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수능 검정고시 출신 4.0%…1995학년도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
25학년도 서울·연세·고려대 검정고시 입학생 259명…전년比 37% 증가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올해 첫 서울시교육청 관내 검정고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 가운데, 교육현장에서는 내신 고득점이 어렵다고 판단한 수험생이 '수능 올인'을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수능을 보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력 회복과 평생학습의 상징이었던 검정고시가 대학입시 '우회로'로 전락한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이날부터 13일까지 2026년도 제1회 초졸·중졸·고졸 검정고시 원서 교부 및 접수를 시행한다.

검정고시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마치지 않은 사람이 초등학교‧중학교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기 위한 시험이다. 전쟁이나 경제적 사정 등으로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학력 회복과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검정고시는 전쟁이나 경제적 사정 등 다양한 사유로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어 학력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학습 기회 및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최근 입시 현장에서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하고, 수능 준비에 집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목격담이 나온다. 내신 부담과 학교 생활을 덜어내고 '수능 올인'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선택이다. 내신 5등급제와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내신 성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교육 과정을 아예 포기한다는 것이다.
과거 9등급제까지는 ▲1등급 4% ▲2등급 7% ▲3등급 12%였지만, 내신 5등급제에서는 ▲1등급 10% ▲2등급 24% ▲3등급 32%까지 상위 등급 범위가 늘어났다. 9등급제에서는 1~2등급만 확보해도 상위권 내에서 비교적 촘촘한 서열 구분이 가능했지만, 5등급제에서는 1등급 안에 상위 10%가 한꺼번에 묶이면서 최상위권이 '같은 1등급'으로 대거 압축된 것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수험생들로서는 등급만으로는 상위권 변별이 어려워져 오히려 불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더해 올해부터 선택과목 이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고교학점제로 내신 관리에 스트레스를 느낀 수험생들이 정시로 눈을 돌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2026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 55만 4174명 가운데 검정고시 등 출신 수험생은 2만 2355명(4.0%)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11.2%나 늘어난 수치로, 1995학년도 수능 이후 31년 만에 가장 많은 기록이다.
자퇴 통계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교육부의 '2025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학년도 초·중·고교 학생의 학업중단율은 전 학년도(1.0%) 대비 0.1%포인트(p) 증가한 1.1%로 집계됐는데, 고등학생의 학업중단율은 2.1%로 초·중·고교 증가폭 평균치를 1%나 뛰어넘었다.
상위권 대학 신입생 구성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학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입학한 검정고시 출신 학생은 259명이었다. 전년도 189명보다 37.0%(70명) 늘어난 숫자다. SKY 입학생 중 검정고시생은 2018년 80명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5등급제에서는 상위 10% 안에 들지 못하면 곧바로 2등급, 누적 34% 구간에 포함된다"며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수시 내신으로는 사실상 진입이 어렵다'는 판단이 더 이른 시점에 내려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학교 현장에서 수행평가나 중간·기말고사 등 내신 관리에 매달리기보다, 수능에 전력을 기울이며 정시 준비에 집중하려는 흐름이 강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교육계에서는 청소년이 대다수인 수험생들이 공교육 과정을 건너뛰고 입시 준비에만 몰입하는 부작용을 경고한다. 공교육은 학교는 성적뿐 아니라 관계 형성과 시민성 교육 등 성장 경험을 제공하는데, '입시 효율'만을 이유로 이탈하면 교육 격차와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능과 정량평가 비중을 낮추고 정성평가를 확대하거나 정시를 축소하는 방안이 주요한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해법은 간단하지 않다. 학부모들은 면접·서류 중심 정성평가는 준비 비용과 정보의 격차가 더 크다고 토로한다. 2026학년도 수능을 본 자녀를 둔 서울의 한 학부모는 "일반적인 국·수·영 중심 입시 학원보다 생활기록부 관리 컨설팅, 면접 코칭 비용이 훨씬 더 비싸다"며 "해외 대학은 진작 에세이 중심이었는데 왜 '그들만의 리그'가 됐겠나"라고 말했다.
궁극적인 해법은 결국 학벌주의 중심의 입시 경쟁 완화다. 공교육 강화 정책 연구 경험이 있는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서열화된 학벌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정시모집 축소나 정성평가 확대는 아주 미세한 입시제도 조정일뿐"이라며 "공교육 신뢰 회복과 과도한 서열 경쟁 완화를 최종 목표로 삼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