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FOMC 의사록 발표 이후 충격을 받았던 美 금융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제 관건은 연준리의 행보를 결정할 변수를 찾는 일이다.시장의 쟁점은 서서히 "신중한(measured)" 속도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제거한다는 수사가 언제 바뀔 것인지로 압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2월 FOMC는 아무래도 적절한 변화의 시점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시장은 중순에 제출되는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의 통화정책 보고서를 주목하고 있다.하지만 최근까지 경제 및 금융시장의 큰 변화가 목도되지 않은 상태이고, 상반기 내에 점진적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면 아무래도 2월 의회증언보다는 1분기 경기흐름이 대충 감이 잡히곤 난 뒤에서야 정책기조의 변화가 개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의회 합동경제위원회에서의 그린스펀의 증언을 기점으로 일정한 방향전환이 시도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 2월 FOMC는 Non-event, 교훈은..이번 2월 회의에서 예상했던 대로 연준리는 금리를 25bp 인상했고, 리스크 판단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균형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유지했다.전문가들은 오히려 2월 성명서가 12월과 거의 차이가 없은 복사판이었다는 점에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였다. 그러나 유가급등에 대한 표현에서 "이전(early)"이란 표현이 빠지면서 이 요소가 현재화되었음을 나타낸 것을 제외하고 성명서 문구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12월 이후 현재까지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의 변화가 대략 예상했던 수준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할 뿐이다.그렇다면 2월 회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12월 의사록이 던졌던 충격에 대한 '해석'에 있을 것이다. 먼저 12월 의사록에서는 '인플레 상승 리스크'에 대한 견해가 제출되었다고 되어 있으나 2월 성명서에 전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볼 때 그린스펀 의장을 비롯한 다수파의 견해는 "균형(balanced)" 쪽에 있었음이 확인된다.물론 이는 12월 의사록이 나간 이후 몇몇 연준리 관계자들이 서둘러 시장의 잘못된 해석을 진화하고 나섰기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이해된 사실이다.그 다음 지난 회의에서 제출되었던 저금리 기조에 따른 "과도한 위험 감수(excessive risk taking)"에 대한 지적 역시 연준리의 태도를 변화시킬 정도로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연준리가 현재의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해 상당히 '느긋하게' 보고 있음을 반증ㅇ하는 것이다.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연준리가 디플레 압력이 되살아날 것을 우려해 인플레 상승 추세가 나타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 것이란 전망을 제출한 바 있는데, 이것도 새겨볼 만한 지적이다.◆ 美 연준리의 당면한 과제여기서 연준리가 당면한 상황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무엇보다 12월 의사록을 통해 알게 되었듯 인플레 리스크에 대한 평가에서 연준리 정책위원들 간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점과,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美 장기국채 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례적인 사실에서 현재 연준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먼저 미국 경제는 지난 해 빠른 성장세를 유지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인플레율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상태다. 더구나 장기금리가 오히려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등 시장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안정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문제는 이런 상황이 부동산 및 채권시장의 '과열' 가능성으로 해석될 경우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 상황을 설명할 변수로 "생산성 향상"을 꼽고 있는데, 생산성 향상률은 어느 정도 둔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인플레 압력은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채권시장 금리가 안정적이고 수익률곡선이 평탄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채권시장이 경기전망을 상당히 좋지 않게 보거나 혹은 연준리의 인플레 억제 능력을 크게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유가상승에 따른 경기영향이 지연효과를 보인다고 했을 때 1분기 경제가 어느 정도 조정양상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 중국 일본 등 세계경기의 둔화 추세가 미칠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게다가 만약 금융시장이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자기 강박에 빠져있다면 금리가 갑작스럽게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연준리는 이런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해야하는 부담도 가진다. 아마도 '위험 감수'에 대한 일부 경고는 금융시장의 사전 준비작업을 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러나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연준리의 시장과의 대화전략인데, 지금까지 유지해 온 단기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공개 방식이 변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연준리는 필요에 따라서는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인상 폭을 늘리는 식으로 탄력적인 대처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런 수사가 방해가 될 것이란 것은 굳이 '강경론자(hawkish)'가 아니라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린스펀의 경기판단과 커뮤니케이션의 변화2001년 초부터 급격히 금리를 인하해 46년만에 최저수준인 1% 금리를 장기간 유지한 연준리는 2003년 8월 12일 FOMC 성명서에서부터 "상당기간(a considerable period)"이란 문구를 삽입하면서 단기정책 전망에 대한 대화를 개시했다(Committee believes that policy accommodation can be maintained for a considerable period). 