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Newspim] 다음은 벤 버낸키 미국 연준의장이 지난 2005년 4월 연준이사 자격으로 행한 연설문을 번역한 자료입니다. 글로벌 저축과잉과 미국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버낸키 의장의 기본 시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자료는 지난 2005년 4월 뉴스핌이 소개한 바 있으나 과거 데이터베이스의 분리작업로 인해 지금은 뉴스란에서 검색이 되지 않아 다시 게재하였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원문: "The Global Saving Glut and the U.S. Current Account Deficit", Ben S. Bernanke, April 14, 2005 ■ 글로벌 저축과잉과 미국 경상수지 적자최근 미국 경제는 모든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견조한 수준으로 회복되고, 고용시장이 다시 강화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잘 억제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경제의 한 가지 지점에 대해서만큼은 경제전문가들이나 정책결정자들의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바로 대규모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말이다. 2004 년 미국 대외적자는 6,660억달러 규모로, 전체 GDP의 5.75%에 이르렀다. 이런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 미국 시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는 국제자본시장에서 6,660억달러를 빌려야 한다. (註 1) 최근 몇 년 사이 경상수지 적자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1996년에는 불과 1,200억달러로 GDP의 1.5%에 그쳐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 2000년에는 4,140억달러로 GDP의 4.2%로 증가했으며, 최근 수준까지 증가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대부분의 예측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잘 해야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뿐이라고 보는데, 이는 계속해서 해외 신용을 획득해야 하며 이에 따라서 미국의 순 해외자산 포지션이 감소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계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자본의 대부자가 되는 것이 좀 더 당연해 보이는데, 왜 오히려 국제자본시장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빌리는 차입자가 되었을까?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이에 따라 해외신용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미국경제와 교역상대국의 경제성과에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서는 어떤 정책을 활용해야 할까? 나는 오늘 강연에서 이러한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한 잠정적인 해답을 제출해보려고 한다. 여기서 제출할 해답들은 다소간 상식을 벗어나는데, 이는 내가 최근 미국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일차적으로는 미국경제 자체의 최근 경제정책 및 여타 경제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상식적인 견해에 대해 쟁점을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국내경제의 전개 과정이 분명히 한 역할 했다고 할지라도, 나는 최근 증가일로에 있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 외부에서 발생하는 사태까지 완전히 고려하는 글로벌한 시각이 요구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좀 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나는 과거 10년 동안 다양한 힘들이 글로벌 저축공급이 크게 증가하도록 만들었으며, 이것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장기 실질금리 모두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수 주요 선진국경제에서 은퇴한 노동자들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전 세계 저축의 증가세를 이끌어 낸 한 가지 중요한 배경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하겠지만, 글로벌 저축 과잉이 발생한 중요한 원천은 개발도상국 및 신흥시장 경제로의 신용 유입흐름의 현저한 역전현상이었다. 이 때문에 개도국 및 신흥시장 경제는 차입자에서 국제자본시장의 대규모 대부자로 지위가 변모했다. 분명한 것은,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외에서 찾는다고 해서 내가 미국 혹은 해외거주자 혹은 해외정부의 행태에 대해 어떤 가치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나는 미국경상수지 적자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한 요인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이 적자로 인해 발생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또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항상 그렇듯이 오늘 내가 제출하는 견해 역시 반드시 연준의 동료들과 완전히 공감하고 있는 그런 견해는 아니다.(註 2)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미국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분석을 위한 배경으로 이 현상에 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대안적인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하나는 경상수지 적자를 미국 무역의 패턴과 연관 짓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저축, 투자 그리고 국제금융 흐름에 주목하는 것이다. 