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대표 위증 수사·정부 전방위 조사 동시 진행
규제 국면 속 '미국 기업' 프레임 다시 부각
국내 사건에서 통상·외교 이슈로 번질 가능성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사그러든 듯했던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추가 유출 사실이 확인되며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재점화된 데다,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와 미국 의회의 조사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쿠팡을 둘러싼 논란은 국내 규제 이슈를 넘어 통상·외교 현안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 3370만 아닌 3386만 계정 유출
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5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지난해 11월 발생한 동일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16만5455개 계정의 개인정보가 추가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신고했다. 기존에 알려진 유출 규모 3370만 계정에 이번 추가분을 더하면 전체 유출 계정은 3386만여 개에 이른다.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유출 정보는 회원들이 배송지 정보로 입력한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정보, 공동현관 비밀번호, 이메일, 주문 목록 등은 유출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2차 피해 의심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이번에 확인된 유출이 별도의 추가 해킹이 아니라, 지난해 11월 발생한 유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 범위가 뒤늦게 확대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유출 사실은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이 쿠팡 내부 시스템과 서버 등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11월 말 약 3370만 개 계정의 개인정보 접근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25일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정보 유출자가 고객 계정 약 3300만 개의 기본 정보에 접근했으나 실제로 저장한 정보는 약 3000개 계정에 불과하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쿠팡은 언스트앤영(EY) 등 글로벌 최상위 보안업체와 협업한 결과라며 조사 신뢰성을 강조했지만, 이번 추가 유출 확인으로 '셀프 조사' 결과에 대한 신빙성은 타격을 받게 됐다.

◆ 강경 대응서 협조 기조로 전환한 로저스 대표…"적극 협조"
로저스 대표는 전날 사내 이메일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청문회 위증 혐의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 기관의 자료 제출 요구와 대면 인터뷰 등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을 주문하며 "현재 쿠팡에 대한 여러 정부 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관련 요청에 적극 임해 사태가 조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쿠팡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담당하는 민관합동조사단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포함해 10여 개 정부 부처 조사 인력이 투입돼 각종 현안을 조사 중이다. 로저스 대표 본인 역시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 위증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경찰청에 출두해 다음 날 새벽까지 약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으며, 6일로 예정된 2차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도 경찰은 국회 청문회 발언과 관련해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를 위증 혐의로 2차 소환했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해 12월 말 국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로저스 대표의 태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초반 청문회에서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고 불만을 표출했던 것과 달리, 사태가 장기화되고 한미 통상 이슈까지 겹치자 협조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려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규제 압박 국면에서 쿠팡의 '미국 카드' 활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로저스 대표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쿠팡Inc 이사에 대해 "글로벌 정책과 거시 환경, 기업 거버넌스 전반에 대한 탁월한 관점을 가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는 쿠팡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조한 측면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 역시 최근 보도를 통해 쿠팡이 워싱턴에서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벌이며, 쿠팡을 잘 알지 못하던 미 연방 의원들까지 관련 청문회와 문제 제기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쿠팡이 한국에 기반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미국 내에서는 '미국 기업'임을 강조하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한국 규제당국의 전방위적인 조사를 받고 있는 쿠팡에 대해 청문회 출석과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하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의회가 쿠팡 사안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프레임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진행 중인 조사와 논란이 통상·외교 이슈로 확장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