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언제쯤 금리인상 추세를 중단할 것인가.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국제금융시장은 이 같은 질문에 사로잡혀 있다.美 유력 주간금융지 배런스 온라인 최신호는 연준리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에 대한 분석기사("Leaky Balloon: Greenspan's End Game")에서 "이번 연준리의 금리인상 결정은 긴축주기의 종료로 기록되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추세의 종료의 개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인상 중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검토했다.이들은 현재 금융시장이 이미 나름대로 향후 추세를 반영하고 있고, 실질금리의 하락이 경제의 무기력증을 대변하고 있으며 글로벌 유동성과 유휴자본의 존재, 글로벌 긴축추세의 역전 가능성, 경기선행지수의 하락 그리고 나아가 헤지펀드발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과 주택시장의 붕괴 가능성까지 금리인상을 중단하게끔 만들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실제로 금융시장은 인내심을 잃고 있다.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할 것이라는 의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상황이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채권시장의 랠리가 이어졌다. 또 지난 주 주식시장은 채권금리의 하락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굴복하려는 징조를 나타냈다.이번 주는 미국 연준리가 연방기금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1%에서 8차례 연속 금리 25bp인상을 통해서 3%까지 인상한 지 만 1년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연방금리 선물시장과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이번 6월 FOMC에서도 25bp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준리 언제쯤 금리인상 중단 시사할 것인지 의문 증폭그러나 FOMC가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제대로 밝힐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연준리는 긴축정책을 구사하면서도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자신들의 정책의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느라 고전했다. 그리고 실제로 연준리는 이러한 시도에 성공했다. 이른바 “공포지수(fear gage)”라고 알려진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에서 보이듯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8차례 연속 금리인상 이후 맞이하는 이번 FOMC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자신의 의장직 사퇴를 남겨둔 최종 몇 달간의 계획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하고자 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있는 중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내년 1월에 연준리 이사 임기가 만료되지만, 일부 특수한 조건 하에서 임기를 연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FOMC 성명서가 이러한 향후 정책의도에 대한 힌트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린스펀 의장은 다음 달 의회에서의 반기 통화정책 관련 증언에서 이런 계획에 대해 언급할 수도 있다.현재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연준리는 6월 이후에 약 두 차례 내지 세 차례 금리를 추가로 인상, 연방금리가 연말까지 3.75% 내지 4%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방금리선물시장은 12월까지 연방금리가 3.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경제전문가들이나 선물시장의 전망은 모두 통화당국이 정책의 “경기부양(accommodation)" 기조를 제거하기 위한 “신중한”(25bp 금리인상을 암시하는 코드) 속도의 금리인상이라는 수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 전망에서는 연초에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주장과 6월까지 기준금리를 5%까지 추가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엇갈리는 등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최근 거시지표는 미국 경제가 약 3%~3.5% 실질 경제성장률 및 5%초반의 실업률을 유지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연준리는 계속해서 단기금리를 이른바 “중립”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중립적인 수준이란 누구도 모르지만, 그린스펀 의장은 우리가 그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현재 금융시장은 기존 통념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립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이정표는 이제까지 경과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GDP성장률 수치와는 달리, 갈수록 올해 하반기 경기둔화 전망을 지시하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통화정책 담당자들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투기적 버블의 붕괴에 의해 촉진된 경기하락 이후 등장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경기회복에 대해 흔해 빠진 경기회복과 동일하게 다루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실제로 연준리 관계자들은 금리인상 시도에 직면하여 오히려 금리하락세를 나태내고 있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자유로운 시장에 대해 구두개입에 나설 때에는 마치 소비에트 중앙계획 입안자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포스트 버블 시기에는 경제와 자본 투자수익률이 취약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글로벌 경제 모두 금리가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부인한다.