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파이터'로 존경과 동시에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폴 볼커(Paul Volker) 전 미국 연준의장이 현재 미국경제의 물가압력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전체 경제를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9년부터 1987년 사이 연준의장은 지난 볼커는 25일 뉴욕에서 열린 여성경제토론(Women's Economic Round Table) 회의에 참석, "나는 물가압력에 대해 좀 더 우려하게됐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제럴드 코리건(Gerald Corrigan)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볼커의 견해에 동감을 표시했다. 코리건은 1985년부터 1993년 사이에 총재직을 역임했다.
볼커는 이날 물가상승률이 대단히 높다거나 치솟고 있다고 는 할 수 없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creeping up)"며, "나는 물가상승 압력을 인상적으로 보고 있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심리적인 압력, 정치적 압력 등 이와 적절한 표현은 없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골드마삭스그룹의 전무이사인 코리건은 "오래된 인플레 망령이 램프에서 빠져나올 작은 위험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 망령이 등장하게되면 다시 램프에 집어넣는데 매우, 대단히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경제토론회에는 티모시 기트너 현 뉴욕연준 총재와 윌리엄 맥도너 전 뉴욕연준 총재이자 현 메릴린치사 부회장 역시 참석했지만, 통화정책이나 미국경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는 않았다.
볼커 전 연준의장은 "미국 금융시장 종사자들은 물가압력에 어떤 급작스러운 경제적 제약요인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 거의 생각이 없는 듯 하다"며, "이런 태도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시 문제를 인식할 때가 되면 물가는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상승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의 경험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3% 물가 상승률을 '안정'이라고 부르는 반면, 0.5% 물가하락을 '디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하는 특이한 세계에 살고 있다. 나는 이 현대적 사고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8월까지 12개월 동안 2.5% 상승해 연준의 안심지대인 1~2%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이러한 압력이 완만해질 것으로 보면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볼커 등은 지난 1980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4.8%나 폭등하자 연방기금금리를 20%까지 급격히 인상, 1983년까지 물가를 2.5%수준으로 안정시킨 장본인이다. 이 가운데 미국경제는 1981년 7월부터 1982년 말까지 16개월 동안 경기침체를 경험했고 실업률은 1982년12월에 10.8%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산거품 및 장기 재정적자 문제 등 미국이 당면한 해결과제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코리건은 연준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플레이션을 통해 해결하려는 유혹을 떨쳐야 하며, "통화정책이 이러한 문제점들에 굴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