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bbly Again? 모건스탠리의 최근 보고서 제목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금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5.0%로 상향조정하면서 가계부채의 거품 가능성을 경고하고 공격적인 (콜)금리인상을 주문했다. 경기과열에 대한 선제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출과 투자가 본격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 않고 가계부채 증가도 진정한 민간소비 증가로 볼 수 없어 경기과열을 우려할 시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연 금리인상 등의 거시경제정책을 변경할 정도로 국내경기가 과열상태인가?경기과열 논쟁 배경경기과열 논쟁은 작년 4/4분기 GDP성장이 3.7% 증가한 반면 민간소비가 5.6% 증가하면서 촉발되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작년 2/4분기부터 경제성장 증가율을 앞서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금년 들어 당초 예상보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 증가, 물가상승 압력 등으로 경기 과열 상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민간소비의 폭발적인 증가로 한국경제가 살아났지만 소비상승세가 너무 심해 경기과열이 우려되며 가계부채 증가도 걱정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신용 규모는 작년말 GDP대비 62%에서 금년말 68%(약 39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2001년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2001년중 가계신용(대출)은 은행 대출과 카드사 판매신용을 중심으로 74조 7,743억원이 늘어나 2000년(+52조 8,629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2001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신용 잔액은 2000년말보다 28.0% 증가한 341조7천억원을 기록하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의 수출이 예상보다 빨라 금년 2/4분기 중 플러스로 반전되고 우리경제는 금년 하반기중 1999년처럼 잠재성장률을 크게 상승하는 과열 국면에 진입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경기가 과열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강하다. 일부에서는 경기과열을 염려해야 하는 논거로서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급등을 들고 있지만 이것이 과열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는 시각도 있다. 즉, 미시적인 현상만을 가지고 거시경제 전반을 논하기는 역부족이다는 주장이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매출이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기상승으로 보기는 시기상조이다라며 경기과열 우려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 시점에서 버불형성의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확실하지도 않은 판단을 근거로 너무 빨리 너무 큰 폭으로 긴축기조를 택할 경우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음을 우려한 바 있다. 경기과열...시기상조현재 경기과열에 대한 논쟁이 ‘과열’보다는 ‘회복단계’로 보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경기과열 가능성에 대해 부인할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경기가 과열임을 단언하기는 시기상조라 판단할 수 있다. 우선, 산업생산과 민간소비가 증가세이지만 과열을 걱정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산업생산은 작년 11월 이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중 전년동기비 10% 증가했던 산업생산이 2월중에는 설연휴로 조업일수가 전년 동월 보다 사흘 줄어든 탓에 2% 감소로 반전되었다. 다만 1∼2월 평균 생산증가율은 3.7%를 보이고 있다. 작년 2/4분기부터 증가세를 보인 민간소비는 금년들어서도 경기회복 기대감과 주가상승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활동 부문에서 소비부문인 도소매 판매와 내수용 출하를 보면 과열을 걱정할 정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 2월중 도소매 판매는 전년동기비 8.2% 증가하여 1월(7.3%)에 비해 소폭 증가한 수치이다. 내수용출하는 1월(17.3%)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감소한 6.2% 증가에 그쳤다. 둘째, 수출과 투자가 본격적인 회복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년 3월중 수출 감소세가 전년동기비로 둔화내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작년 4월의 수출증가율(-10.4%)를 감안할 때 금년 4월중에는 수출부문에서도 상당한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수출회복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판단될 것이다. 그러나 수출이 회복세로 전환되더라도 최소한 2개월 정도의 모니터링 기간이 필요하다. 투자 역시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국내건설수주의 경우 99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IMF 이후 건설업이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주택공급이 대폭 줄어 든 점도 인식해야 한다. 설비투자의 경우 99년을 고점으로 하면 하락, 현재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수출이 2/4분기에 증가세가 뚜렷해지더라도 투자의 본격적인 회복은 기간이 더 요구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주요 업종의 1분기 실적과 2분기 전망’보고서(3.14)를 통해 2/4분기 수출이 업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하면서 우리 경제의 한 축인 수출이 아직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수출과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 가계부채는 과도하지만 위험수위는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월 26일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행태의 분석」(남광희 국민대 교수)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소비지출은 장기균형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밝혔다. 