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임수와 개인전 《ENCOUNTER》가 11일부터 서울 성동구 갤러리 이서에서 열린다.
- 패션위크 인물 20인을 먹과 붓으로 그린 연작을 선보인다.
- 전시는 기록을 넘어 인물과의 깊은 만남을 주제로 삼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전통 먹으로 현대 패션 리더 그려
시간의 겹침 표현하는 작품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된 전시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붓이 종이에 닿으면 물러설 곳이 없다. 밑그림도, 수정도 없다. 짧으면 30초, 길어도 1~2분. 임수와는 눈앞의 인물이 자리를 뜨기 전에 얼굴과 옷차림, 몸의 기울기와 그날의 공기까지 한 번에 붙잡는다. 사진가들이 셔터를 연달아 누르는 패션위크 거리에서 그는 붓 한 자루로 승부해왔다.
라이브 아트 일러스트레이터 임수와의 개인전 《ENCOUNTER》가 11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 성동구 갤러리 이서에서 열린다. 세계 패션계를 움직여온 여성 20인의 초상을 통해 '사람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전시다.
임수와는 뉴욕 파슨스스쿨오브디자인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뒤 마이클 코어스와 타미 힐피거, 질 스튜어트 등의 디자인실에서 일했다.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였던 그가 거리로 나온 것은 2017년이다. 뉴욕 패션위크 현장에서 모델과 디자이너, 에디터, 관객을 즉석에서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파리·밀라노·런던·서울 등 주요 패션 도시를 오가며 2024년까지 작업을 이어갔다. 세계 패션위크의 거리를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기록하는 드문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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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위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모델은 쇼장으로 들어가고, 에디터는 다음 일정으로 달려가며, 유명 인사는 순식간에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임수와는 화판과 종이, 작은 물통과 팔레트를 한 손에 들 수 있도록 직접 작업 도구를 만들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물통에 빗물을 받아 먹을 풀기도 했다. 대상이 떠난 뒤 붓을 더 대면 오히려 그림이 무너졌다. 망설임 없이 그은 선이 그의 화법이 된 까닭이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이탈리아 패션지 《L'Officiel Italia》가 2020년 여름호에 실은 'Wonder Women' 프로젝트가 있다. 임수와가 패션·뷰티 산업의 여성 리더 20인을 그린 연작이다. 디올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베르사체를 이끄는 도나텔라 베르사체, 펜디의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등장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와 이사마야 프렌치, 지미 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드라 초이, 비아지오티 그룹 최고경영자 라비아나 비아지오티 시냐도 그의 붓끝을 거쳤다.
이들은 화려한 옷을 입은 유명인이기 이전에 거대한 패션 산업의 방향을 결정해온 창작자이자 경영자다. 임수와는 그들을 매끈하게 미화하지 않는다.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강한 눈매, 키우리의 단단한 표정, 팻 맥그라스의 대담한 색채 감각처럼 각 인물을 설명하는 태도 하나를 찾아 화면에 남긴다. 패션의 권력자들을 그렸지만 그림에는 권위보다 개성이 먼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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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작업과 달리 'Wonder Women' 연작은 작가와 모델이 직접 대면하지 않은 채 완성됐다. 임수와는 인터뷰 사진과 작업 현장 영상, 기사, 소셜미디어 기록을 살피며 인물의 말투와 몸짓, 창작 세계를 추적했다. 카메라 앞에서 연출된 얼굴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여러 기록 사이에서 그 사람다운 표정과 자세를 골라낸 것이다.
주재료는 한국의 전통 먹이다. 서양 패션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을 동양화 붓과 먹으로 그렸다. 검은색의 농담으로 얼굴과 의상의 뼈대를 세우고, 인물마다 다른 색을 얹었다. 빠른 붓질은 단순한 묘사보다 인상을 앞세운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세련된 선과 수묵화의 번짐이 한 화면에서 만난다.
임수와에게 먹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재료이기도 하다. 스트리트 패션을 그리는 작가들이 연필이나 크레용처럼 다루기 편한 도구를 선택할 때 그는 동양화 붓과 먹을 들었다. 한 번 그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먹의 성질이 찰나에 인물을 포착하는 그의 작업 방식과 맞아떨어졌다. 그는 1940년대 패션 출판물과 오래된 패션사 책의 종이 위에 동시대 인물을 그리는 작업도 해왔다. 과거의 지면 위에 현재의 얼굴을 올려 패션의 시간을 겹쳐놓는 방식이다.
전시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The Page'에서는 원화와 《L'Officiel Italia》 편집 지면을 함께 보여준다. 'The Process'에는 패션위크 현장 드로잉과 작업 사진, 아카이브 자료가 놓인다. 마지막 'The Encounter'에서는 20점 가운데 고른 초상 10점을 갤러리 공간에 맞춰 새롭게 설치한다.
잡지에 실린 이미지는 독자의 손에서 빠르게 넘겨진다. 광고와 기사 사이에 놓였다가 다음 호가 나오면 과거가 된다. 전시장으로 옮겨진 초상은 속도를 잃는 대신 시간을 얻는다. 관객은 지면에서 몇 초 만에 지나쳤던 얼굴 앞에 멈춰 서게 된다. 인물을 관찰한 작가의 시선, 그 시선이 남긴 붓의 흔적, 다시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의 눈이 한 자리에서 겹친다. 전시 제목 'ENCOUNTER', 곧 '만남'이 가리키는 장면이다.
임수와는 "패션의 현장은 찰나의 순간들로 지나간다"며 "이번 전시는 단순한 패션 기록을 넘어 한 인간과 인격으로서 마주한 깊은 '어느 만남'의 기록"이라고 했다.
오프닝 리셉션은 12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열린다. 관람 시간은 목요일부터 일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문을 닫는다. 무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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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