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언제쯤 금리인상 추세를 중단할 것인가.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국제금융시장은 이 같은 질문에 사로잡혀 있다.美 유력 주간금융지 배런스 온라인 최신호는 연준리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에 대한 분석기사("Leaky Balloon: Greenspan's End Game")에서 "이번 연준리의 금리인상 결정은 긴축주기의 종료로 기록되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추세의 종료의 개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인상 중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검토했다.이들은 현재 금융시장이 이미 나름대로 향후 추세를 반영하고 있고, 실질금리의 하락이 경제의 무기력증을 대변하고 있으며 글로벌 유동성과 유휴자본의 존재, 글로벌 긴축추세의 역전 가능성, 경기선행지수의 하락 그리고 나아가 헤지펀드발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과 주택시장의 붕괴 가능성까지 금리인상을 중단하게끔 만들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실제로 금융시장은 인내심을 잃고 있다.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할 것이라는 의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상황이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채권시장의 랠리가 이어졌다. 또 지난 주 주식시장은 채권금리의 하락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굴복하려는 징조를 나타냈다.이번 주는 미국 연준리가 연방기금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1%에서 8차례 연속 금리 25bp인상을 통해서 3%까지 인상한 지 만 1년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연방금리 선물시장과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이번 6월 FOMC에서도 25bp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준리 언제쯤 금리인상 중단 시사할 것인지 의문 증폭그러나 FOMC가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제대로 밝힐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연준리는 긴축정책을 구사하면서도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자신들의 정책의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느라 고전했다. 그리고 실제로 연준리는 이러한 시도에 성공했다. 이른바 “공포지수(fear gage)”라고 알려진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에서 보이듯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8차례 연속 금리인상 이후 맞이하는 이번 FOMC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자신의 의장직 사퇴를 남겨둔 최종 몇 달간의 계획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하고자 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있는 중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내년 1월에 연준리 이사 임기가 만료되지만, 일부 특수한 조건 하에서 임기를 연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FOMC 성명서가 이러한 향후 정책의도에 대한 힌트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린스펀 의장은 다음 달 의회에서의 반기 통화정책 관련 증언에서 이런 계획에 대해 언급할 수도 있다.현재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연준리는 6월 이후에 약 두 차례 내지 세 차례 금리를 추가로 인상, 연방금리가 연말까지 3.75% 내지 4%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방금리선물시장은 12월까지 연방금리가 3.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경제전문가들이나 선물시장의 전망은 모두 통화당국이 정책의 “경기부양(accommodation)" 기조를 제거하기 위한 “신중한”(25bp 금리인상을 암시하는 코드) 속도의 금리인상이라는 수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 전망에서는 연초에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주장과 6월까지 기준금리를 5%까지 추가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엇갈리는 등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최근 거시지표는 미국 경제가 약 3%~3.5% 실질 경제성장률 및 5%초반의 실업률을 유지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연준리는 계속해서 단기금리를 이른바 “중립”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중립적인 수준이란 누구도 모르지만, 그린스펀 의장은 우리가 그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현재 금융시장은 기존 통념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립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이정표는 이제까지 경과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GDP성장률 수치와는 달리, 갈수록 올해 하반기 경기둔화 전망을 지시하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통화정책 담당자들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투기적 버블의 붕괴에 의해 촉진된 경기하락 이후 등장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경기회복에 대해 흔해 빠진 경기회복과 동일하게 다루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실제로 연준리 관계자들은 금리인상 시도에 직면하여 오히려 금리하락세를 나태내고 있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자유로운 시장에 대해 구두개입에 나설 때에는 마치 소비에트 중앙계획 입안자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포스트 버블 시기에는 경제와 자본 투자수익률이 취약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글로벌 경제 모두 금리가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부인한다.