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김영은 기자가 16일 형사사법 개혁 논의를 좀비영화 '군체'의 학습 비유로 비판했다.
-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 힘 빼기가 아니라 견제와 보완수사라는 안전망 유지가 핵심이라 주장했다.
- 검찰개혁 입법은 진영논리보다 민생 범죄 공백과 협업단절을 막는 인간다운 형사사법 설계에 초점 둬야 한다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영화 '군체'를 봤다.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주인공이 맞서 싸우며 세상을 구해나가는 이야기다. 전체적인 서사는 흔히 알려진 좀비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군체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 좀비가 인공지능(AI)처럼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좀비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흡수하다가 인간이 만든 함정에 빠져 파멸한다. 이 장면을 보며,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열심히 배우느냐가 아니라 애초에 '무엇을 배울지'를 선택하는 주체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사법 체계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구호는 본래 맹목적인 슬로건이 아니었다. 한 기관이 결론을 정해두고 확신에 빠진 채 반대 증거를 외면하지 않도록, 수사와 기소를 나눠 서로 견제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동시에 수사기관이 스스로의 판단에 갇히거나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기소기관이 독립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구호가 어느 순간 '검찰의 힘을 빼는 것' 자체로만 흘러가고 있다면, 함정을 향해 돌진하는 좀비의 '나쁜 학습'에 가까워진다.
검찰이 70여 년간 쌓아온 수사 역량은 단순한 관성이 아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송치사건 절반가량을 보완수사하고 있다. 경찰 단계에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될 뻔한 부동산 사기 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유죄로 인정된 사례, 살인 혐의만 적용됐던 사건에서 강간 목적을 추가로 규명한 사례는 모두 출입처 취재 현장에서 직접 마주친 장면들이다.
경찰이 수사를 못해서가 아니라, 경찰 수사에 필요한 부분을 검찰이 보완하며 형사사법 시스템의 오랜 역사를 만들어온 셈이다. 사건 당사자에게 현장의 보완수사는 권력 다툼이 아니라 마지막 안전망이기도 했다.
올해 10월이면 검찰청이 문을 닫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나뉘어 출범한다. 법조계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서로를 견제하자는 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허용, 특별사법경찰 수사지휘권 유지, 전건송치 부활 여부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 정부안을 6월 이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정부입법안이 국회로 넘어가는 순간, "검찰 편이냐, 개혁 편이냐"는 진영 논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좋은 학습'을 해야 한다. 쌓아온 데이터 중 지킬 것을 선별하고, 버릴 것을 가려내는 것. 이건 좀비도, AI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수사 공백도, 데이터 유실도 없이 형사사법체계를 탄탄히 세우는 일. 아무 대안 없이 보완수사권만 걷어내는 우(愚)만큼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이나 취임 전에도 '민생'을 수없이 강조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민생과 직결된 수사 영역의 공백 우려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임금 체불 같은 생활 범죄는 피해 회복의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책임 주체가 모호해지거나 사건이 여러 기관을 오가며 지연된다면, 피해자는 그 사이에서 더 큰 고통을 떠안게 된다. 현장에서 축적된 보완수사 경험과 협업 체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촘촘한 연결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제도 설계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좀비처럼 맹목적으로 과거를 흉내 내는 개혁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스스로 선택한 끝에 도달한 개혁안이 나올 수 있을까. '검찰을 얼마나 약하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인간다운 형사사법 시스템을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남은 입법을 기대한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