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래퍼 창모가 국내 대표 국공립 공연장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래퍼로서는 최초 입성이자, 50인조 오케스트라와 힙합이 어우러진 완전히 새로운 공연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4일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 서클홀에서는 2026 세종 콘서트 시리즈 I 'CHANGMO : THE EMPEROR(창모 : 더 엠퍼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안호상 사장과 래퍼 창모, 이광일 음악감독이 참석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5월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대극장에서 2026 세종 콘서트 시리즈 I '창모 : 더 엠퍼러'를 개최한다.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꿨으나 진로를 전향, 래퍼로 성공한 아티스트 창모의 색다른 무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 가수들에게 간간이 문호를 열어왔던 세종문화회관으로서도, 래퍼의 단독 콘서트를 대극장에서 여는 건 처음이다.

안호상 사장은 "오늘 저도 조금 낯선 예술가분을 모시고 이 자리에 앞에 나섰다"면서 "대중음악을 포함하는 콘서트 시리즈를 1-2년에 한 번 하고 있는데 이번엔 더 진취적이고 전이적인 아티스트를 모시게 됐다"고 창모를 소개했다.
안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이 해야 되는 일 중에 대중들이 선호하는 그런 예술가들을 더 멋지고 아름답게, 예술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게 역할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예상치 않았던, 그동안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것도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창모와 콘서트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대중음악계에서 주류인 K팝과는 조금 다른 분야인 힙합을 하는 아티스트와 협업한 안 사장은 "세상에서 덜 인정받는 쪽에서 새로운 예술이 늘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해볼 만한 선택을 했다 싶다. 음악을 들어봤는데 정말 아름답다. 오케스트라를 쓰시는데 물론 거친 숨소리도 있고 또 가사는 아주 적나라해서 그 참 재미있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고 늘 시대를 저희가 어쨌든 수용해야 된다, 능력이 된다면 조금 앞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지금 대중들한테 수용되고 있고 또 그런 것들을 담고 있는 예술을 저희들이 하는 것에 대해서 기꺼이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창모 씨와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세종대극장의 상징성과 웅장함을 힙합의 에너지와 결합해, 관객 경험의 기준을 다시 쓰는 '경험의 혁신'을 완성한다. 라이브 오케스트라와 압도적인 무대 연출로 아티스트의 음악적 서사를 하나의 구조로 설계하고, 대중음악의 동시대적 감각을 이전과 다른 스케일과 형식으로 구현한다. 3000석 규모의 웅장한 대극장에서 창모의 강렬한 랩과 스토리가 울려 퍼지는 광경은 기존 관객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젊은 관객층에게는 세종문화회관을 '동시대 예술로 호흡하는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창모는 "귀한 장소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소위 '샤라웃(Shout out)'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고 싶다. 잘 준비해보려고 한다. 대중에게 알려진 노래 중에 '마에스트로'라는 곡 가사에 제가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던 이야기가 담겼다. 그때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할 수 있지 않을까, 꿈꿨던 적도 있었다"며 이번 '꿈의 무대' 입성에 대한 감흥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세종문화회관이다 보니 그냥 얹혀 갈 수는 없어도 베토벤 선배님의 '황제' 교향곡을 열심히 연습 중이다. 전부를 칠 수는 없어도 맛배기라도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이렇게 큰 기회 주신 만큼 절대 누가 되지 않도록, 역사에 남지는 못해도 평타는 치겠단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 중이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랩 공연은 대개 소극장이나 클럽 중심의 밀도 높은 무대에서 소비돼 왔다. 호흡은 가깝고, 에너지는 직선적이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그 공식을 뒤집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이라는 압도적 공간에서 창모의 랩이 울려 퍼지는 장면을 통해 공간이 음악을 어떻게 확장시키는지,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라이브 오케스트라와 압도적인 무대연출을 통해 아티스트의 음악적 서사를 하나의 구조로 설계해 이전과는 다른 스케일과 밀도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은 SM Classics 전속 작곡가로 활동하고 'K-POP with Orchestra'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음악과 오케스트라 편곡 작업을 이어온 이광일 음악감독이 맡았다. 연주에는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 오케스트라로 알려진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이광일 음악감독은 "어떻게 보면 힙합과 클래식이 만났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걸 넘어 세종문화회관이라는 공간을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클래식 전통 공간이다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 공간에서 힙합 아티스트의 서사를 하나의 구조로 좀 재해석을 해보자는 시도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출발점에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를 넣었다. 단순히 작품을 재현하기보다는 어찌 보면 이 두 장르의 만남을 좀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 주시면 된다. 랩이 독주처럼 전면에 서고 오케스트라가 그 흐름을 확장하고 받쳐주는 방식으로 좀 설계를 했다"고 랩을 기반으로 한 힙합곡을 오케스트레이션 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공연명 'THE EMPEROR(황제)'는 창모가 이번 공연을 구상하는 출발점이 된 상징적 키워드이자 창작의 원천이다. 총 4개 장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창모 음악 세계의 서사를 구조적으로 담아냈다. 시작인 '더 드림(THE DREAM)'부터 신곡이 공개되는 '피날레(FINALE)'까지 하나의 완벽한 드라마를 갖춘 서사형 공연이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 최초 공개되는 신곡은 서울시합창단이 참여해 대극장에서만 구현 가능한 웅장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MAESTRO'를 비롯한 창모의 대표곡과 신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창모의 과거와 현재를 하나의 흐름 안에 담아낸다.

조용필, 패티김, 보아 등 다양한 대중가수들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섰지만, 안 사장은 창모 이후에 더 시도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안호상 사장은 "조용필 선생님하고 공연하고 난 다음에 이런 저런 뮤지션들하고 작업을 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혼자 했었다. 시도는 해보지 않았었다. 계속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하고 같이 협업하는 거에 대해서는 꾸준히 노력을 해왔던 사람이고 영역 간의 어떤 협업 콜라보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 때는 서태지 씨와 되게 하고 싶었고 아직 꿈을 버리지 않은 것은 지드래곤 공연을 한번 연출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냥 콘서트가 아니라 조금 다른 방식의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계속해서 탐색 중이다. 기획자라는 건 결국 어떤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앞으로의 바람을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는 창모의 새로운 곡도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창모는 "좋은 용어로 초연한다고 하죠. 지금 나이가 33살인데 유럽을 안가봤다. 세종문화회관 콘서트 섭외가 들어오고 나서 1월에 한 번 갔다왔다. 베토벤 묘지에 설날 인사드리듯이 가서 거기서 노래를 하나 만들었다. 여기서 만든 노래를 세종문화회관에서 한다는 생각만 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음악 콘셉트도 이곳에 어울릴 만한 음악으로 만들었다. 가사는 처음 버전은 완전히 비방용이라 파이널 버전이 나오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자극했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