◆또 다른 이례성, 실질금리 하락은 경제의 무기력증 반영분명한 것은 뱅크 크레딧 애널리스트(Bank Credit Analyst) 최신호에서는 “만약 시장이 이전 경기주기와 동일한 상태에 있으려면 10년물 국채금리가 4% 수준이 아니라 5.5% 수준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는 결코 전형적이지 않다. 그린스펀 의장은 단기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가 거의 전례 없이 하락한 점에 대해 “수수께끼(conundrum)”라고 언급해 유명세를 탔는데, 이 말은 최근 들어 “주택시장 버블”이란 표현과 함께 대단히 자주 언급된 단어가 되었다.연준리가 지난 1년 동안 200bp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10년물 재무증권 금리는 75bp 하락하여 4% 이하를 기록 중이다.연준리의 긴축 사이클 중 대부분의 경우 채권시장은 연준리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채권 수익률의 하락은 주로 인플레이션 프리미엄의 하락보다는 “실질” 금리의 하락을 주로 반영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물가연동국채(TIPs)의 수익률은 50bp 하락하여 모두 좀 더 낮은 실질 금리를 반영하고 있다.바로 이 지점이 핵심이다. 즉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장기금리의 하향안정세를 성장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보는 반면, 이 경우 실질금리의 하락은 기실 경제적인 무기력증의 징후라고 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글로벌 여건의 변화: 유휴자본의 존재그린스펀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은 글로벌 여건의 변화에 놓여있을 것이다. 최근 부시행정부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으로 선출되었으며, 그린스펀 의장의 유력한 후임자로 지목되기도 했던 벤 버낸키(Ben S. Bernanke) 전 연준리 이사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는 글로벌 저축의 과잉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출한 바 있다. 전 세계의 과잉저축이 미국으로 흘러들고 있으며, 미국인들이 이 돈을 빌려 소비에 여념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리 상승과 달러화 약세가 억제되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런던소재 분석업체인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Independent Strategy)는 미국과 여타 선진국에서의 기업 설비투자의 부족이 문제이지 글로벌 저축의 과잉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2000년 첨단기술주 버블의 붕괴 이후, 설비투자가 고점에 도달했던 2000년 3/4분기부터 저점에 이른 2003년 3/4분기 사이 미국 기업들의 순 설비투자는 3,750억 달러나 급감했다.물론 이 시점 이후 기업들은 다시 설비투자를 늘리기는 했지만, 주로 보유현금을 배당의 확대, 자사주환매 그리고 기업 인수합병 등에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는 기업들이 1990년대의 야단법석 이후 다수 산업분야에서 과잉 생산설비가 존재하고 있다고 판단, 보유한 현금을 설비투자에 활용하여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수익률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보여준다.이처럼 놀려둔 자본이 전 세계시장을 돌아보면서 배회하고 있는 사이 자본시장의 리스크에 대해 최소 공통분모인 국채수익률은 계속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채권과 정크본드 그리고 당연하게도 헤지펀드와 부동산 등을 통해 고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여타 증권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만약 버낸키가 주장하는 바대로 미국이 글로벌 과잉저축 자본을 흡수하고 있다면 미국의 금리는 미국 외부의 다른 세계에서의 가용금리 수준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그 결과 그린스펀 사단의 사실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연준리의 금리, 신용, 자본흐름 그리고 따라서 경제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일본 투자자들은 1.25% 수익률을 기록 중인 10년물 일본 국채(JGB)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처를 찾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4%에 이르는 미국 재무증권 수익률은 독일 분트채 동일만기 수익률 3.15%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한편 올해 들어 美 달러화 가치가 당초 시장의 컨센서스 전망치와는 달리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연이 아니다. 유로존 경제를 마비상태에서 건져내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가 금리를 계속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 연준리는 꾸준히 금리인상 추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가 특히 유로화 대비 부양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긴축추세의 역전과 경기선행지수의 하락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금리인상 주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지난 주 스웨덴 리스크방크(Riskbank)가 단기금리를 당초 시장의 전망치의 두 배인 50bp나 인하했다. 이는 곧장 ECB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최근까지 금리인상 추세의 첨단에 서있던 영란은행(BOE)은 통화정책위원 중에서 주요한 두 사람이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주목받았다.연준리가 미국 단기금리를 계속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금리인상을 주도하고 있지만, 다양한 지표들은 경기여건이 하락세로 변화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 지난 주 발표된 미국 5월 경기선행지수는 예상보다 큰 폭인 0.5% 하락했다. 약 6개월 내지 9개월 경기의 흐름을 미리 예상하는 이 지표는 지난 5개월 동안 4개월이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지난 12개월 동안 9개월 하락세가 나타났다.이러한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세를 이끈 요인들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앞서 지적한 수익률곡선의 평탄화, 즉 단기금리 상승세 비해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양상이었다. 