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절상 또는 환율시스템 조정 문제는 지난 워싱턴 G7회담에서 '아시아 통화의 유연성 제고'가 거론된 뒤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며 전방위 전면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중국의 위안화가 절상이 안돼 미국의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우려감으로 제기되며 섬유 등 수입 관세인상 문제와 결부됐다.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G7 회담 이후부터 존 스노 재무장관의 위안화 절상 발언이 나온 이후 부시 대통령도 이미 거들고 나온 지 오래다. 여기에 지난 주 후반에는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처음으로 위안화 절상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달러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새삼 주목할 대목이다.시장 일각에서 1/4분기 9.5% 성장 발표 이후 긴축 조절의 필요성을 들어 5월 절상설이 유포되기도 하는 등 다시 중국 위안화 절상 논란이 시장심리를 뒤숭숭하게 찔러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여전히 위안화 절상이나 환율시스템 변경은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위안화가 절상되거나 달러 폐그제가 폐지될 것으로 확신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다만 현 시점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는 미국의 경기 문제와 직결돼 있고, 이를 계기로 미국의 경제 및 통상정책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 중요성이 있다는 점은 환기할 필요가 있다.미국 그린스펀 의장이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 위기감을 표명하면서도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는 발언은 美 부시 행정부의 요청도 하나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미국 부시 행정부 내의 강경 기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롭 포트먼 대표 지명자가 21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인준이 될 경우) 중국과 통상이슈를 전면 재검토하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써서 중국에 대해 보다 공격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겠다고 밝힌 데서도 확인되고 있다.그렇지만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은 행정부의 단순한 요청보다는 미국의 경기성장 동력의 약화 및 향후 금리인상 기조의 변화와 함께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모순인 재정 및 무역 등 쌍둥이 적자 문제의 심각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이는 미국이 대중국 무역적자 확대나 아시아 무역 적자 누증을 이유로 들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자꾸 압박하는 것이 더 이상 무역적자를 해결할 자체 수단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이럴 경우 원래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아니지만 미국의 무역적자 누증 문제는 당장 경기둔화 영향과 맞물리면서 좀더 근본적으로는 대외 지급능력 부족 및 대내외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는 수준이 될 것이다. 미국 스스로 자체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소비 과다 등 구조적인 문제를 대외적으로 '힘의 논리'를 통해 해결할 경우 결국 '보호무역주의와 그에 따른 통상 및 외교마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 및 세계 경제에 누적된 경제문제를 '힘의 논리'로 접근할 경우 국가간 마찰과 이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증폭된다는 것은 세계 금융사가 전해주는 경험이자 교훈일 터이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경제 및 통상정책의 전환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는 한편 앞으로 한국 경제 및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긴밀한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을 비롯해 국내 경기에 미칠 영향, 국제금융시장의 동향, 농축산물 수입, 자유무역협정(FTA) 및 스크린쿼터 문제 등 경제 통상 문제와 더불어 북핵 문제 안보리 상정 여부 및 북한 사태 발생시 작전권 수행 문제 등 복잡한 외교안보 문제가 혼재돼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시점이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