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1,100원대로 하락하며 다시 50개월 최저치를 경신했다.국제시장에서 글로벌 달러 약세가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IMF 이후 최저치를 코앞에 두게 됐다.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105.30으로 전날보다 5.30원 급락, 종가기준으로 IMF 이후 최저치인 지난 2000년 9월 4일 1,104.40원 이래 50개월여 최저치를 경신했다. 달러/원 선물 11월물도 1,105.70으로 전날보다 5.50원 하락했다.이날 달러/원 환율은 지난 주말 달러 약세 영향으로 1,106.00으로 갭다운 출발한 뒤 장중 1,108.00을 고점으로 1,105.20까지 하락, 지난 2000년 9월 6일 1,105.00원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에서 23억6,0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 14억4,800만달러 등 모두 38억800만달러였다. 9일(화요일) 기준환율은 1,105.90에 고시될 예정이다.달러/엔 환율은 105선대로 떨어지며 6개월 최저치를 경신하고, 유로/달러는 1.30선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치 경신에 나서고 있다.시중은행의 딜러는 "글로벌 달러 약세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고 있다"며 "아직 더 팔고 싶은 업체들이 존재하고 시장의 셀 분위기도 강해져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글로벌 달러가 더 전개된다면 내일은 오늘 저점이 고점이 되면서 1,100∼1,105원대에서 거래될 것 같다"며 "하루 5원 정도를 염두에 둔 정부 당국의 단순 개입은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달러 약세 시대 예고, 금통위의 운신폭 확대 주장도국내든 국외든 수급이든 재료든간에 달러 약세에 대한 전망이 확산일로에 있고, 새로운 달러 약세 시대로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 집권 2기 행정부 내에서 경제정책에 변함이 없을 것이어서 딱히 기대할 게 없다는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수급간 공급우위 속에서 업체 네고 등이 지속되고 있고 은행권 역시 정부 당국의 달러 매수개입을 이용하며 고점 매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의 개입 추정 매수세 역시 이러한 글로벌 달러 약세를 추인하면서 하루 5원 수준의 하락폭 정도만 용인하는 듯한 태도로 등장, 현재의 국내외 시장흐름을 너무 단순하고도 기계적인 수준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다른 시중은행의 딜러는 "미국의 고용이 급증했는데도 글로벌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환율하락은 어쩔 수 없는 대세로 인식되고 있다"며 "정부 당국에서 개입성 매수가 유입되고 있으나 하루 5원 정도를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시장 역시 달러/원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지면서 경계감을 갖고 있어 하루 5원 수준의 하락과 적당히 타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만약 당국이 그런 식으로 개입을 하는 것이라면 향후 사태 전개를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의 경기 부양 의지와 맞물려 환율급락이 국내 금리인하의 여지를 주고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시는 다시 전쟁 속으로: 미국 경제정책 별 것 없다. 달러 매도 급부상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에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본격화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 중 경제정책은 크게 변화될 것이 없다는 점이 달러 매도세를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무역 및 재정적자 등 쌍둥이 적자확대,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확대 및 국제유가 급등 등 대선 기간에 불거진 해묵은 과제들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특히 부시 행정부는 재집권에 성공하자마자 이라크 지역에서는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미군의 팔루자 지역 등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진행되면서 중동의 긴장이 강화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아라파트 수반의 사상 가능성, 이란의 핵 문제 등 주요 문제들은 미국의 전쟁비용 확대로 인한 재정 악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을 당혹시키는 것은 미국의 10월 신규고용이 34만개 가까이 증가하는 '빅 서프라이즈'(big surprise)를 보였음에도 달러 약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 스레 곱씹어볼 대목들이 있다.미국의 고용 등 경기 회복→금리인상 기조 지속→달러 강세 및 미국 내 자본유입 증대→미국의 소비확대 및 성장세 지속 논리가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경제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는 성장면보다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 압력을 둔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어 달러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들도 제기되고 있다.그런 가운데 재집권에 성공하자마자 이라크 공격부터 전면화하는 부시 대통령의 모습이 10월 신규고용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를 급매도했던 상황을 초래했던, 시장의 실망감을 반증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이에 따라 국제시장의 최근 흐름은 미국의 경제를 중심에 두고 주식-외환-채권시장이 연계되면서 움직이기보다는 세 시장이 각자 따로 움직이고, 환율을 중심으로 국제유가와 국제상품 시장이 빠른 자금 이동 속에서 연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들도 제기되고 있다.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시 재집권 확정 이후 미국의 경제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미국의 고용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매도세가 크게 부각된 것이 이전과 아주 다른 양태"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미국의 신규고용 급증 발표 이후 주가는 올랐고 채권가격은 떨어졌고 달러화는 크게 하락하는 등 세 시장이 각자 따로 놀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유로가 뜨는 등 국제투기자금이 미국의 달러약세 기조에 편승하면서 원유에서 유로 등 외환이나 금상품 등으로 이동할 태세가 아닌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