수익률곡선의 평탄화는 다른 어떤 지표들보다 훌륭한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기선행 지표의 특징을 기각한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수익률곡선이 채권투자자들의 매매전략에 따라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지선행지수는 전체 지수 내에서 수익률곡선이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조정될 예정이다.선도적인 기관 머니매니지 업체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rter Associates)는 지난 주 보고서에서 경기선행지수로부터 금융지표 구성부문을 제거하더라도 지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뱅크 크레딧 애널리스트(BCA)는 “시장이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결론을 성급하게 내려서는 안 된다. 금융자산 가격의 추세는 종종 경제지표에서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펀더멘털한 동인들을 예상하는 정확한 선행지표가 되곤하기 때문이다”라고 단언했다.중앙은행의 노멘클라투라는 이러한 시장의 징조에 대해 명백한 불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노던 트러스트(Northern Trust Co,)의 경제분석 담당이사 폴 카스리엘(Paul Kasriel)은 “그린스펀은 수익률곡선에 대해서는 맹점(盲點)을 지닌 듯 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수익률곡선이 역전된 1988년과 2000년의 경우에도 모두 무시했다. 그린스펀이 주목한 유일한 경기침체의 사례는 1987년 및 그 이후 진행된 기간 밖에 없다.연준리와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마찬가지로 또 다른 가공할 만한 지표인 통화 공급량 지표에 대해서도 맹점을 가지고 있다. 매주 변화되는 통화 공급 수치의 변화에 종속되어 움직이는 것은 25년 전에나 유행했던 것으로 지금에 와서는 바보취급 받기 딱 좋은 태도다. 그러나 통화 공급 증가율의 장기적인 추세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이런 이유에서 경기선행지수의 10개 구성요소 중 하나가 된다. 다만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한 실질 통화 공급 증가율은 실질적으로 거의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경기부양 요인이 되지 않고 있다.데이빗 로젠버그(David A. Rosenberg) 메릴린치 소속 수석 북미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나갔다. 그는 “코어” 인플레이션(변동성이 심한 식품 및 에너지 제외) 수준이 현재 2.2% 수준이지만, 2006년에는 1.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상승했지만, 로젠버그는 여타 산업 원자재 가격이 거꾸러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한편 지난 주말 발표된 5월 내구재주문 지표는 무려 5.5%나 증가하면서 기대치를 상회했지만, 항공기를 제외한 민간 자본재 주문은 2.3% 감고했고 지난 3개월 동안 연율 5.1% 감소세를 나타내는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로젠버그는 연준리가 다음 달 의회에 제출하는 경제전망 보고서의 기조를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8월 FOMC에서 3.5%로 금리가 인상될 것인지 여부가 의문시 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참고로 현재 연방금리 선물시장은 8월 금리인상을 당연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금리인상 중단 유발 가능성: 헤지펀드발 금융사고, 주택거품 붕괴그렇다면 연준리가 신중한 금리인상 추세를 중단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존재하는가? 당연히 연준리의 긴축 사이클 이후에 거의 항상 뒤이어 발생하곤 하는 금융사고(financial accident)가 그런 요인이 될 수 있다. 지금에서는 헤지펀드가 그러한 가능성을 높이는 주된 요소다. 지난 달 신용평가기관의 GM 신용등급의 강등 이후 전환사채 등을 통한 파생상품 차익거래 포지션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환매를 지속함에 따라 헤지펀드가 추가적인 압력에 시달릴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주택시장 또한 자주 인용되는 요인들 중 하나다. 신문을 펼칠 때나 TV를 볼 때면 매일 나오는 주택시장 버블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들은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신규 및 기존 주택 매매, 신규주택착공 및 주택건설 재고가 여전히 강력하며, 그 기초부분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노던 트러스트의 카스리엘 이사는 모기지 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급격히 줄어든 점은 시사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규제당국 또한 이자한정 대출(Intrest-Only loan)이나 마이너스 분할상환 ARM등 다소 과도한 종류의 대출관행에 대해 정밀조사에 착수했다.그러나 지난 주말까지 금융시장은 금리와 경제에 대해 분명히 신호를 보낸 것으로 판단된다. 주식시장은 급격히 하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 이하에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채권시장 강세론자들은 시장보다 자신의 생각이 더 옳다고 생각하는 중앙은행 담당자가 아니라면 이런 시장의 흐름에 저항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삼전닉스 주가는 급락, 빚은 그대로?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이른바 '빚투' 투자자들의 담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 수요에 이상징후가 없고 주가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담보 부족이 발생한 계좌는 반등을 기다리기에 앞서 부족분부터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해진 기한까지 추가 담보를 납입하거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주가 회복 전에 보유 주식이 강제 처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만2800원(6.35%) 내린 18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3만2000원(10.44%) 하락한 113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각각 7.57%, 9.46%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한 투자자들의 담보 부담도 커지고 있다.