비록 이런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견해는 동일성들에 대한 평가에서 파생되고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지만, 각각은 이 쟁점을 검토하는데 유용한 분석도구를 제공한다.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첫 번째 시각은 국제무역의 패턴에 주목한다. 최근 수년간 미국이 대규모 무역 불균형을 경험해왔다는 것, 즉 해외로부터의 재화 및 서비스 수입이 다른 나라에 대한 미국의 수출을 커다란 폭으로 상회해 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미국은 총 1조7,600억달러의 재화 및 서비스를 수입했으며, 수출액은 1조1,500억달러에 그쳤다. 이러한 무역수지 불균형을 반영하여 미국 거주자들의 외국인들에 대한 경상지급액(주로 수입품에 대한 지출로 구성되었으나 또한 부채상환액이나 이자지급 그리고 배당금지급 등 다른 유형의 지불금도 포함됨)은 주어진 기간 동안 미국 거주자들이 외국인들로부터 받은 동일한 지출을 막대한 차이로 초과했다. 정의상 이렇게 주어진 기간 동안 미국이 해외에 지급한 돈이 받은 돈을 초과하는 부분은 바로 미국 경상수지 적자와 동일한데, 이미 지적한 바 있듯이 2004년에 그 규모는 6,660억달러였다. 이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6,170억달러에 근접하는 수치다. 미국이 수출을 통해 받은 돈이나 여타 경상지급액 수령액이 수입액이나 여타 지불금액을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경우, 미국 가계, 기업 그리고 정부는 이 순순한 차액만큼 국제자본시장에서 빌려야 한다.(註 3) 따라서 그 정의상 필연적으로 각각의 기간동안 미국이 해외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동일하며, 또 이 경상수지는 미국의 국제무역 상의 불균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현재 미국의 수입액이 수출액을 크게 초과한다는 점은 다수 미국인들 사이에서 매우 폭넓게 이해될 뿐 아니라 또한 우려를 사고 있으며, 특히 수출의 활성화 및 수입품과의 경쟁이 필요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특히 더욱 그러하다. 대중매체나 혹은 다른 곳에서 무역수지 불균형에 대해 상당히 폭넓게 접근하다보니 일부 시청자들이 경상수지 적자의 증가세가 미국 및 해외제품의 품질 혹은 구성품의 변화, 무역정책의 변화 혹은 외국인들의 불공정한 경쟁 등과 같은 요소의 탓으로 돌리게 만들곤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특수한 무역관련 요인들이 미국 경상수지 불균형의 규모나 혹은 최근 들어 나타난 급격한 증가세를 서명할 수 없다고 보며, 이런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동의하리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미국의 무역수지는 개의 꼬리에 해당한다. 즉 대부분의 경우 무역수지는 해외 및 국내소득, 자산가격, 금리 그리고 환율 등에 의해 수동적으로 결정되는데, 이들 결정요인들은 그 차체로 좀 더 근본적인 동인들의 산물이다.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다른 대안적인 견해가 최근 상황의 전개를 설명하는데 좀 더 유용할 것 같다. 이 두 번째 시각은 국제금융의 자금흐름(financial flow)과 한 나라의 저축과 투자가 각각의 주어진 기간동안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기초 사실에 주목한다. 다른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 경제의 성장은 신규 자본재에 대한 투자 및 구형 자본(재)의 개량이나 교체를 필요로 한다. 자본투자의 예는 공장 및 사무 빌딩의 건축과 천공압축기에서 컴퓨터,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신형 장비의 획득과 같은 것을 포괄한다. 주거지 건축, 즉 새로운 주택 및 아파트의 건축 또한 자본투자의 일부로 계상된다.(註 4) 신규 자본재에 대한 투자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자본의 조달을 필요로 한다. 무역 혹은 국제자본 흐름이 없는 폐쇄된 경제에서 투자자본의 조달은 전적으로 국내저축으로 이루어진다. 정의상 국내저축은 가계의 저축(예를 들어 고용주가 후원하는 401(k) 계좌에 대한 기여가 그 한 예다)과 기업의 저축(사내유보(retained earning) 형태)의 합에서 모든 정부의 재정적자(정부는 저축의 원천이라기보다는 사용자이다)를 공제한 것을 말한다.(註 5) 다시 말하지만, 폐쇄된 경제에서 투자는 주어진 기간동안 국내저축과 동일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늘날 거의 모든 경제는 개방경제이며, 그리고 잘 발전된 국제자본시장 때문에 저축자들은 자기나라 뿐 아니라 어떤 나라이든지 자본투자를 필요로 할 경우 대출하는 거이 가능하게 되었다. 저축이 국가간 경계를 넘나들 수 있으므로, 어떤 주어진 기간에서 한 나라의 신규자본에 대한 국내투자가 국내저축과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다. 만약 어떤 해에 한 나라의 저축이 투자를 초과한다면, 그 차이만큼은 국제 자본시장에서 대출될 수 있는 과잉저축이 된다. 동일한 방식으로, 만약 한 나라의 저축이 국내투자에 필요한 규모보다 적을 경우 이 나라는 해외로부터 그 만큼을 빌림으로써 그 차이를 메울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국내저축이 매우 낮은 수준이고 국내 자본투자에 필요한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필연적으로 이러한 부족분은 순 해외차입을 통해 보전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외국인의 저축을 국내투자를 위한 재원의 일부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는 경상수지 적자가 주어진 기간동안 미국의 해외로부터의 순 차입과 동일하다는 것을 배웠고, 방금은 미국의 순 해외차입이 미국의 국내 자본투자의 국내저축 초과분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부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자체 축에 대한 투자의 초과분과 동일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정리하자면, 나는 경상수지 적자에 대해 두 가지 동일한 방식으로 묘사했으며 그 한 가지는 교역흐름 및 관련된 지불액으로 다른 한 가지는 투자와 국내저축이라는 용어로 각각 설명된다. 일반적으로 어떤 관점을 선택할 것인지는 당장 어떤 특수한 분석을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앞에서 이미 제시한 것처럼, 미국 경상수지 적자와 해외로부터의 차입규모가 왜 이렇게 큰 규모로, 게다가 증가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무역관련 요소들보다는 투자-저축 행태를 강조해왔다(나도 여기서 역시 동일한 관점을 취하고자 한다) . 