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Newspim] 최근 달러 약세는 엔화보다는 유로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일본 외환당국이 지난 연말 107엔에 이어 연초에는 개입물량을 대폭 늘리면서 106엔 이하로 하락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오는 2월초 G7 재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G3의 외환시장 ‘공조’가 아니라 ‘대결양상’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유로의 오버슈팅 가능성과 함께 유럽 정책당국의 엔화 절상에 대한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그런데 현재로서는 105엔선 하향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은행권에서 달러/엔의 100엔선 하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과거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성 차관(현 게이오대 교수)이 달러/엔 환율이 95엔까지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달러/엔 환율의 최근 답보 상태, 그러나 100엔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일부 전망의 혼돈을 넘어서기 위해서 먼저 올해 일본경제에 대한 전망을 그려보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기반 속에서 달러/엔의 향방을 점검하고 기본 변화요인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터이다.다음은 포렉스 캐피털 마켓(Forex Capital Markets, LLC)이 지난 12일 내놓은 《2004년 일본 환율 및 경제전망 보고서》를 정리한 것이다. 달러/엔 환율 전망과 일본경제 전망을 둘로 나눠 게재한다.
◆ 일본경제의 현황 점검: 경기회복세와 시장개입 ◇ 인상적인 경기회복 추세 일본경제는 2003년 0.3%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후 2003년에는 상당히 인상적인 성장국면을 드러냈다.지난 해 2/4분기 일본 GDP성장률은 1991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앞지르기도 했다. 일본 은 2001년 2월 일본은행이 처음 ‘경기회복’이란 평가를 내린 이후 7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한편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 덕분에 일본의 수출도 계속 활기를 띠고 있고, 무역흑자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해외수요 덕분에 지난 해 10월 기계류 수주는 17% 이상 급증하는 등 3년래 최고치를 나타냈고, 실업률은 연초 5.5%에서 11월에는 5.2%로 떨어졌다. 또 최근 실시한 단칸서베이 결과 6년반래 최고 낙관적인 수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은행 부실채권 감소 고이즈미 총리와 일본 금융청(FSA)의 압력 덕분에 일본 은행들의 대규모 무수익 여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랐다. 지난 해 일본 상업은행들은 부실채권 줄이기 노력을 통해 2002년3월 이후 무수익 여신규모를 18%나 줄였다.이처럼 그 동안 일본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가 개선조짐을 보인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그 외에도 일본 제5위 금융그룹인 리소나 홀딩스가 지난 해 5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구제된 것과 파산보호 신청에 돌입한 아시카가 은행이 11월에 국유화되는 등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척된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기록적인 외환시장 개입 2003년 일본 외환당국은 무려 20조1,000억 엔이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이전까지는 1999년 7조6,400억엔이 최대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일본 정부는 올해 외환시장 개입 한도를 회계연도말까지 21조 엔, 그리고 다음 회계연도에 61조 엔 추가 확대하는 등 개입기조가 200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주목할 점은 시장개입이 주로 유로/엔보다는 달러/엔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해 3분기에 달러/엔에 7조5,000억 엔을 투입했으며, 2분기에는 달러/엔에 4조5,000억 엔을 그리고 유로/엔에는 8,300억 엔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 향후 일본경제 전망: 수출증대와 외국인 투자 증가 ◇ 수출증대와 함께 경기회복세 지속 세계 최대 수출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세계경제의 회복에 따른 수혜국가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가 저지될 것 같지는 않다.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 따라 기업들이 대부분 정교하고 공격적인 헤징기법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2003년은 중국으로부터의 제품수요가 강세를 보여, 10월에는 중국 수출이 전년대비 2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경제는 지난 해 기록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이후 올해도 마찬가지 성장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이는 등 일본 수출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한편 대형 제조업체들의 경기판단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다. 이에 따라 향후 설비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졌으며, 이에 따라 고용시장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현재 일본의 소비지출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고용시장의 개선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 외국인 투자 증가 2003년 일본에 대한 외국인 투자수요는 강세를 보였다. 12월 외국인 투자동향 자료를 보면, 이번 회계연도 상반기 중 외국인 투자 순유입액이 55%나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전히 미국이 가장 비중이 컸지만, 유로존의 외국인 자본흐름을 보면 미국으로 이동하지 않은 자금 대부분이 아시아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추세 속에서 외국인들의 일본기업 주식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지난 해 9월말 기준으로 일본 11대 기업의 지분 중 외인지분 비중이 40%에 달해 3월말의 4%와 극명한 대조를 나타냈다.그러나 미국 뮤추얼펀드의 일본기업 주식보유 규모는 지난 99년과 비교할 때 25% 수준에 머무르는 등 앞으로도 외국인 투자가 대폭 늘어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렇듯 일본 경제 펀더멘털의 개선과 닛케이 주가 강세를 따라 2004년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들의 Buy Japan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 시장 친화적 통화정책 기조 불변 일본은행은 2001년3월 이후 계속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다. 지난 해 11월 후쿠이 일은 총재는 경기부양과 은행권의 부실여신 삭감을 지원하기 위해 “당분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은 통화공급량 목표액을 늘리고 환매채권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계속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디플레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소비자물가지수가 제로 선을 넘어서 상승할 때까지는 이러한 통화공급량 조절을 통한 금리완화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이며, 2004년 금리인상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