◆ 주가 급락에 담보비율 하락…납부기한 넘기면 반대매매
문제는 주가가 떨어져도 빌린 돈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보로 잡힌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금 대비 담보비율이 낮아지고, 유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추가 담보 납입이나 대출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가령 다른 담보 없이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 한 종목만 담보로 잡혀 있고 대출금이 그대로라면, 담보비율이 150%였던 계좌는 지난 5일 하루 하락만으로 각각 약 138.6%, 135.8%까지 낮아진다. 유지 비율 140%를 적용받는 계좌라면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이자와 비용 등을 제외한 단순 계산으로, 실제 계좌의 담보 상태와는 차이가 있다.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1억5000만원어치를 담보로 1억원을 빌린 투자자는 지난 5일 주가가 7.57% 떨어지면서 담보 가치가 약 1억3865만원으로 줄어든다. 증권사가 요구하는 최소 담보 가치가 1억4000만원이라면 하루 만에 약 135만원의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셈이다. 부족분을 제때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들은 담보 부족이 발생한 고객에게 부족 금액과 납입기한을 안내하고 있다. 현금 입금이나 증권 입고, 보유 주식 매매, 신용융자 현금상환 등으로 부족분을 해소할 수 있지만, 기한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포그래픽=양태훈 기자]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동안 주가가 더 떨어지면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고객의 추가 납입 여력과 담보가치가 동시에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계좌를 면밀히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융자 잔액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8조7715억원으로 전날보다 1269억원(0.44%) 증가했다. 같은 날 위탁매매 미수금 관련 반대매매 체결액은 약 84억2000만원으로, 이달 4일 약 39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에 정부는 반대매매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오는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140%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주가 급락에 따른 일시적인 담보 부족이 대규모 강제매도로 이어지는 상황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다만 규제 완화가 모든 계좌의 반대매매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담보 유지 기준과 적용 대상, 기존 담보 부족 계좌의 처리 방식 등은 증권사별 시행 방안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신용융자에 대한 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로, 주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증권사들은 정부 발표 직후 내부 검토에 착수했으며, 구체적인 적용 방안과 기존 계좌에 미치는 영향은 검토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담보부족 고객의 단기 반대매매 가능성이 낮아졌다"면서도 "다만 반대매매가 과도하게 일어나면 오히려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주가 급락과 강제매도가 맞물려 하락세를 심화시키는 상황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라고 전했다.
◆ 메모리 업황은 견조하다는 평가…반등까지 버틸 여력이 변수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최근 주가 하락이 기업의 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미주 영업·마케팅 채널을 점검한 결과 당장 메모리 수요에 이상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역시 수요 감소보다는 건설 지역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27년 예상 순자산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 각각 1.13배, 1.00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현 주가 수준에서는 향후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잠재적 위험보다 기대수익에 압도적으로 무게가 실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도 이번 급락이 반도체 업황 자체의 악화보다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수급 충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당의 AI 산업 규제 강화 우려와 헤지펀드 청산 등이 기술주 전반의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AI 인포그래픽=양태훈 기자]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민주당 역시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중시하는 만큼 데이터센터 건설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내 투자가 지연되더라도 동맹국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연산 수요가 유지될 수 있어, 정책 우려가 과도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곧바로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M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말까지 저점을 높이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협의와 장기공급계약의 이익 방어력이 확인돼야 본격적인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AI 관련 기술주 역시 주가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AI 산업이 고성장 국면에 있지만 관련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적자인 데다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AI 기업들과 빅테크들의 현금흐름 개선 단서가 입증되기 전에는 악순환이 끊어지기 어려워보인다"라며 "시장은 3분기 실적 시즌에서 이 단서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4분기 실적 시즌까지는 가야한다"고 전했다.