이런 설명의 논리에서는 흔히들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 국내저축률의 급격한 하락세의 산물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최근 수년간 미국의 국내저축률은 국내투자를 위한 충분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예를 들어, 1985년 미국의 국내 총 저축은 GDP의 18%, 1995년에는 16%였으나, 2004년에는 대조적으로 GDP의 14% 미만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낮은 저축률에 대해 강조하는 논자들은 종종 미국 경상수지 적자 중 대부분이 "메이드 인 USA"이며 여타 세계경제의 변화와는 독립적인 것이라고(일차적인) 결론을 내린다. 불충분한 미국 국내저축이 경상수지 적자의 원천이란 것은 어떤 수준까지 반드시 진실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러한 증명은 거의 동어반복(tautology)에 가깝다. 그러나 경상수지의 변화를 저축의 하락에 연관 짓는 것은 왜 미국의 저축이 하락했는가라는 질문을 회피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내저축의 감소가 가계의 행태 혹은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는 또한 부분적으로는 미국 외부의 사태에 대한 반작용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나는 곧바로 이러한 가설을 제시하고 방어해 볼 것이다. 국내저축의 감소와 경상수지 적자의 증가를 "메이드인 USA"라고 보는 입장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은 2004년에만 국내저축 풀에서 무려 4,000억달러 이상을 가져간 미국의 연방재정적자의 급격한 증가에 주목한다. 이러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 사이의 연관에 대해서 나중에 좀 더 자세하게 언급하기로 하자. 여기서는 단지 이른바 쌍둥이 적자라는 가설, 즉 미국 정부의 예산적자가 경상수지 적자를 유발했다는 주장은 연방재정이 흑자였고 또 앞으로도 당분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여겨졌던 지난 1996년부터 2000년 사이에 미국의 대외적자가 약 3,000억달러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만 지적하고자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쌍둥이적자라는 가설은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주요 선진국 다수가 미국과 같은 수준(GDP 내 비중으로 볼 때)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미국의 재정수지의 변화로는 지난 10년간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행태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국제자본 흐름의 변화와 글로벌 저축 과잉 그러면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급격한 증가세는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내 자신이 선호하는 설명방식은 지난 8년 내지 10년 동안 글로벌 저축과잉의 등장이라고 이해하는 지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러한 저축 과잉은 여러 가지 변화의 결과다. 나중에 좀 더 상세하게 논의하겠지만, 잘 알려진 저축 과잉의 한 가지 원천은 바로 인구노령화가 진행된 선진국들의 강력한 저축 동기인데, 인구노령화는 노동자들의 규모에 비해 은퇴인구의 규모가 조만간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노동력 인구가 느린 속도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은 높은 자본-노동 비율과 마찬가지로, 미국 이외의 다수 선진국경제들 역시 명백한 국내투자 기회의 결핍 상황에 직면하게 만든다. 높은 저축의 필요와 낮은 국내투자 수익률 전망의 결과로 선진국경제들은 집단적으로 볼 때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해외 대출을 추구하게 된다.(註 6) 비록 다수 선진국경제 편에서는 강력한 저축 동기가 글로벌 저축과잉에 기여하지만, 이들 나라의 저축 행태로는 지난 10년간 요구된 글로벌 저축의 증가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실제로 이들 나라들 중 다수(일본이 한 예다)는 최근 들어 가계저축이 감소하고 있다. 나중에 보겠지만, 아마도 글로벌 저축 공급의 증가세의 보다 중요한 원천은 최근 개발도상국들이 국제자본시장에서 자본의 순 수요자에서 순 공급자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아래 표 1은 서로 다른 나라 및 지역의 경상수지를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직전인) 1996년, 2000년 그리고 2004년 각각에 대해 십억 미국달러 단위로 보여줌으로써, 최근 글로벌 저축과 금융 자본흐름의 변화를 논의하기 위한 기초를 제공한다. 이러한 경상수지는 이전 시각이 요구하는 것과 같은 투자 및 저축률의 변화보다는 투자와 저축에서 실현된 패턴을 반영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의 패턴 및 실질금리의 변화에 대한 지식은 글로벌 저축의 수요 및 공급의 변화에 대해 유용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위 표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1996년부터 2004년 사이에 약 5,460억달러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원리상 세계 각국의 경상수지를 모두 더하면 제로(0)가 되어야 한다(물론 실제로는 표 1 하단의 수치로 볼 수 있듯이 자료수집 문제로 인한 통계적 오류가 존재한다). 1996년부터 2004년 사이에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5,460억달러 증가했다는 것은 그러므로 분명히 다른 나라에서 동일한 규모만큼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나라가 이런 변화를 경험했을까? 표 1에서 간단히 추측할 수 있듯이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의 증가세가 여타 선진국 전반에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물론 앞으로 보겠지만 일부 선진국들은 대규모 흑자전환을 실제로 경험했다). 