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올림픽 무대에서 '추모 헬멧'을 쓰겠다고 고집하다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조국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한국시간) 헤라스케비치에게 '자유 훈장(Order of Freedom)'을 수여했다. 자유 훈장은 우크라이나 훈장 체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훈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한 이타적인 봉사와 시민적 용기, 자유와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애국심을 기려 훈장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헤라스케비치의 출전을 금지한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올림픽은 침략자의 손아귀에 놀아날 것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는 것을 도와야 한다"며 "출전 금지 결정은 공정과 평화를 지지하는 올림픽 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헤라스케비치와 그가 한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용기를 갖는 것은 어떤 메달보다 값지다"고 덧붙였다.
헤라스케비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된 스켈레톤 연습 주행에서 러시아와 전쟁으로 희생된 우크라이나 선수 24명의 얼굴이 새겨진 헬멧을 착용했다. IOC는 이를 정치적 표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금지했고, 그는 착용 의사를 철회하지 않으면서 대회 참가 자격을 박탈당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운동선수와 코치 66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이 더는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게 된 상황을 언급하며, IOC로부터 개인중립선수(AIN) 자격을 부여받은 러시아 선수 13명이 이번 대회 출전을 준비 중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역시 금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IOC는 우크라이나 선수를 막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명성을 막았다"며 "후세는 이 순간을 수치스럽게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복싱 슈퍼헤비급 금메달리스트 블라디미르 클리치코 역시 독일 매체 빌트와 인터뷰에서 "살해된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추모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IOC 결정을 문제 삼았다.
우크라이나 온라인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헤라스케비치와 그의 헬멧 이미지를 홈페이지 배너에 게시했다. 키이우 시민들은 "정치 선전이 아니다", "선수 경력을 희생하고서도 굴복하지 않은 것이 자랑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고 AFP는 전했다.
올림픽 규정상 정치적 메시지는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현실과 충돌한 '올림픽 중립성'의 경계는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