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실물경제의 위기 그 자체보다는 경제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뜻한다.美 다우존스 통신(Dow Jones Newswires)는 21일자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경제가 또다시 "신뢰성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통신은 한국사회가 자국 경제전망에 대한 신뢰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는 지난 90년대말 금융위기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이들은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의 언급을 인용, 한국정부가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고, 기존 경제 성장모델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고 전했다.다음은 다우존스의 21일자 분석기사 《경제에 대한 '신뢰 위기'로 고전하는 한국》("South Korea Battles "Crisis Of Confidence" In Economy")를 정리한 것이다.◆ 한국경제 표면적으로만 견실, 내부는 '흔들'정부 연말 성장률 목표치가 여전히 5%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고 원화가 달러대비 3년반래 최고강세를 유지하는 등 표면적으로 한국경제는 견실한 회복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그러나 이런 이면에는 소비자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고 민간투자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등 많은 한국인들이 경제가 지난 해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불황으로 빠져드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뭔가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단적으로 JP모건체이스 서울지사의 임진원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 자체가 위기는 아니지만, 신뢰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임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에 따르면 올해 한국경제의 회복국면은 역사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불균형 요소들이 많다. 수출이 급증했지만 내수와 설비투자는 기대와는 달리 증가하지 않았고, 6월에는 소비자신뢰도가 8개월래 최저수준으로 하락하고 소비지출의 바로미터 격인 서비스산업 생산이 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기도 했다.임 이코노미스트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수출이 이렇게 강세를 보일 경우 지금쯤 내수가 회복되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국 가계의 부채가 사상 최고수준이라는 점도 또 다른 우려 요인이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한국 가계의 부채는 총 3,900억달러 수준으로 GDP의 62.5%에 달한다.한편 KDI의 우천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고정자본 투자가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적정수준이라고 평가되는 5.2%성장률 달성에 필요한 6.5% 증가율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정부, 더이상 손 쓸 여력이 없는가지금처럼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거의 사라진 데 있다.정부는 이미 규제는 풀만큼 풀었고 민간지출을 늘리기 위해 조세도 삭감한 상황이다. 또 재정정책은 이미 경기부양을 위해 팽창적으로 운용되고 있고, 자금이 많이 풀리면서 장기금리가 거의 사상 최저수준까지 밀린 상황이어서 가계 부채거품이 더욱 확장될 위험이 있는 상황이다.지난 주말 열린 경제정책 토론회에서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 "정부로서는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았고, 이제는 해 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토론회를 연 사실조차 정부당국의 우려가 높다는 것을 반영한다.더군다나 한국은행은 경제가 1980년대 초반 이후 다시 "더블딥"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를 제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경제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가 억제되는 등 일본이 겪은 1990년대 장기불황 사태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런 극악한 전망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했고, 또 한국의 경우 가계의 부채거품이 일본이 1990년대 초반에 경험했던 자산버블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라는 점이 그 판단근거로 제시된다.최근 바클레이즈 캐피털 리서치(Barclays Capital Research)의 도미니크 두오르-프리코(Dominique Dwor-Frecaut)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위기에 직면한 것이 아니다. 또 일본식의 장기디플레 가능성도 적다. 오히려 한국경제는 가계부채 구조조정 작업이 지연되면서 성장이 막혀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아직도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JP모건의 임 이코노미스트는 "내수는 정책적인 지원 없이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조세감면을 확대하고 더 많은 지원책은 내놓아야 하며, 사회안전망 확보 및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더 많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경제모델 한계를 탈피하자'는 주장도 제기그러나 한국의 기본 경제모델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가 성숙기를 지나고 있고 또 중국 및 동남아의 경쟁에 직면하고 있으며 더이상 기존의 제조업 수출 및 정부 개입으로 유지되는 경제모델은 유지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이런 시각을 줄기차게 유지해 온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Andy Xie)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방문한 결과 국내 기관투자자들 뿐 아니라 기업사회의 극도로 비관적인 분위기를 보고 놀랐다. 최근 경기지표는 낙관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선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표만 보자면 이런 분위기를 절대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시에는 한국의 경제적 지배계급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상황이며, 장기적으로 한국경제가 경쟁력을 상실할 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일부 다른 이코노미스트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경제 자유화를 통해 새롱누 산업을 육성해내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 뿐이라고 주장한다.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이 1990년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자체적으로 좀 더 경쟁적인 요소들을 도입하는데 게을렀다는데 있는 것으로 보는 만큼, 한국경제는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단적으로 앤디 시에는 "한국은 시장경제가 아니며,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시장 경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뉴스핌 Newspim 취재본부]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