선진국들의 총 경상수지는 1996년부터 2004년 사이 4,410억달러 이상 감소했는데, 이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 감소분 5,480억달러 중 불과 1,060억달러 정도만 여타 선진국의 흑자 증가세로 인해 상쇄되었을 뿐임을 보여준다. 표 1에서 보는 바처럼,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대규모 증가세는 개도국의 경상수지 변화와 짝을 이루는데, 개도국들의 총 경상수지는 1996년부터 2004년 사이 900억달러 적자에서 3,260억달러 흑자로 4,160억달러 순수하게 증가했다. 개도국들의 이러한 현격한 경상수지 상의 변화는 최소한 세 가지 의문을 제기하게끔 한다. 첫째, 어떠한 이벤트 혹은 요인들이 이런 변화를 유발했는가? 둘째, 어떤 인과관계가(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이러한 변화와 미국 및 여타 선진국들의 경상수지 변화 사이에 존재하는가? 셋째, 개도국 경상수지의 흑자전환이 여타 선진국과는 달리 미국에 차별적인 영향을 주었다면, 그 차이점을 유발한 요인은 무엇인가? 내 견해로는 개도국 경상수지의 변화의 핵심 원인은 지난 10여 년간 이들 국가가 경험한 일련의 금융위기에 있다. 1990년대 중반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순 자본수입 국가였다. 표 1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1996년에 신흥 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는 세계 자본시장에서 약 800억달러를 순 차입한 상태였다. 이렇게 유입된 자본이 항상 생산적인 곳에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어떤 개도국 정부는 필연적인 재정 건전화를 회피하기 위해 자본을 차입했고, 다른 경우는 금융시스템이 불투명하고 제대로 규제되지 않아 최고의 투자수익성이 보장되는 프로젝트로 차입된 자본이 분배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본 대출자의 신뢰가 추락하고 환율 및 해외통화로 발행된 단기채권의 과대평가 등의 요인들이 겹치면서 결국 1994년 멕시코, 1997~8년 다수 동아시아 국가들, 1998년 멕시코, 1999년 멕시코 그리고 2002년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고통스러운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러한 위기는 급격한 자본도피, 통화가치 급락, 국내 자산가격의 폭락, 금융시스템의 붕괴 그리고 경기침체를 수반했다. 이러한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신흥시장 국가들은 국제자본 흐름을 관리할 새로운 전략을 선택하거나 또는 불가피하게 강요받았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전략은 금융자본의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의 전환으로 이어졌으며, 어떤 경우에는 대규모 자본수출국이 탄생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자본흐름과 환율의 불안정정세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태국 같은 일부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축적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으로부터의 자본유입 중단에 따른 제약이 완화된 이후에도 이러한 축적을 지속했다. 늘어난 외환보유액은 필연적으로 이들 국가의 경상수지의 흑자로의 전환, 총자본유입 증가, 총 민간자본 유출 감소 혹은 이들 요소들의 결합으로 이어졌다. 표1에서 보듯이, 경상수지 흑자는 동아시아 외환보유액 축적의 중요한 원천이었다. 과거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최악의 사태에서는 벗어나 있었던 중국과 같은 나라도 향후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외환보유액을 늘렸다. 이렇게 축적한 외환보유액은 일종의 "군자금"으로 잠재적인 자본유출 상황에 완충장치로 사용되었다. 또한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게 된 데에는 자국 통화 가치의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수출주도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Dooley, Folkerts-Landau, and Garber, 2004). 통상 자국 내수가 국내 자원의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불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나라들이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을 도모한다. 1997~98년 금융위기 이후 수출을 장려한 다수 동아시아 국가들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높은 국내저축률을 기록했으나 국내 설비투자는 억제되었는데, 역시 이는 경상수지 강화로 이어졌다.(註 7) 실제로 이들 국가들은 자국 국민들에게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즉 국내저축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보유액을 늘렸고, 이후 이렇게 형성된 기금으로 미국 재무증권 및 여타 해외자산을 매입했다. 이들 국가의 정부는 마치 금융 중개기관처럼 기능하여 국내저축을 지역에서 국제자본시장으로 실어 날랐다. 이와 연관된 전략은 재정적자의 감소와 국채 발행 증가 양자로 형성된 기금으로 대외부채를 상환하여 부담을 줄이는데 집중되었다. 필연적으로 이러한 전략 또한 신흥시장 경제들을 경상수지 흑자로 이끌었다. 여기서도 다시 한번, 동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의 경상수지 흑자로의 전환이 표 1의 지역 및 개별국가의 데이터에서 확인된다. 지난 수년간 비선진국가들 사이에서의 경상수지 흑자로의 전환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은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이다. 석유수출국, 특히 중동과 러시아, 나이지리아 그리고 베네수엘라 등의 산유국들은 석유 판매액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늘어났다. 예를 들어, 표1이 나타내는 것처럼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총 경상수지 흑자는 1996년부터 2004년 사이에 무려 1,150억달러나 증가했다. 간단히 말해서 1990년대 중반부터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이 개도국 총경상수지 포지션의 대규모 전환을 이끌어 냈으며, 이 때문에 개도국 및 신흥시장 국가들 다수는 이제 국제자본시장에서 순 자본차입자가 아니라 순자본대출자가 되었다. 