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 국채 보유, 이미 절반으로 감소… 2008년 이후 최저
중국의 선택, 신호에 그칠까… 글로벌 자금 흐름의 분기점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금융기관들에 미국 국채 보유를 억제하도록 조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했다. 미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9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4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오른 4.25%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상승폭을 줄여 미 동부시간 오전 9시 10분에는 1bp 오른 수준에서 움직였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4.88%까지 상승했다가 현재는 4.873%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미 달러화도 약세를 보이며,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7% 가까이 하락했다.

◆ 중국 "은행들, 미 국채 보유 줄여라"… 금리는 즉각 반응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은행들에게 미 국채 신규 매입을 제한하라고 요청했고, 이미 익스포저(보유 비중)가 높은 기관들에는 보유 물량을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보유 규모나 감축 시점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는 제시되지 않았으며,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보유한 미 국채에는 이번 지침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은 이번 조치를 '위험 분산'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미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신뢰가 흔들리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인도와 브라질 등도 세계 최대 채권시장인 미국 국채에 대한 노출을 점차 줄이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발언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금과 같은 대체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맥쿼리그룹의 가레스 베리 전략가는 "이는 달러에서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자금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충격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XTB의 캐슬린 브룩스 리서치 디렉터는 "중국이 대규모로 미 국채를 한꺼번에 매도할 경우 미국과 글로벌 금리가 급등하고 세계 경제에 심각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채권 시장은 중국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 축소가 이뤄지더라도 매우 점진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 현재까지 금리가 비교적 안정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국 미 국채 보유, 이미 절반으로 감소… 2008년 이후 최저
실제 숫자를 놓고 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 축소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6826억 달러로, 2013년 말 1조3200억 달러에 달했던 정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중국의 미 국채 대규모 이탈'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자금이 공식 통계상 다른 국가로 우회해 잡히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수탁 계좌가 포함된 것으로 여겨지는 벨기에의 미 국채 보유액은 2017년 말 이후 4배 이상 늘어 4810억 달러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 국채 보유 구조를 조정하며 일부 물량을 간접적으로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기관채와 주식까지 포함하면, 중국의 미국 증권 투자 총액은 2023년 말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일본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미 국채 해외 보유국이다.
웨스트팩은행의 마틴 웨턴 금융시장 전략 총괄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상당 부분은 공식 기관이 유동성 목적에서 보유한 단기물일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들이 실제로 조정할 수 있는 물량은 크지 않고, 중국은 월별 미 국채 입찰에서 시장을 좌우할 정도의 존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탈달러보다 다각화"…… 글로벌 자금 흐름의 분기점
한편 미 재무부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지난해 11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르웨이·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의 보유 증가가 중국의 감소분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높은 금리 덕분에 미 국채의 투자 매력 자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미 국채는 지난 12개월 동안 5.3%의 수익률을 기록해, 주요 선진국 국채 가운데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성과를 냈다.
삭소캐피털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최근 움직임을 두고 "중국이 달러 자산에서 완전히 손을 떼려는 '탈달러화'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을 나눠 위험을 분산하려는 '다각화'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내에서도 은행과 국가 외환보유액이 서로 다른 역할과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규제 당국이 은행들에 대해서는 미 국채 보유 비중을 줄이도록 관리할 수 있지만, 중앙정부가 운용하는 외환보유액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융시장 불안 시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는 여전히 대규모의 달러 자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이 달러 자산 자체를 급격히 줄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선택이 상징적 신호에 그칠지, 아니면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지는 향후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기관들의 대응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