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지난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안정적인 의회 다수를 확보한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 중국 대응 등 복합적인 외교·안보 과제와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됐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선거 결과가 일본의 외교 노선과 미일 동맹, 대중·대유럽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해외 안보·외교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전했다.

◆ "일본은 '아베 2.0' 시대로 들어섰다"
미국 랜드연구소 일본 담당 책임자인 제프리 호난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일본이 사실상 '아베 2.0'의 시대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변국들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장기 집권이 가능한 강력한 지도자상을 투영할 것이라며, 다카이치 총리를 "서구식 '철의 여인'이라기보다 일본적 상징인 '국화의 여인'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표현했다.
호난은 "각국은 일본과의 경제·전략적 협력, 그리고 안보상 우려 대응에서 더 강한 연대를 모색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자민당의 압승은 지역 전체에 플러스 요인이다"라며, 일본의 정치적 안정이 역내 외교·안보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호난은 "양국 지도자가 강력한 정치적 추진력을 가질 때 미일 동맹은 가장 원활하게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3월 방미는 선거 이후 그 의미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방미 기간에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함께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융 협력의 진행 상황이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다카이치 정권의 방위력 강화 기조를 전폭적으로 환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호난은 "의회 다수라는 정치적 힘을 배경으로 비핵 3원칙이나 방위장비 수출 규제 같은 기존 정책을 수정하더라도, 미국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반응에 대해서는 "예측이 쉽지 않다"면서도, 미일 동맹 강화가 분명해질 경우 일본에 대한 과도한 공개 비판은 자제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 "유럽의 인도·태평양 관심 유지가 일본의 과제"
유럽에서는 보다 복합적인 시각이 나온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일본 담당 로버트 워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안보에 대한 일본 유권자들의 불안이 명확히 드러난 사례"라고 분석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 사태를 언급한 이후 중국이 반복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워드는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력 강화, 스파이 방지법 제정 등 안보 관련 개혁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과 유럽의 관계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계 악화로 일부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으며, 러시아 위협 대응을 위해 군사 자원을 유럽 내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안보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워드는 "유럽의 인도·태평양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다카이치 정권의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위해 중국의 안보 리스크를 유럽에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일본 안보에 있어 확실한 것은 미일 동맹뿐"이라고 못 박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적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3월 방미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전달하고 미국을 확실한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대중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워드는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의 적대감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중 관계를 관리하는 현실적 노선을 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