물론 전체 그룹으로서의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자체 경상수지를 줄이는 한에서만 그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를 늘릴 수 있다. 이런 일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최근 수년간 선진국들의 저축에 대한 유인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식의 견해를 지지하는 증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내가 지적한 바 있듯이 선진국의 인구학적 요인은 저축을 늘리게 하지 줄어들게 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선진 국가들의 총 대외수지의 필연적인 전환은 자산가격과 환율의 조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2000년 이전과 이후의 자산가격 변화의 패턴은 다소 차별적이지만 말이다.1996년경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주가가 국제금융시장에서 핵심 균형자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의 새로운 첨단기술의 개발과 적용 그리고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낮은 정치적 리스크, 강한 재산권 그리고 훌륭한 규제환경과 결합되면서 이 기간 동안 국제 투자자들에게는 미국경제가 예외적인 매력을 가진 존재가 되게끔 했다. 그 결과 투자자본이 미국으로 급격히 밀려들었고, 이는 주가 및 달러가치의 대거 상승세를 이끌었다. 여타 선진국들의 주가지수 역시 상승했지만, 이들 국가의 일인당 주식시가 총액은 미국에 비해 크게 낮았다. 선진국의 경상수지는 이러한 금융시장 조건의 변화에 따라 내생적으로 조정되었다. 나는 여기서 그러한 조정의 대부분을 담지한 미국의 경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무역 면에서 보자면 주식시장의 부의 증대는 미국 소비자들이 대량의 수입품을 포함한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늘리게 할 것이며, 강한 달러는 미국 수입품 가격을 낮추고(달러 기준) 수출품 가격을 높여(외화 기준) 무역수지 불균형을 증대시킬 것이다. 저축-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설비투자가 증가(수익창출 기회의 증대 판단 때문에)추세가 가계의 부의 증대와 또한 미래 소득증가 기대로 인해 미국 내국인이 저축에 대한 필요성을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되는 과정과 동시에 발생할 경우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1996년부터 2000년 사이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급격한 증가는 상당 부분 글로벌 저축의 증대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에 대한 투자 관심도 증가 양자에 의해 추동된 것이다.2000년 3월부터 시작된 증시 하락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신규 설비투자와 이를 위한 자본조달 수요는 위축된다. 그러나 소기의 글로벌 저축은 여전히 강한 수준을 유지했다. 교과서적인 분석에서는, 소기의 저축이 소기의 투자를 초과할 경우 글로벌 저축에 대해 시장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실질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미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실질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물가연동국채(TIPs) 가격에 내포된 10년 실질금리 수준이 2000년 3월 4.3%에서 현재는 1.8% 수준으로 하락했다. 영국, 프랑스 그리고 일본의 경우 동일한 금리가 각각 1.8%, 1.4% 그리고 0.4%로 낮은 상황이다. 미국으로 시각을 국한해서 보자면, 이러한 낮은 장기금리는 수수께끼이지만, 글로벌한 관점에서는 그렇지가 않다.(註 8) 주가하락 이후 신규설비투자의 둔화는 미국 경상수지에 대한 글로벌 저축 과잉의 순 영향을 그다지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의 낮은 저축률의 주된 원인은 높은 주가가 아니라 낮은 실질금리로 변화되어 그 전달 메커니즘 자체는 변화되었다. 특히 지난 수년간 글로벌 저축과잉의 핵심 자산가격 효과는 주로 주택시장을 통해 나타났는데, 이는 모기지금리가 낮아져 주택건축 수준이 사상 최대규모에 이르고 또한 주택가격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가치의 상승은 2003년부터 개시된 증시의 회복세와 함께 최근까지 미국가계의 부-소득비율(wealth-income ratio)을 5.4배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1999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 6.2배에 접근하는 동시에 장기(1960~2003) 평균인 4.8%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주택을 통한 부의 연장은 - 가계가 재융자 및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 국내저축률을 낮게 유지하게끔 했고, 실제로는 연방재정 전망의 악화와 더불어 저축률은 더욱 끌어내렸다. 최근에는 미국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주기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주택건설 투자가 여전히 강함에 따라 국내저축 부족규모는 더욱 확대되었으며, 이는 경상수지 적자가 더욱 확대되고 미국의 자본유입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註 9) 이제까지 내가 소묘한 그림에 따르면, 미국 국경 외부에서 전개된 일련의 사태, 즉 신흥시장 국가들로 하여금 국제 차입자에서 대부자로 전환하도록 만든 금융위기와 같은 이벤트가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전개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런 사태의 영향은 주로 주가, 주택가격, 실질금리 그리고 달러환율 등의 내생적인 변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여기서 소기의 글로벌 저축 증가에 따른 경상수지 영향이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미국에 좀 더 치중되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1990년대 첨단기술 붐 기간 동안 투자 목적지로서 미국이 지닌 매력과, 또한 미국 금융시장의 깊이와 세련됨(이는 다른 무엇보다 미국 가계로 하여금 주택의 부에 손쉽게 접근하도록 해주었다)이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또다른 요인으로는 미국달러화의 특수한 국제적 지위를 들 수 있다. 