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공동 24위, 김민규-대니 리 공동 32위, 송영한 공동 44위로 대회 마쳐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교포 선수 앤서니 김(40·미국)이 15년 10개월 만에 우승컵을 다시 들었다. '실종된 천재', '풍운아'로 불리던 그가 '골프의 황금 어장' LIV 골프에서 트로피를 품었다. 두 슈퍼스타들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이날 챔피언조의 대결에서 정작 마지막에 웃은 건 불혹의 복귀자였다.
앤서니 김은 16일(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 그레인지 골프클럽(파72·7111야드)에서 열린 LIV 골프 애들레이드(총상금 30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잡아 9언더파 63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 2위 욘 람(스페인·20언더파 268타)을 3타 차로 따돌렸다.

앤서니 김의 마지막 우승은 2010년 4월 PGA 투어 휴스턴오픈이었다. 우승 공백은 15년이 넘는다. 챔피언 조에서 최종 라운드를 치른 것도 오랜만이다. 그는 2011년 10월 30일 상하이 마스터스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연장 승부를 벌인 뒤 14년 4개월 만에 다시 마지막 조에 섰다.
그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기세등등하던 시절 '호랑이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두며 2008년 세계랭킹 6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12년 이후 투어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부상과 사생활 문제, 수백억원 커리어 종료 보험설까지 여러 가지 소문만 남긴 채 12년 동안 공식 대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약물과 알코올에 의존하기도 했다. "이를 숨기느라 내가 누구인지조차 잃어버렸다"며 "메이저 대회에서 (술과 약물을 위해) 몇 홀마다 화장실에 들렀다"고도 했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PGA가 아니라 LIV 골프다. 2024년 LIV 골프에 합류했지만 성적은 없었다. LIV에서 한 번도 톱20에 들지 못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최고 성적은 지난주 2026시즌 개막전 LIV 골프 리야드 공동 22위였다.
이번 애들레이드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는 따로 있었다. 람과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공동 선두를 달렸다. 앤서니 김은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에 5타 뒤진 단독 3위였다. 분위기는 '람-디섐보의 슈퍼스타 대결'로 쏠렸다.
앤서니 김은 18홀 동안 무리하지 않았다. 많은 파4 홀에서 드라이버 대신 아이언 티샷을 꺼냈다. 람과 디섐보에 비해 티샷 비거리는 40~50야드씩 밀렸다. 대신 페어웨이를 지켰다. 그는 거리 열세를 '송곳샷'으로 만회했고 신들린 듯한 퍼트로 슈퍼스타들의 기를 죽였다. 그린에서 까다로운 중장거리 퍼트를 연속으로 집어넣고 포효했고 호주 관중들은 환호했다.

전반 9홀에서 버디 4개를 잡으며 맹수처럼 추격했다. 승부는 12번 홀부터 갈렸다. 앤서니 김은 12번 홀(파3)에서 약 5m 버디 퍼트를 넣고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13번 홀(파5)에서 2.5m 버디를 넣어 단독 선두가 됐다. 14번 홀(파4)에서도 약 5m 버디를 집어넣었다. 15번 홀(파4)에서 약 4.5m 버디를 추가했다. 12번 홀부터 15번 홀까지 4홀 연속 줄버디를 낚으며 우승을 예감했다.

공동 선두로 출발했던 람은 15번 홀까지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주고받으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디섐보는 전반 9홀에서 보기 4개를 쏟아내며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람이 16번 홀(파4) 버디로 2타 차까지 따라붙자 앤서니 김은 17번 홀(파4)에서 약 4m 내리막 버디를 넣어 격차는 다시 3타가 됐다. 그는 마지막 18번 홀 파로 마무리했다. 20cm 거리의 챔피언 퍼트를 넣고 앤서니 김은 양팔을 들어 올리며 사자처럼 포효했다. 그린 위로 달려온 아내, 딸과 포옹했다.


그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빡센 훈련과 경쟁, 투어 생활의 고된 일상이 반복되는 프로 골프의 세계로 복귀한 이유로 가족을 꼽았다.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자존감이라는 게 없었다. 이제는 가족을 돌보고 딸에게 최고의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그것이 매일 아침 나를 움직이게 한다"라고 말했다. 복귀 후 생활에 대해서 "LIV 골프에 처음 왔을 때와 지금의 목표는 같다. 매일 1%씩 더 나아지는 것,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며 "지금도 코스에서 12개의 클럽을 다 부러뜨리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오직 다음 샷에만 집중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털어놓았다.

앤서니 김은 개인전 우승 상금 400만 달러(약 58억원)를 받았다. 단체전 3위 상금의 25%인 22만5000달러(약 3억원)도 더해 422만5000달러(약 61억원)를 손에 쥐었다. 2008년 세계랭킹 6위까지 올랐던 앤서니 김의 현재 세계랭킹은 847위다. LIV 골프는 올해부터 매 대회 상위 10명에게 세계랭킹 포인트를 주기 시작했다. 앤서니 김은 이번 우승으로 랭킹 반등의 발판을 확보했다.
그가 돌아온 무대가 PGA가 아니라 LIV라는 점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PGA 투어에서 스타가 됐던 선수가 두 번째 커리어의 결승점을 LIV에서 찍었다. LIV는 '세컨 찬스 리그'라는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 프로모션을 통해 정규 리그로 올라오고 다시 경쟁하는 구조를 강조한다. 앤서니 김의 우승은 그 내러티브를 가장 극적으로 증명했다. 12년 공백과 복귀 후 부진을 딛고 역전 우승까지. LIV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었다. 그의 영입을 과감히 밀어붙였던 LIV 수장 그렉 노먼의 이름이 소환됐다. 12년을 비워 둔 선수를 데려온 결단이 우승으로 이어졌다. 앤서니 김은 노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선수들은 중위권에 머물렀다. 안병훈은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24위를 기록했다. 김민규는 최종 합계 7언더파로 대니 리(뉴질랜드)와 공동 32위다. 송영한은 최종 합계 4언더파로 공동 44위로 대회를 마쳤다. 코리안 골프클럽은 최종 합계 28언더파로 단체전 8위다.
psoq133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