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가 과연 8월 금리인상 중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냐는 점을 놓고 금융시장이 설왕설래하는 것으로 보인다.버냉키 호재로 금융시장이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들이 속속 제출되었다.이제 지난 19일 버냉키의 반기 통화정책 관련 증언의 전체적인 기조를 떠나서 세부적인 발언으로 들어가, 그의 속내를 살펴볼 때가 되었다.실제로 금융시장은 버냉키 연준의장의 19일 상원 증언에서 금리인상 중지 가능성을 엿보았지만, 사실을 정확하게 말하자면 버냉키는 다음 달 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자세를 보였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오히려 버냉키는 지난 4월에 못다했던 말을, 아니 정확하게는 4월에 꺼냈다가 시장의 오해를 사 고생했던 그 쟁점에 다시 세련된 자세로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이 유럽이나 일본처럼 매번 단행되지 않고 불규칙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이런 점에 주목해 본다면, 앞으로 연준의 정책행보를 정책결정자들의 입을 빌려서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8월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선 '선택 가능성 개방'그는 19일 상원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리스크는 양쪽 방향 모두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There are risks in both directions, if I may say so)"고 분명히 언급했다.버냉키는 먼저 "분명히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이하로 둔화되도록 과도한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우려를 매우 잘 인식하고 있고, 또 그 점에 대해 고려하고 주시하고 나아가 제대로 평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고 말했다.한편 또 다른 방향에서의 리스크에 대해 그는 "너무 급하게 금리인상을 중단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은 수준에서 더욱 지속될 경우, 나중에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금리인상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물론 이날 버냉키의 준비된 연설문에서는 연준이 경기둔화 전망으로 물가압력이 제한될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근원인플레 압력이 상승하더라도 인내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이렇게 들린 이유는 이날 증언 개시 전에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 중 근원지수가 전월대비 0.3%, 전년대비 2.7% 상승해 기대치를 상회한 것과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잘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비록 이날 미국증시와 채권가격이 급등하는 등 버냉키의 발언이 금융시장에 확산되어 있던 '오버슈팅 우려'를 줄여 준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서도 정확히 말하자면 금융시장은 아직 추가적인 금리인상 전망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해야 옳다. 이는 연방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60%에 이르고 있다는데서 잘 드러난다. 이 같은 가능성은 버냉키 증언 이전까지 거의 90%까지 반영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는 근원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0.3% 상승한 것이 큰 자극이 됐다.다만 이전까지만 해도 9월까지 금리가 25bp 인상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연말까지 추가인상 가능성도 부분적으로 반영하던데서 후퇴한 것이 눈에 띈다.버냉키 의장의 이번 증언은 결국 8월 금리인상 여부를 시사한 것이 시장에 호재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고,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거의 종료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 오버슈팅 우려를 잠재운 역할을 한 셈이다.<연방기금금리 30일물 선물 가격 및 금리인상 가능성(19일 체결가 기준)>8월물: 94.63 금리인상가능성 48% 반영9월물: 94.585 금리인상가능성 66% 반영10월물: 94.55 금리인상 가능성 80% 반영11월물: 94.54 금리인상 가능성 84% 반영12월물: 94.55 금리인상 가능성 80% 반영※출처: CBOT◆ 버냉키의 속내는.. "4월에도 같은 말 했는데 시장이 오해했다"비록 버냉키는 8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한 태도 혹은 개방된 자세를 유지했지만, 전반적인 정책운용 전망에 대해서는 상당히 세련되고 분명하게 자신의 태도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증언 과정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메릴린치(Merrill Lynch)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연준의 금리인상 중지가 별 것 아닌데 이처럼 큰 이벤트화된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버냉키는 즉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대답한 뒤, 4월 의회 증언을 상기시켰다. "나는 정확한 시점을 적시하지 않은 채 어떤 시점에 가서는 연준이 25bp 금리인상이라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서 좀 더 유연한 접근자세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즉 긴축의 속도를 조절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긴축을 중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그는 말했다.그는 "그것은 과거의 관행이었으며, 정확하게는 지금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취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매번 회의 때마다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서 경제의 상황에 기초해서 긴축의 추세를 조절하는 식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점을 적시한 것이고, 여전히 참조할만 하다고 본다. 물론 항상 회의 때처럼 8월 회의에서도 모든 정책적 선택가능성을 열어두고 평가할 것이지만 말이다"라고 덧붙였다.사실 4월에는 시장이 연준에 대해 한 두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고는 긴축을 중단할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했다. 이에 대해 연준 관계자들은 당혹해 했고, 앞으로는 좀 더 불규칙한 정책경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는 점과 시장의 태도가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버냉키는 4월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했을 때 "연준은 한 차례 이상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여 향후 나오는 거시지표가 경제전망과 일치하는지 검토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특정한 회의에서의 금리동결 결정은 다음 번 회의에서 어떤 정책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미리 결정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했던 셈이다.이런 발언에 대해 시장은 다음 번에 금리를 올리면 마지막이다 라는 식으로 반응했고, 버냉키는 CNBC의 섹스심벌인 바티로모 앵커를 통해 "시장이 자신의 말을 오해했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전국에 중계되도록 했던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는 사건이었다.사베인스(Sarbanes)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금리인상 일시중지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그린스펀 전 의장이 1995년 2월 의회증언에서 "현재 진행 중인 펀더멘털 상의 변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궁극적으로 감소시킬 것이라는 조짐을 발견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물가지표가 좋지 않게 나오더라도 금리를 동결하거나 심지어 금리를 인하해야 할 때가 오는 법이다"라고 발언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바로 버냉키의 4월 발언 내용이 이 같은 그린스펀의 과거 태도와 유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유비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1994년~1995년 사이 강력한 긴축 사이클에 뒤이어 왓다는 점을 생략했다는 점에서 다소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당시에는 그린스펀이 위와 같이 발언한 뒤 5개월 후 FOMC가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따라서 1995년 발언과 버냉키를 비교하자면 이번에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어쨌든 버냉키가 앞으로는 좀 더 정규적이지 않고 때에 따라 임시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려고 했다면, 이번 증언이 4월 발언 내용보다는 좀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듯 하다.◆ 4.50%서 멈췄으면 금융시장 더욱 혼란스러웠을 것한편 이번 증언 과정에서 버냉키는 버닝(Jim Bunning) 의원으로부터 지난 5월 이후 다우지수의 급락에 연준의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몰아부쳤다. 이에 대해 버냉키는 금리인상이 아니라 국제유가의 상승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그리고 해외 금리상승 등이 좀 더 문제였다고 대답했다.여기서 버냉키는 "지금 인플레 압력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연준이 4.25%나 4.50%에서 금리인상을 중단했더라면 금융시장에서 더욱 큰 혼란이 왔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