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1,140원이 붕괴되며 4년 최저치 수준으로 급락했다.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와 자본유입 축소 조짐 등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달러/엔은 107선 이하로 급락하고 유로/달러는 1.27대를 상승하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도 연중 최저치이자 정부 개입선으로 인식된 지지선인 1,140원을 하회했다.세계 주가도 국제유가 급등 속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기업들의 실적 하향 등으로 연일 조정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어 시장우려감을 키웠다.달러/원은 지난주 이래 1,140원대 테스트가 이어졌고 주말 달러/엔 하락세로 1,140원 하향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이날 아시아시장에서 달러/엔이 107선이 붕괴되자 낙폭이 커졌다.특히 최근의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가 국내 변수만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약세가 단기적으로 강화되는 와중에 진행되고 있어 추가 하향 가능성을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정부가 외환시장안정용 국고채 10년물 1조원을 27일 발행키로 하는 등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하락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속도조절 차원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들이다.외국계은행 딜러는 "달러/엔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달러/원도 1,140원이 붕괴되며 낙폭이 커졌다"며 "정부가 속도조절 개입에 나서면서 하락폭을 방어하고 있으나 해외시장에서 달러/엔이 얼마나 더 하락할 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 2000년 11월로 회귀, 정부 속도조절 개입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135.00으로 전날보다 5.70원 급락하며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11월 10일 1,134.60원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원 선물 11월물은 1,136.10으로 5.60원 하락하며 마쳤다.달러/원 환율은 1,137.00에 갭다운 출발하며 연중최저치인 1,140.30원을 일찌감치 깨뜨리며 출발한 뒤 장중 1,137.70원을 고점으로 1,134.70까지 저점이 하향, 지난 2000년 11월 15일 1,133.10원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다.이날 달러/엔 환율은 도쿄시장에서 107선이 붕괴되며 106.50∼90선의 약세를 보였다. 유로/달러는 1.2750선의 강세를 이어갔다.시장에서는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1조원을 발행키로 하는 등 종가관리성 개입에 따라 장막판 1,135.00원을 가까스로 지켜낸 것으로 보고 있다.외국계 은행 딜러는 "정부가 종가관리성 매수 개입에 나서면서 막판 1,135원이 지지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주초 1,135원이 붕괴될 경우 월말에는 1,130원도 장담하지 못할 것으로 본 듯하다"고 말했다.이날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에서 23억1,6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에서 12억6,500만달러 등 모두 35억8,150만달러가 거래됐다. 화요일(26일) 기준환율은 1,136.00원에 고시될 예정이다.외환시장의 한 브로커는 "개장초 갭다운한 뒤 자리잡는 과정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장막판 장중 롱포지션과 종가관리성 개입 등으로 거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 하향시도 이어질 듯, 글로벌 달러 약세 여부 주목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 진전과 함께 추가 하향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락 속도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으나 단기 하향세를 전망하는 시각이 압도적이다.최근의 달러 약세를 돌려 놓을 만한 재료들이 나와야 할 것이고 또 기술적으로도 아직까지 믿을 만한 지지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 정책당국이 어느 선까지 속도조절에 나설지가 변수로 꼽히고 있다.시중은행 딜러는 "정부가 환시채를 발행하면서 속도조절에 나선 반면 일본당국은 107선 붕괴 이후 구두개입도 하지 않는 등 조용했다"며 "달러/엔의 경우 단기 하락압력이 거세자 일단 두고보자는 뜻이 담긴 듯하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달러/엔의 경우 하락 채널에 들어선 것으로 보여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전까지는 약세 국면을 이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며 "당국의 개입을 조심해야겠으나 시장이 아직 무거운 상태이고 시장분위기도 매도쪽으로 전환돼 고점 매도 접근이 맞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한국금융연구원의 강삼모 연구위원은 "수급상 공급우위나 달러/엔 약세 등으로 연말까지는 하향세가 예상된다"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약세 마인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러나 강 위원은 "달러 약세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정부의 과도한 하락에 대한 방어나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 등을 감안하면 1,130원선에서 하향 안정화될 여지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삼성선물의 정미영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가 중기 추세상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달러/원도 1,140원이 붕괴되면서 중기 약세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의 입장에서는 지지선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매도세를 몰아부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정 연구원은 "달러/원은 자체 하락보다는 글로벌 달러 약세가 어느 정도 진행될 지에 따라 하락 수준이 정해질 것 같다"며 "그러나 최근의 달러 약세가 이전의 금리인하 속의 유동성 공급에 따른 하락이 아니라 긴축 기조와 고유가 국면에서 전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일방적인 하락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