◆또 다른 이례성, 실질금리 하락은 경제의 무기력증 반영분명한 것은 뱅크 크레딧 애널리스트(Bank Credit Analyst) 최신호에서는 “만약 시장이 이전 경기주기와 동일한 상태에 있으려면 10년물 국채금리가 4% 수준이 아니라 5.5% 수준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는 결코 전형적이지 않다. 그린스펀 의장은 단기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가 거의 전례 없이 하락한 점에 대해 “수수께끼(conundrum)”라고 언급해 유명세를 탔는데, 이 말은 최근 들어 “주택시장 버블”이란 표현과 함께 대단히 자주 언급된 단어가 되었다.연준리가 지난 1년 동안 200bp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10년물 재무증권 금리는 75bp 하락하여 4% 이하를 기록 중이다.연준리의 긴축 사이클 중 대부분의 경우 채권시장은 연준리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채권 수익률의 하락은 주로 인플레이션 프리미엄의 하락보다는 “실질” 금리의 하락을 주로 반영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물가연동국채(TIPs)의 수익률은 50bp 하락하여 모두 좀 더 낮은 실질 금리를 반영하고 있다.바로 이 지점이 핵심이다. 즉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장기금리의 하향안정세를 성장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보는 반면, 이 경우 실질금리의 하락은 기실 경제적인 무기력증의 징후라고 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글로벌 여건의 변화: 유휴자본의 존재그린스펀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은 글로벌 여건의 변화에 놓여있을 것이다. 최근 부시행정부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으로 선출되었으며, 그린스펀 의장의 유력한 후임자로 지목되기도 했던 벤 버낸키(Ben S. Bernanke) 전 연준리 이사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는 글로벌 저축의 과잉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출한 바 있다. 전 세계의 과잉저축이 미국으로 흘러들고 있으며, 미국인들이 이 돈을 빌려 소비에 여념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리 상승과 달러화 약세가 억제되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런던소재 분석업체인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Independent Strategy)는 미국과 여타 선진국에서의 기업 설비투자의 부족이 문제이지 글로벌 저축의 과잉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2000년 첨단기술주 버블의 붕괴 이후, 설비투자가 고점에 도달했던 2000년 3/4분기부터 저점에 이른 2003년 3/4분기 사이 미국 기업들의 순 설비투자는 3,750억 달러나 급감했다.물론 이 시점 이후 기업들은 다시 설비투자를 늘리기는 했지만, 주로 보유현금을 배당의 확대, 자사주환매 그리고 기업 인수합병 등에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는 기업들이 1990년대의 야단법석 이후 다수 산업분야에서 과잉 생산설비가 존재하고 있다고 판단, 보유한 현금을 설비투자에 활용하여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수익률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보여준다.이처럼 놀려둔 자본이 전 세계시장을 돌아보면서 배회하고 있는 사이 자본시장의 리스크에 대해 최소 공통분모인 국채수익률은 계속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채권과 정크본드 그리고 당연하게도 헤지펀드와 부동산 등을 통해 고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여타 증권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만약 버낸키가 주장하는 바대로 미국이 글로벌 과잉저축 자본을 흡수하고 있다면 미국의 금리는 미국 외부의 다른 세계에서의 가용금리 수준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그 결과 그린스펀 사단의 사실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연준리의 금리, 신용, 자본흐름 그리고 따라서 경제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일본 투자자들은 1.25% 수익률을 기록 중인 10년물 일본 국채(JGB)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처를 찾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4%에 이르는 미국 재무증권 수익률은 독일 분트채 동일만기 수익률 3.15%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한편 올해 들어 美 달러화 가치가 당초 시장의 컨센서스 전망치와는 달리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연이 아니다. 유로존 경제를 마비상태에서 건져내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가 금리를 계속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 연준리는 꾸준히 금리인상 추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가 특히 유로화 대비 부양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긴축추세의 역전과 경기선행지수의 하락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금리인상 주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지난 주 스웨덴 리스크방크(Riskbank)가 단기금리를 당초 시장의 전망치의 두 배인 50bp나 인하했다. 이는 곧장 ECB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최근까지 금리인상 추세의 첨단에 서있던 영란은행(BOE)은 통화정책위원 중에서 주요한 두 사람이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주목받았다.연준리가 미국 단기금리를 계속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금리인상을 주도하고 있지만, 다양한 지표들은 경기여건이 하락세로 변화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 지난 주 발표된 미국 5월 경기선행지수는 예상보다 큰 폭인 0.5% 하락했다. 