하락하면 적자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준까지 조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 여전히 설득력을 지닌다. 게다가 여전히 경기도 좋고 실질금리도 높은 달러화가 상대적인 강세인 경우, 국내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이 늘어나도록 강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미국 환율정책의 추구방식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사실 이는 그 동안 번 것보다 많이 소비하는 불균형을 통해 세계경제를 견인해왔음을 일정부분 인정하는 셈이다. ◆ 이번 환율조정 전략의 새로운 특징: 제한된 타겟, 복합적 쟁점한편 일종의 "달러약세에 대한 암묵적 방관"인 이 전략은 지난 3년간의 약세와는 다른 약간 새로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먼저 미국의 방대한 경상수지 적자 불균형을 계속 보전하면서도 구체적인 목표로 삼은 중국 및 일본 그리고 아시아 일부 통화를 상대로 한 조정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한편 최근까지 미국과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온 일부 자산시장으로의 투기적 유동성 유입을 차단하려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환율조정 전략의 새로운 측면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미국은 중국경제와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일본경제, 나아가 동아시아 블록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위협을 분명히 느끼고 있고 이에 대처하기를 바란다. 국제유가 상승을 수용함으로써 중동의 오일달러에 기초한 도전을 받은 미국으로서는 이런 사태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이 때문에 이번 워싱턴 G7회담이 이른바 새로운 '플라자협정'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공문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그런데, 연준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달러화의 금리가 높아지는 대신 달러 현물환율 가치는 하락해야 해외 투자자들의 달러자산 투자의욕이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얼핏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제시했다. 세계화로 인해 일국의 금리가 세계금리에 영향을 받고 또한 통화정책이 국제적 자본의 이동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상대적인 적자규모를 유지하면서도 국내저축을 살리는 길은 이 같은 모순적으로 보이는 양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처럼 미국의 환율조정 전략이 지닌 함의를 폭넓게 이해한 가운데, 과연 이번 미국의 전략으로 달러화가 어느 범위와 수준까지 '상대적인' 약세를 보일 것인지 그것이 미칠 여파는 무엇인지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 최근까지 美 환율정책의 변화와 배경먼저 최근 미국 환율정책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최근의 환율정책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환율과 자본이동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뜻하던 브레튼우즈 체제의 종료 이후 미국 달러는 세계통화의 기축이 되었다.이후 80년대 플라자합의에 이르는 길은 미국이 일본을 구체적인 위협상대로 느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의 진주만 공급에 비유되는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강렬한 '일본 때리기' 요구로 이어졌다. 어쨌든 미국은 일본 엔화를 충분한 정도로 절상 시켜 이러한 위협을 중화했다. 그리고 미국경제는 90년대 인플레 억제 정책 속에 장기 호황국면을 맞이한다.그린스펀의 시대인 이 시기는 금융의 세계화와 동시에 인플레 파이팅이 첨예한 추세로 부상했고, 그 유산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또한 '강한 달러'의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기는 변동환율제와 고정환율제, 일종의 달러블록이 공존하던 시기다. 이 때문에 급격한 금리인상과 자본이동의 세계화 속에 '강한 달러 정책'이 지속되자 90년대 신흥시장의 위기가 불거져 새삼스럽게 환율유연성이 중대한 이슈로 부상되었다. 그런데, 강한 달러 정책을 통해 해외자본을 흡수한 미국은 유동성 확대 이후 첨단기술에 대한 기대 속에 만들어진 주식버블의 붕괴와, 911사태로 불거진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일단 대량 유동성 공급이라는 전무후무한 대처로 이들 위기를 수습한 미국은 이후 부시행정부의 출현과 함께 환율정책의 큰 변화를 드러냈다. 부시행정부는 무엇보다 클린턴 행정부가 만들어 낸 강한 달러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책변화의 선봉장은 존 스노 재무장관이 맡았다. 그는 달러강세 정책을 유지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상 이를 포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 내놓았다.2002년부터 전략적으로 추구된 3년간의 달러약세 이후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개시함에 따라 상황은 일시 중지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2년간 이어진 긴축 사이클이 종료되어 가면서 다시 달러약세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인 셈이다. 위기 이후 진행된 최근 경기확장세는 잇단 정책실패로 귀결될 수 있었던 상황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구경제의 복수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이 때문에 최근에는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상품 및 원유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다운사이드 리스크로 부상했다. 또한 인플레 억제를 위한 글로벌 금리의 불가피한 상승으로 인해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등 쌍둥이적자는 물론 일본의 막대한 재정적자 등이 무시할 수 없는 장기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리스크가 환율조정 전략의 쟁점을 복잡하게 만든다. ◆ 본격화된 커런시 게임이 가운데 최근 워싱턴 G7회담과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 제출을 계기로 미국 환율정책의 윤곽이 비교적 분명히 드러났다.2002년부터 3년간 약달러 장세를 이끈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불균형이란 쟁점이 체계적이고 복합적인 "커런시 게임(Currency Game)"이란 다소 위험한 형태로 모습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특히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또한 이러한 커런시 게임을 변수로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미국이 주도한 4월 워싱턴 G7 회담에서는 "글로벌 불균형 시정을 위해 중국과 일부 아시아 신흥경제국의 환율 유연성 확대"란 구체적 요구가 나왔다.이 요구가 나온 뒤 4월 워싱턴 G7회담 직전까지 117엔 선을 유지하던 달러/엔이 109엔 선까지 하락했고, 유로/달러는 1.23달러 선에서 1.29달러까지 급등했다. 아직은 최근 수년간 변동의 진폭 내에서의 움직이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에 진행된 달러 약세 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시장은 이 추세에 압도되고 있다. 