미국 달러화는 지배적인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그리고 일부 신흥시장 국가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관리하는 준거점으로 달러화를 이용하기 때문에, 개도국에서 흘러나온 저축은 미국 재무증권과 같은 달러표시 자산으로 상대적으로 좀 더 많이 흘러들어가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글로벌 저축 흐름의 효과는 미국의 금리 및 달러화 가치변화를 감안할 때 불균형한 모습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달러화가 기축통화가 아니었다면 1990년대 후반 달러화는 좀 더 강세를 보였을 것이고, 이는 미국 경상수지에 대한 영향을 개선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수년간 미국이 경험한 것이 실제로 사람들이 선뜻 생각하는 것처럼 여타 선진국들의 경험과는 다른 유니크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호주 그리고 영국 등 미국을 제외한 다수의 핵심 선진국들도 1996년 이후 경상수지가 대폭 적자로 전환되었다. 이런 주요 선진국들의 추세에서 대표적인 예외는 독일과 일본으로, 이들 두 나라는 1996년에서 2004년 사이 경상수지 흑자가 대폭 증가했다. 이들 두 그룹의 핵심 차이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쪽은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의 대폭 상승 및 가계의 부의 증가를 경험한 반면,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느린 성장세를 보인 독일과 일본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996년 이래 부-소득비율이 프랑스 14%, 이태리 12% 그리고 영국은 27% 각각 개선되었고 이들 국가들은 전술한 바와 같이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독일과 일본의 부-소득비율은 거의 보합을 유지했다.(註 10) 이러한 가계의 부의 증가와 경상수지의 적자로의 전환 사이의 연관은 내가 오늘 앞서 제시한 메커니즘과 일치한다. 경제 및 정책적 함의 나는 오늘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대규모로 증가하는 것에 대해 다소 이례적인 설명 방식을 제시했다. 그 설명방식은 최근 미국 경상수지의 전개양상을 추동한 요인들이 개도국 및 신흥시장 국가들의 경상수지의 매우 큰 규모의 전환, 즉 이들 국가들을 국제자본시장에서 순차입자에서 대규모 대부자로 전환시킨 어떤 전환에 있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개도국의 이러한 전환과 독일 및 일본 그리고 일부 선진국들의 높은 저축성향이 글로벌 저축 과잉으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저축 공급의 증가는 주식시장 붐 기간중에는 미국 주식가치를 부양했고 보다 최근에는 미국 주택가치가 상승하도록 지원했으며, 그 결과 미국의 국내저축률을 낮추고 경상수지 적자가 증가하게끔 만든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변화는 경제적으로 이로운가 아니면 해로운가? 확실히 이러한 변화는 상당히 이로운 것이다. 가장 분명한 사실은 경상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킨 개도국 및 신흥시장 국가들은 외채를 줄이고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며 금융위기 발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러한 목적들 각각을 이루는데 대부분 성공했다. 따라서 이들 경제의 차입자에서 대부자로의 지위변화는 그들이 1990년데 직면했던 일부 문제점들을 단기적으로나마 경감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와 같은 국제자본흐름의 패턴이 지속된다고 한다면 결국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도국이 발전된 선진국 경제에 대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당히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선진국 노동자들은 개도국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질 높은 자본이 풍부하다. 더구나 이미 지적한 바처럼, 이들 국가의 인구는 느리게 증가하는 동시에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향후 수십 년간 은퇴한 노동자들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20세에서 64세 사이의 인구 100인당 65세 이상 인구의 규모가 21명 정도에 이르고 있는데, 유엔(UN)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이 비율은 100대 34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유로존과 일본의 경우 이 비율은 각각 100대 46과 100대 57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그리고 남은 21세기 동안 여타 선진국의 인구 노령화 속도가 미국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2050년에는 미국의 근로인구 100인당 은퇴인구의 비율이 2030년과 동일한 34명 수준에 머물 것이지만, 유로존과 일본의 경우 각각 60명 및 78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는 다수 주요 선진국들, 특히 일본과 일부 서유럽 국가들은 저축을 늘리고(미래 은퇴자에 대비하여) 국내 투자기회를 점차 제한할(노동인력이 가소하고 자본/노동비율이 이미 너무 높으므로) 충분한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노동인구가 젊고 빠르게 증가할 뿐 아니라 자본/노동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들 국가의 자본투자 수익률이 잠재적으로 상당히 높을 수 있다.(註 11) 따라서 기초 경제논리로 보면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이 집단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개도국에 이를 대부해야 하는 것이지, 그 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금융자본이 이런 "자연적인" 방향으로 흐른다면 선진국의 저축자들은 잠재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벌어들일 것이고 투자 다각화의 결과를 향유할 것이며, 개도국의 차입자들은 경제성장과 더 높은 생활수준의 달성을 촉진하는데 필요한 설비투자를 위한 자본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개도국으로 유입된 자본이 이러한 혜택을 확실히 창출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개도국이 투자여건의 개선을 위해 좀 더 진전해야 한다.