따라서 소비확대와 더불어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는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김병주 교수(서강대)는 가계대출자산 부실증대로 금융기관 자체의 부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빚 총액중에는 농가부채가 과장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가계부채가 위험수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넷째, 부동산 가격이 연초처럼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년 주택가격은 금리상승과 정부의 지속적인 투기억제 등에 힘입어 상승폭이 연초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회복세에 따른 금리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1월 8일과 3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분양권 전매제한 등 부동산안정대책을 내놓은 상태이어서 주택가격의 급등세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에 대해 상시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추가적인 안정책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주택시장과 안정을 위한 제언’이란 보고서(3.28)에서 금년 주택가격이 5%안팍의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하반기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연간으로 서울과 전국 각각 8.5%, 6.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섯째, 물가가 상승압력을 받고 있지만 상반기중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는 엔화약세로 인한 환율상승, 부동산가격의 급속한 오름세, 각종 선거 및 국제스포츠행사에 따른 사회분위기 이완 등으로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월중 2.3%를 기록, 금년 들어 3개월 연속 2%대로 아직은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거시정책 변경시기...2/4분기정부는 당분간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시적으로 대응하되 수출과 투자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면 거시정책기조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거시정책기조 변경시기는 2/4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거시정책의 변경은 시행착오의 우려가 있지만 시기를 놓칠 경우 나타날 부작용도 있는 것이 정부의 고민일 것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회복속도와 폭을 확신하기에는 대내외적 불확실 요인이 여전히 많다는 판단에서 당분간 현재의 거시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당장 정책기조를 변경하면 기업투자, 가계소비, 증권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과 투자가 회복을 본격화하면 정책기조가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계대출 등에서의 거품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시적인 정책 대응을 펴고 있는 정부는 수출과 투자가 회복 궤도에 오르면 거시경제정책 변경의 신호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 지난 해 4/4분기부터 설비투자와 수출 감소폭이 둔화되고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확연해 진 것도 사실이다. 무역협회가 550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한 ‘최근 수출경기 및 회복시점 조사’(3.21)에 따르면 국내수출업계는 작년 3월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이 금년 4월부터 회복세에 진입하고 6∼7월에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금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강력한 긴축 경제정책을 결정내리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는 원리금 부담이 늘어나 대출금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금융기관들의 담보자산 가치 하락으로 부실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박승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과열론에 대해 현 경제상황을 과열로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 과열징후가 나타나고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가 무리없이 잘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 금리인상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한 시각은 4월 4일에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나타날 것이다. 콜금리 인상여부의 쟁점은 현 경기가 ‘과열 징후’ 이냐 ‘정상궤도진입 초기단계’냐 하는 경기 인식차이에서 비롯된다. 경기가 과열 징후를 보이기 때문에 초래될 인플레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금리를 조기에 올려야 한다는 금리조기인상론과 국내외 물가가 아직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먼저 올릴 상황이 아니며 금리인상은 시중금리 인상과 기업 수익악화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금리현행유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작 금리인상여부를 결정 짓는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3월중 콜금리를 현 수준인 4%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나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어서 과열을 경계해야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상승압력을 받은 시점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한은 총재를 포함한 7명중 4명이 교체된 시점에서 금리인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시장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으나 속도차원에서 본다면 상반기보다는 7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이다. 한편, 물가도 상반기중에는 한국은행의 금년 목표 물가인 3%내외(2∼4%)에 머물다가 하반기에는 당초 한국은행이 예상한 3.2∼3.3% 보다 웃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4분기중에 거시정책 변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3월 24일 재경부에 제출한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경기회복 국면이 2003∼2004년까지 예상되어 경제정책 기조를 적절한 시점에서 ‘중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