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모처럼 극장가가 붐이다. 영화관에서 나온 사람들이 서점으로 향했다. 서점에서 책을 산 사람들은 기차를 탔다. 기차는 강원도 영월로 달렸다. 570년 전 어린 왕이 유배됐던 그 땅으로.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5일 누적 관객수 977만7915명으로 조만간 천만 영화가 된다. 같은 시기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순신 특별전은 96일 만에 40만 명을 불러모으며 막을 내렸다. 조선왕조실록 관련 도서 판매량은 한 달 새 2.9배 뛰었고, 영화의 배경이 된 강원도 영월로 관객들이 몰리며 기차표가 매진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역사 콘텐츠 소비라는 부가가치까지 창출하고 있다 2026년 봄, 우리는 역사에 열광하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을 비극적 왕이 아닌, 유배지 마을 사람들과 밥을 나누는 한 인간으로 그렸다. '우리들의 이순신'은 전장의 영웅이 아닌, 두려움과 외로움을 '난중일기'에 솔직하게 적은 인간을 조명했다.

권력에 의해 유배된 어린 왕의 이야기.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삶의 이야기. K팝·K 드라마·K영화가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길거리에서 지구 반바퀴를 돌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일상이 됐다. "우리가 가진 힘의 뿌리가 무엇인가"를 되짚는 흐름이 생겼다.
영화 개봉 이후 한 달간 '단종' 키워드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65.4% 증가했고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단종애사' 도서를 합산한 판매량은 전년 동기(2/4~3/3) 대비 약 80배 증가했다. 또 도서관 대출도 많이 늘고 있다.
역사 열풍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232만 관객을 동원하며 사극 붐을 일으켰고, 2014년 '명량'은 1761만이라는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출판 시장도 따라 들썩였다. 그러나 그 열기는 비슷한 소재와 형식의 후속 역사물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역사 신드롬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인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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