무역적자가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호재도 감히 달러를 매수하는 재료가 되지 못할 지경이다.이 같은 달러약세는 "명목금리 격차" 축소 전망을 중요한 축으로 한다지만, 앞서 보았듯이 이 요인은 달러화의 장기 추세적인 약세를 이끌 수 있는 재료는 되지는 못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히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덕분에 美 부시 행정부가 중국과 중동이라는 두 지역을 '타겟'으로 삼고 있으며, 이들 지역의 통화 절상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보고서는 중국 등 대형 신흥경제국이 '세계화'로 인해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으로 편입된만큼 이들의 '야심'이나 체제의 경직성 혹은 나아가 정책실패가 글로벌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과도한 기축통화 발행으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이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일부 자본이 상품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목격하는 바다. 상품가격이 달러를 기반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금리인상 지속을 통한 유동성 흡수 속에서도 아시아 및 중동 주요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하락은 이들 시장으로의 투기적 자본 이동을 억제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물론 일부 중동 중앙은행들은 달러보유액을 유로화로 전환할 것이라는 협박(?)을 내놓았다. 덕분에 세계통화의 기축은 달러-유로라는 이중 축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달러 약세의 조정 범위와 폭은: 기준점 대비 20~30%?미국의 환율조정 전략이 그 동안 '달러 블록'으로 알려진 지역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쟁점을 이끌어 낸다.구조적인 면에서 보자면, 특정 지역 통화가 '달러 블록'이라면, 달러화 가치의 조정은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게 된다. 말 그대로 기축통화에 대한 이들 통화의 가치조정은 달러화의 구조적 약세와 동의어가 아니다. 다만 달러를 '고정 축'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들 지역통화가 상대적으로 '유연'해짐으로써 지역 경제 및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확보되는 것이 관건이다.만약 이런 변화가 완전히 자유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이라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신흥국 통화는 오히려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다. 엔화의 경우에도 방대한 재정적자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 달러 블록 경제의 환율 가치가 어느 정도 절상되어야 미국의 적자가 꾸준히, 안정적인 수준으로 조정될 수 있는가? 이론적으로는 그 절상 폭을 대략 20~30%정도로 봤을 때, 달러/엔 120엔을 기준으로 84~96엔이, 달러/위앤은 8.3위앤을 기준으로 했을 때 5.81~6.64위앤이 된다.한국 원화의 경우 1200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840~960원이 조정 목표가된다. 이미 현재 환율은 이 조정 목표 레인지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최근 원화가 더 이상 강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일각의 지적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이는 순수하게 이론적인 목표에 비추어 본 것일 따름이다. 한편 이 같은 급격한 환율조정이 진행된다면, 이들 타겟 통화가 아닌 여타 통화 대비 달러화의 환율도 변수가 된다. 달러화가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한 실질실효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해 이들 지역경제가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따라서 유로/달러 등 이미 충분한 조정을 거쳤거나 타겟이 되지 않는 나라들의 통화에 대해서 미국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안정국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달러는 이미 거의 적정환율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이 같은 전망은 현실적인 것이다. ◆ 새로운 달러조정 시나리오가 금융시장 및 자본흐름에 미칠 영향새롭게 개시되는 달러화의 조정 시나리오는 금융시장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무엇보다 먼저 미국 달러의 상대적인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자산의 매수세를 유지하기 위해 금리가 꾸준히 상승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이는 그 동안 달러화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면서 자산시장에 붙은 유동성 프리미엄이 크게 줄어들게 할 것이다.일부 투기적인 자산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통화자산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국제 상품시장이나 그 주변업계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이들 시장도 동반 조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투자 자본들이 '통화가치 절하를 원하는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다. 일부 지역에서는 '다변화'라는 형태로 이 같은 변화가 현상될 것이다. 사실 미국 국채의 절반 이상을 외국 중앙은행 등 기관과 민간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보상 없는' 달러화 가치의 지속적이고 전반적인 하락이란 불가능하다.현재 미국 월가에서 미국 정부의 최근 환율정책 변화를 놓고 말들이 많은 것도 이 문제와 떼놓고 볼 수 없다.그렇다면 중국과 동아시아의 자본 유출입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인가? 일단 통화가치의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 지역으로는 자의든 타의든 자본이 앞으로도 크게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의 유입은 상대적인 자본규제의 완화와 환율유연성 그리고 금융시장의 기반 강화를 통해서만 소화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내 일부 금융 중개 센터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통화강세는 물가를 억제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들 나라는 상대적으로 내수부양을 위한 완환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날 수 있다.그러나 수출이 중심이 되던 경제가 통화강세 속에 내수경제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줄어들 것임을 예상케 한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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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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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