약 6개월 내지 9개월 경기의 흐름을 미리 예상하는 이 지표는 지난 5개월 동안 4개월이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지난 12개월 동안 9개월 하락세가 나타났다.이러한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세를 이끈 요인들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앞서 지적한 수익률곡선의 평탄화, 즉 단기금리 상승세 비해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양상이었다. 수익률곡선의 평탄화는 다른 어떤 지표들보다 훌륭한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기선행 지표의 특징을 기각한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수익률곡선이 채권투자자들의 매매전략에 따라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지선행지수는 전체 지수 내에서 수익률곡선이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조정될 예정이다.선도적인 기관 머니매니지 업체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rter Associates)는 지난 주 보고서에서 경기선행지수로부터 금융지표 구성부문을 제거하더라도 지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뱅크 크레딧 애널리스트(BCA)는 “시장이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결론을 성급하게 내려서는 안 된다. 금융자산 가격의 추세는 종종 경제지표에서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펀더멘털한 동인들을 예상하는 정확한 선행지표가 되곤하기 때문이다”라고 단언했다.중앙은행의 노멘클라투라는 이러한 시장의 징조에 대해 명백한 불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노던 트러스트(Northern Trust Co,)의 경제분석 담당이사 폴 카스리엘(Paul Kasriel)은 “그린스펀은 수익률곡선에 대해서는 맹점(盲點)을 지닌 듯 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수익률곡선이 역전된 1988년과 2000년의 경우에도 모두 무시했다. 그린스펀이 주목한 유일한 경기침체의 사례는 1987년 및 그 이후 진행된 기간 밖에 없다.연준리와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마찬가지로 또 다른 가공할 만한 지표인 통화 공급량 지표에 대해서도 맹점을 가지고 있다. 매주 변화되는 통화 공급 수치의 변화에 종속되어 움직이는 것은 25년 전에나 유행했던 것으로 지금에 와서는 바보취급 받기 딱 좋은 태도다. 그러나 통화 공급 증가율의 장기적인 추세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이런 이유에서 경기선행지수의 10개 구성요소 중 하나가 된다. 다만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한 실질 통화 공급 증가율은 실질적으로 거의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경기부양 요인이 되지 않고 있다.데이빗 로젠버그(David A. Rosenberg) 메릴린치 소속 수석 북미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나갔다. 그는 “코어” 인플레이션(변동성이 심한 식품 및 에너지 제외) 수준이 현재 2.2% 수준이지만, 2006년에는 1.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상승했지만, 로젠버그는 여타 산업 원자재 가격이 거꾸러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한편 지난 주말 발표된 5월 내구재주문 지표는 무려 5.5%나 증가하면서 기대치를 상회했지만, 항공기를 제외한 민간 자본재 주문은 2.3% 감고했고 지난 3개월 동안 연율 5.1% 감소세를 나타내는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로젠버그는 연준리가 다음 달 의회에 제출하는 경제전망 보고서의 기조를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8월 FOMC에서 3.5%로 금리가 인상될 것인지 여부가 의문시 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참고로 현재 연방금리 선물시장은 8월 금리인상을 당연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금리인상 중단 유발 가능성: 헤지펀드발 금융사고, 주택거품 붕괴그렇다면 연준리가 신중한 금리인상 추세를 중단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존재하는가? 당연히 연준리의 긴축 사이클 이후에 거의 항상 뒤이어 발생하곤 하는 금융사고(financial accident)가 그런 요인이 될 수 있다. 지금에서는 헤지펀드가 그러한 가능성을 높이는 주된 요소다. 지난 달 신용평가기관의 GM 신용등급의 강등 이후 전환사채 등을 통한 파생상품 차익거래 포지션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환매를 지속함에 따라 헤지펀드가 추가적인 압력에 시달릴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주택시장 또한 자주 인용되는 요인들 중 하나다. 신문을 펼칠 때나 TV를 볼 때면 매일 나오는 주택시장 버블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들은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신규 및 기존 주택 매매, 신규주택착공 및 주택건설 재고가 여전히 강력하며, 그 기초부분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노던 트러스트의 카스리엘 이사는 모기지 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급격히 줄어든 점은 시사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규제당국 또한 이자한정 대출(Intrest-Only loan)이나 마이너스 분할상환 ARM등 다소 과도한 종류의 대출관행에 대해 정밀조사에 착수했다.그러나 지난 주말까지 금융시장은 금리와 경제에 대해 분명히 신호를 보낸 것으로 판단된다. 주식시장은 급격히 하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 이하에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채권시장 강세론자들은 시장보다 자신의 생각이 더 옳다고 생각하는 중앙은행 담당자가 아니라면 이런 시장의 흐름에 저항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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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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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