dconnect@newspim.com
2026-11-07 07:00
사진
정비사업 용적률 1.2배 허용한다더니…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정부와 여당이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인센티브를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연내 통과가 기대됐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정비사업의 부정부패 가능성을 지적하며 공공 정비사업 확대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민간 정비사업 지원 기조가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은 이미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추가적인 요건과 제한이 붙을 수 있어 실제 정비사업 현장에서 사업성 개선 효과가 폭넓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합의 됐지만 실제 법안 통과는 미지수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 1.2배까지 부여하도록 하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법안 개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I일러스트=이동훈 선임기자]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간 협의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오 시장과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위축된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서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10대 개선 과제'를 국토부에 제시했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8개 과제를 수용했으며, 나머지 과제 중 하나인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특별법에 따라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법적 상한의 최대 1.4배, 공공재개발 사업에는 최대 1.3배의 용적률을 적용하는 점을 들어 민간 정비사업에도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에도 법적 상한의 1.2배 또는 1.3배까지 용적률을 추가로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국토부는 용적률 1.2배 방안을 최종 선택해 여당과의 협의 과정에 있으며 이를 포함한 도정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이 제도가 확정되면 법적 상한 용적률이 300%인 서울시내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360%까지 용적률을 늘릴 수 있으며 2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250%에서 300%까지 받게 된다.
서울시 추산에 따르면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이 법적 상한의 1.2배로 높아지면 2031년까지 약 4만3000가구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이 경우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순증 물량은 기존 목표인 8만7000가구에서 13만가구 수준으로 늘어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법적 상한 1.2배 상향이 모든 사업장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용 가능한 사업장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이같이 추산된다"고 말했다. 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의 정비사업 주택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적률 상향이 이뤄지면 단순계산시 35만가구 착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의 방향성은 마련됐지만 국토부와 여권에서 법안 처리에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라서다. 실제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상계2구역 재개발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용적률을 1.2배까지 높이는 방안에 대해 "서울시와 도시정비법처럼 바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협력하겠다"면서 "서울시와 실무 협의를 하고 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국토부와의 실무협의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도정법 개정안은 국토부가 아닌 여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울시보다 야당과의 협의가 우선시 될 것"이라며 "세부적인 개정안 내용에 대해 서울시의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가 아직 없었고 단지 서울시의 요청사항만 국토부에 전달된 상태"라고 말했다.
◆ 與 지역별 차등적용 등 추가 조건 내놔…대통령 비판 인식도 통과 변수
이미 방향성이 확정됐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서울시 입장은 이미 전달한 만큼 개정안 처리를 신속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대했던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려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법안 개정에 시간이 소요될 사안도 발생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여권의 추가 사항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먼저 지역별 차등적용이다. 강남·서초·송파구의 강남3구와 용산구의 민간정비사업은 용적률 추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또 늘어난 용적률로는 전용면적 59㎡ 이하 주택만 짓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에 대해 예외를 주지 못하도록 명확히 하는 것도 추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일단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당에서 요구하는 추가 사안은 서울시가 고려했던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내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 추가 소요와 진통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부분은 서울시가 크게 반대할 사안은 아닌 만큼 개정안 통과를 크게 늦출 요인이 아니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사업성 증대가 절실한 비도심 강북지역에 중점적으로 배정할 수 있고 또 강남권 등 인기지역에서는 재건축 이후 사업성까지 고려해 고밀 재건축을 크게 반기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 요구 사항인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완화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통과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하면서도 막판 진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출범 이후 사안마다 극한대립에 빠진 서울시와 국토부의 관계 때문이다. 협의 과정도 순탄치 않다. 오세훈 시장은 홍 장관과의 빠른 만남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홍지선 장관은 실무협의부터 마무리한 다음 만남을 공식화한 상태다. 도정법 개정 사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답변을 기다린다'고 말한 반면 서울시는 국토부가 도정법 개정에 대해 시 의견을 요청한 사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재개발 사업장을 찾아 공공 재개발을 강조하고 민간 정비사업을 비판한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공재개발은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데 민간정비사업은 부정 부패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민간 정비사업을 악마화한다고 비판했다. 시장 전문가는 "대통령이 맞대 놓고 민간 정비사업을 비판했는데 여권이 민간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법안 개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의 정비사업에 대한 방향성은 국정과제에도 명시돼 있는 '공공성 강화'며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도 있는 만큼 국회나 정부의 제도 개선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2026-11-07 0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