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논할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대외부채를 가진 미국과 여타 선진국들에서의 국제적 신용의 활용에 대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경기주기 상 그리고 여타 이유에서) 기업들의 설비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낮고 또한 미국 및 다수 국가들의 조세 및 금융시스템이 주택보급을 촉진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선진국으로 최근 유입된 자본 중 대부분은 주택건설의 증가와 주택가격의 상승을 유발했다. 주택가격의 상승은 다시 가계가 소비를 늘리게끔 만들었다. 물론 주택보급률 및 가계소비의 증가 자체는 둘 다 좋은 것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주거지 투자 외적인 부분, 즉 기업의 새로운 기계 구입 등에 의해 추동될 가능성이 높다. 유입된 자본이 주거지건설 및 특히 경상 소비지출의 증가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더 많이 흐를수록, 대외부채 상환을 위한 장래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자본흐름의 패턴에 대한 세 번째 우려는 이를 흡수하는 경제의 부문 구성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으로부터 나온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제조업과 같은 수출주도 부문은 미국의 무역 불균형으로 인해 제약을 받아왔으며(물론 최근 달러화의 약세는 이러한 압력을 다소 경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비교역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주택건설 부문 등은 급격히 성장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상환해야 하는 외채 때문에 미국은 대규모의 건강한 수출산업을 필요로 할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의 현존에 비해 이런 산업의 상대적인 위축은 - 장래에 이러한 위축상황은 역전될 수도 있겠지만 - 이들 산업 내 기업과 노동자들의 조정이라는 실질적인 비용을 부과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는 특히 해외자본의 대규모 유입을 요구한다. 오늘 논의한 바대로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원천은 본질상 중기적 혹은 심지어 장기적인 것으로, 비록 적정한 균형수지로의 복귀에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결국에는 그 상황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이러한 전체적인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무질서한 조정 리스크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며, 정책결정자들은 그러한 사태의 진전을 제어하기 위해 적절하고 신중한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은 무엇인가? 나는 오늘 미국 재정적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낮게 보았으며, 또한 가끔 듣는 얘기지만 재정수지 균형을 되찾는 것 자체로 경상수지 적자의 위험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는 식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연방예산의 감소가 낮은 금리를 이끌어 내는 한에서 그 기본적인 효과는 경상수지 적자의 감소보다는 국내 소비와 투자지출의 증대로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방재정 적자가 1달러 감소할 때 경상수지 적자 감소 폭은 0.20달러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Erceg, Guerrieri, and Gust, 2005). 이러한 결과는 심지어 당장 재정적자가 균형을 찾는다고 해도 경상수지 적자 감소 폭은 GDP의 1%포인트 미만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비록 나는 연방 재정수지가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더라도 이것이 경상수지 적자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재정적자를 줄이자는 것은 여전히 올바른 관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비록 재정적자의 감소가 경상수지 적자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완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그러한 방향성만은 올바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은 납세자들이 장래에 부담해야 할 부채상환 부담을 줄이는 것이란 점 등 다른 여러 가지 점에서도 좋은 일이다. 세금 혜택을 주는 저축수단을 도입하는 식으로 미국 가계의 저축을 늘리라는 정책 권고에 대해서도 이상과 동일한 관점이 적용된다. 비록 저축에 우호적인 정책이 미국 경상수지 적자에 미치는 영향은 극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방향은 올바르다. 