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장례 수요는 급증…규제 정비·민간 참여 확대 불가피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초고령사회 문턱을 넘은 한국에서 노인요양시설과 화장시설 등 생애말기 필수 인프라의 공급 부족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법·제도적 제약으로 민간 공급이 막혀 있다며 제도 개선 없이는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1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에서 사망 전 1~2년간 중증 돌봄과 임종 준비가 필요한 생애말기 고령인구가 2001년 14만8000명에서 2025년 29만2000명으로 늘었고, 2050년에는 63만9000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대비 약 2.2배 증가한 규모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애말기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장기요양·돌봄·장례 서비스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으나, 현행 공급 구조는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2008년 이후 중증 돌봄이 필요한 고령인구는 연평균 3~4% 증가한 반면, 실제 입소 인원은 연평균 8% 늘어나 잠재 수요보다 이용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다.
화장시설 역시 사망자 수 증가 속도보다 화장 수요가 가파르게 늘며 화장률이 2000년 33.5%에서 2024년 94.0%까지 상승했다. 다만 일시적 수요 급증이나 팬데믹 상황에 대응할 여력은 부족해, 장례 문화의 근간인 '3일차 화장률'은 2019년 86.2%에서 2025년 75.5%로 낮아졌다.
특히 서울·부산 등 대도시권에서 지역 간 수요·공급 미스매치가 두드러졌다. 2024년 기준 노인요양시설 잔여정원은 서울이 생애말기 고령인구 대비 3.4%에 불과한 반면 전북은 12.4%로 여유가 있었다. 화장시설 가동 여력도 서울은 과부하 상태인 반면 일부 지방은 공급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으로 법률·행정적 규제에 따른 인센티브 왜곡을 지목했다. 노인요양시설은 전국 단일 수가 체계가 지역별 부동산 비용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대도시 신규 진입이 어렵고, 화장시설은 주민 반대(님비현상)와 행정 규제로 민간 참여가 사실상 차단돼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공공의 관리·감독 역할을 유지하되, 민간 자본과 효율성을 활용해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토지·건물 소유에 따른 귀속임대료를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하는 방안, 화장시설은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시령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향후 25년간 생애말기 고령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공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급증하는 수요를 사회적 부담이 아닌 산업적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선제적 공급 확충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