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형사처벌 면했으나 진실 규명 기회는 사라져"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고려대학교 교수의 병역 비리 의혹을 허위로 제기한 혐의를 받은 양승오 박사가 10년 만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재판장 이예슬)는 4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양 박사 등 6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1명에 대해서만 선거법상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배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7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는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비리 의혹 제기가 후보자 검증에 해당하더라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지만, 제시된 자료에 비춰 의혹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사후에 허위로 판명되더라도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병역 비리 의혹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만나거나 인터넷 카페 댓글 등을 통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 고발장 제출 및 민원 제기, 세브란스 공개 신검에 대한 문제 제기, MRI 촬영 시간과 PACS 자료, 병무청 회신 및 검찰 처분 내용 등을 추가로 수집·검토한 점을 종합해 볼 때, 허위 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2014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박 전 시장의 낙선을 목적으로 박씨의 병역 비리 의혹을 공표한 것으로 기소된 사안"이라면서도 "병무청은 관련 규정 개정과 시스템 보완 경과를 설명하면서도 피고인들이 제기한 특정 의문에 대해 충분히 해소되는 답변을 제공하지 못했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 역시 각 피사체가 적어도 30대 이상 남자인지, 20대 후반 박주신인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 수사와 명확한 결론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선고 직후 서울고법 서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는 "11년 동안 항소심을 끌어오며 결정적 절차라고 본 신체 검증·MRI 재검증을 끝내 하지 않은 점은 깊은 아쉬움이지만, 피고인들이 '허위'라는 인식 없이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을 인정해 준 판결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재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주신 씨 입장에서는 허위 사실 공표 피해자라는 지위를 벗고 자유로운 신분을 확인받았고, 피고인들은 형사처벌에서 벗어났으니 겉으로 보면 모두에게 좋은 판결처럼 보인다"며 "그러나 법원이 신체 검증을 생략한 채 사건을 사실상 '종결'함으로써 병역 비리 의혹의 진실 규명 기회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양 박사 등은 2014년 6월 '박 교수가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기 위해 MRI 사진을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같은 해 허위 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6년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재판은 핵심 증인인 박 교수가 외국에 거주해 신체 검증을 받지 않는 등의 이유로 10년 넘게 결론 나지 않았다.
박 교수는 2004년 2급 현역 판정을 받고 2011년 8월 공군에 입대했지만 우측 대퇴부 통증을 호소해 입대 나흘 만에 훈련소에서 귀가 조치됐다. 퇴소 후 그는 자생병원에서 찍은 허리 자기 공명 영상(MRI)과 엑스레이 사진 등을 병무청에 냈고 같은 해 12월 추간판 탈출증을 이유로 4급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이 사건 항소심 과정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박 교수에 대해 재판부는 2023년 8월 검증 기일을 열고 박 교수의 척추와 흉곽 및 골반, 치아 등 MRI와 엑스레이 촬영을 하기로 했지만, 박 교수가 거부하면서 불발됐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