더구나 미국의 국내저축이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서 증가하는 것은 노동생산성 및 부의 창출을 지지하고 우리 사회가 미래를 위해 더욱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내가 주장했듯이 방대한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핵심 원인들 중 일부는 미국 외적인 것으로, 순수한 대내 정책만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따라서 개도국들이 국제자본시장에 대부자가 아니라 차입자라는 좀 더 본연의 자세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려하는 좀 더 직접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개도국은 거시경제 안정성 고양, 재산권 강화, 부패 축소 그리고 자유로운 자본유입에 대한 장벽의 제거 등을 통해 투자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개도국이 금융제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예를 들어 은행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 투명성을 개선하도록 함으로써, 금융위기 발생 리스크를 완화하고 따라서 이들 국가들의 자본유입에 대한 수용의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의욕 양자를 모두 고취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 자유화는 특히 매력적인 선택으로, 이는 자본이 가장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분에 유입되도록 하고 또한 차입 제약요인을 완화함으로써 국내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 또 다른 변화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어 신흥시장 국가들이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해 점차 인식하고 또한 보다 유연한 환율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외환보유액 축적 속도는 둔화될 것이다. 동아시아 및 여타 신흥시장의 국내투자는 금융위기 이후 억압된 수준에서 결국 회복될 것이며, 이것이 흑자 저축액을 줄이게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배후에 놓인 국내적이며 국제적인 다양한 요인들은 오직 점진적으로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참을성을 가지고 글로벌 저축의 좀 더 많은 부분이 미국에서 벗어나 나머지 세계경제로, 특히 개도국으로 재이동할 수 있는 여건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문헌Dooley, Michael, David Folkerts-Landau, and Peter Garber (2004). "Direct Investment, Rising Real Wages, and the Absorption of Excess Labor in the Periphery,"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working paper 10626 (July).Erceg, Christopher, Luca Guerrieri, and Christopher Gust (2005). "Expansionary Fiscal Shocks and the Trade Deficit." International Finance Discussion Paper 2005-825. Washington: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January).Greenspan, Alan (2005). "Current Account." Speech at Advancing Enterprise 2005 Conference, London, February 4. 후주1. 2004년 미국 자본 유출액이 8,180억달러에 이름에 따라, 총 금융수요는 1조4,000억달러를 초과했다.2. 데이빗 보우먼(David Bowman), 요셉 가뇽(Joseph Gagnon), 린다 콜(Linda Kole) 그리고 마리아 페로젝(Maria Perozek) 등 연준리 스탭의 훌륭한 지원에 감사드린다.3.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보전은 엄격하게 보면 대외 채권발행 뿐 아니라 해외 및 국내 자산매각까지 포함하지만, 단순화를 위해 나는 이를 지칭하기 위해 "순 해외차입"이란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표1의 주석에서 설명했듯이, 미국의 총 해외차입은 순 해외차입에 비해 훨씬 큰데, 이는 총 차입액은 경상수지 상의 적자 뿐 아니라 미국에서의 자본유출까지 모두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해야 하기 때문이다.4. 이러한 설비투자(capital investment)에 대한 정의에서는 연구개발(R&D) 지출과 같은 비실체적인 다수 투자형태를 무시한다. 이는 또한 인적자본, 예를 들어 교육비지출과 같은 투자도 무시한다. 투자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정의를 사용할 경우 미국 저축 및 투자 주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상당히 큰 폭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런 주제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5. 경제분석국(BEA)은 도로 혹은 학교 등에 대한 정부 투자를 국민소득계정 내의 국내저축의 일부로서 다룬다. 따라서 엄격하게 말하자면, 국내저축은 정부의 예산적자 전체가 아니라 정부의 투자를 제외한 예산적자로 차감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투자와 국내저축에 대한 암묵적 조정이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국내투자와 국내저축 사이의 차액은 이러한 수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6. "매우 바람직한 저축"이란 말은 저축의 어떠한 공급곡선(공급표 supply schedule)이 상당히 오른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혹은 실현된 저축은 실질금리와 여타 경제적 변수들의 균형가치에 의존한다.7. 자본과잉, 취약한 기업의 재무구조 그리고 높은 수준의 은행 부실여신 등 금융위기의 산물들이 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에서의 국내투자의 감소의 원인을 설명해준다.8. 내가 글로벌 저축의 과잉이 실질금리에 미치는 가능한 영향들에 대해 지적할 때, 다른 요인들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거시경제 및 화폐적 안정성으로 인한 리스크 프리미엄의 감소 역시 부분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9. 그린스펀(2005)은 미국 모기지 부채와 미국 경상수지 적자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에 대해 지적했다.10. 이들 데이터는 2004년 OECD 경제전망 보고서 제 76호의 226페이지 부속 표 58(Annex Table 58, OECD Economic Outlook, vol. 76, 2004, p. 226.)에서 나온 것이다. 독일과 영국의 경우 가장 최근의 가용 데이터는 2003년, 프랑스, 이태리 그리고 일본의 경우는 2002년 것 밖에 없었다.11. 개도국이 젊은 인구학적 구성을 가진다는 면에서 중국은 중요한 예외에 속한다. 중국의 출생률은 1970년대부터 하락했으며, 21세기 중반이면 노년층 의존비율이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