사실 '상당 기간'이란 표현 자체가 저금리 기조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된 이후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는 그 기간이 어느 순간에 가서는 종료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그러나다 이 문구는 2004년 1월 말 회의에서 삭제되고 후 "인내심(patient)"이란 문구가 이를 대체한다.(the Committee believes that it can be patient in removing its policy accommodation)당시 시장은 상당 기간이라는 문구가 대체된 것을 정책기조의 변화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의사록이 공개된 결과 정책기조의 변화보다는 향후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나타났을 경우 통화정책 구사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명서 문구를 변경하기로 했던 것이 확인된다.이 때에도 연준리 이사들 일부가 “인내심”이란 문구로 대체하지 말고 아예 이런 시장에 대한 암시를 빼버리자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의사록은 “모든 구성원들이 문구수정은 바람직하다는데 동의했지만, 이것은 단기간 내에 정책변화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었고 다만 향후 정책 변화시 유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었고, 정책변화가 경기여건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2004년 2월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기존 정책기조에 전혀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한 뒤 4월 21일 의회 합동경제위원회에 참석하여 정책기조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공개하게 된다.그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인플레 압력이 강화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물가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연준리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인내심'이란 문구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문구의 중요성을 폄하해 버렸다.그린스펀 의장은 여기서 인플레 하락압력이 거의 종결되었다고 선언했고, 이 결과 금융시장은 5월 회의부터 "인내심"이란 문구가 삭제될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은 이 때에도 1994년의 재연 가능성이 작다면서 "생산성 향상"을 강조했다. 과거와 같은 인플레 급등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결국 연준리는 5월 회의에서 "인내심"이란 문구를 제거하고 "신중한" 금리인상 전망이란 문구를 탄생시켰다. 이 단어는 초기에는 "필요할 경우 공격적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해석되었으나 이는 당시 그린스펀 의장이 美 경기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상반기 제출한 보고서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경제 성장률이 5%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금리인상 개시와 유가상승 등 다양한 변수들과 함께 미국 경기는 하반기에 둔화양상을 보였다.이 시점에서도 연준리의 강경파들은 '신중한'이란 단어가 탄력적인 통화정책의 대응 가능성을 제한한다고 불평한 반면, 온건파들은 오히려 이 단어가 금리인상 속도와 전망을 상당히 잘 표현하는 문구라며 흡족해 했다.◆ "신중한" 표현 삭제 전망그렇다면 왜 지금 점진적 금리인상 전망을 나타내는 '신중한'이란 표현을 삭제할 것이란 전망이 구체화되고 있는가?그것은 먼저 연방기금 금리가 이미 인플레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고, 이제부터는 정책위원들이 생각하는 중립적 수준(대랴규 3.5~5% 사이로 예상된다)과의 격차를 줄이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사실 중립적인 수준의 금리라고 하는 것은 딱히 정해진 규칙이나 절대수치를 말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통화정책의 방향을 언급하는 것이 불편해 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그 다음 올해 미국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최소한 1분기 내지 상반기는 시장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에는 다시 회복기조가 선명해지면서 인플레 압력이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이렇게 되면 연준리는 생각보다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거나 금융시장의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필요할 경우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있었야 한다. 실제로 금융시장 역시 6월 이후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경기와 인플레 압력이 생각보다 빠르게 상승할 경우 적극적인 금리인상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이 맞는데, 여기서는 인플레 압력 그 자체보다는 금융시장의 지나친 낙관, 혹은 거품 발생 가능성을 억제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최근 연준리 일부 관계자들이 '신중한' 문구의 삭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연준리의 행보와 시장의 기대수준의 일치 여부에 주목한 것은 시사적이다. 이제까지는 연준리가 정책 방향을 암암리에 시장에 알려주면서 상황을 이끌어 왔지만, 이제부터는 금융시장과 함께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며, 혼자서 방향을 결정하는 위험부담을 감수 할 수 없다.이런 점에서는 "경기 지표에 의존하는(data dependent)" 연준리의 태도가 좀 더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경기흐름이 구체화되어야이상에서 살펴 본 바로는 2월 중순 그린스펀 의장의 의회 증언("통화정책 전망")에서 기조의 변화시도가 나타날 가능이 존재한다. 금융시장은 이 증언 이후에 2월 FOMC의사록을 보게 될텐데 아무래도 별다른 큰 변화는 예상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연준리의 태도 변화가 구체화되는 시점은 1분기 경기 흐름이 거의 손에 잡히게 되는 3월 이후, 즉 美 의회 합동경제위원회에서의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결정적인 변화의 시점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할 것이다.이는 3월 회의와 5월 회의에서 25bp 금리인상 가능성이 거의 100% 확실할 것으로 보는 금융시장의 기대와도 일치한다. 6월부터 금리인상 가능성이 5:5 수준으로 나온다는 것이 5월을 전후로 중대한 변화가 나타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이런 점에서 이미 지난 해 4분기 GDP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1월 고용보고서가 가지는 의미가 상당히 커진다. 금융시장은 당분간 1월 고용보고서의 결과를 해석하면서 그린스펀 의장의 통화정책관련 증언과 2월 FOMC 의사록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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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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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