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안전자산 선호·제조업 지표가 뒷받침
엔화·상품통화 약세… 일본 정치 변수도 부담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 국채 금리가 2일(현지시간)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이후, 시장이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가늠하는 과정에서 금리와 달러가 동시에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워시를 지명했다. 워시는 과거 연준 이사 시절 인플레이션 매파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시장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 TD증권의 미국 금리 전략 총괄 제나디 골드버그는 "어떤 케빈 워시가 등장할지 명확하지 않다"며 "과거의 매파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위해 요구되는 비둘기파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은 전반적으로 포지션을 낮추고 펀더멘털을 지켜보는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 미 국채 2·10년물 금리 동반 상승… 장단기 금리차는 소폭 축소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연준의 정책 전망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8bp(1bp=0.01%포인트) 오른 3.565%를 기록했다. 기준물인 10년물 금리도 3.2bp 상승한 4.273%로 올라섰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는 약 70bp로 소폭 축소됐는데, 이는 장중 기록했던 72.7bp에서 내려온 것으로 4월 이후 가장 가팔랐던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워시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중시해온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기준금리 인하와는 별도로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BCA리서치의 펠릭스 베지나-포아리에 수석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지명 과정에서는 비둘기파적 어조를 취했지만, 결국 과거의 본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워시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더라도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해 이를 상쇄하려는 성향을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골드버그는 대차대조표 조정은 장기 과제라며 단기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는 규제 완화 등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사안"이라며 "연준 정책이 갑작스럽게 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 인사인 스티븐 마이런 이사도 최근 대차대조표 문제와 관련해 "규제가 핵심 변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이날 워시가 연준을 이끄는 데 대해 "상당히 어려운 과제"라며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위원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달러 강세… 안전자산 선호·제조업 지표가 뒷받침
미 국채 금리 상승과 함께 달러화도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귀금속 시장에서 급격한 매도세가 나타나며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 쏠린 데다, 1월 미국 제조업 지표가 1년 만에 성장 국면으로 복귀한 점이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
관세 부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 부담이 커졌다는 신호도 나왔지만, 달러는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으로 1월 고용보고서 발표가 연기된다는 소식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 시장 전략가는 "시장은 미국 노동시장의 실상을 명확히 보지 못한 채 다시 움직이고 있다"며 "이번 셧다운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커 통화정책 기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 정부 기능 장애에 대한 시장의 내성이 커지면서, 달러의 전통적 안전자산 지위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6개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0.44% 상승한 97.64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두 차례 이뤄질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으나, 첫 인하는 워시가 상원 인준을 거쳐 의장에 취임할 가능성이 있는 6월 이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엔화·상품통화 약세… 일본 정치 변수도 부담
달러 강세 속에 상품 가격과 위험 선호에 민감한 통화들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호주달러는 호주중앙은행(RBA) 통화정책 결정을 하루 앞두고 0.22% 하락했고, 뉴질랜드달러와 캐나다달러도 각각 0.35%, 0.5% 내렸다.
엔화는 정치 변수까지 겹치며 약세가 이어졌다. 달러/엔 환율은 155.64엔으로 0.57% 상승했다. 사나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주말 유세에서 엔화 약세의 이점을 강조하면서, 통화 방어에 나서온 일본 재무성의 기조와 엇갈린 메시지가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이 오는 8일 치러지는 총선거에서 중의원 과반(233석)을 크게 웃도는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강한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경우, 재정 확장과 감세 정책이 일본의 재정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다만 최근 엔화는 미·일 양국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 속에 추가 급락은 제한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환율 점검 발언 이후 엔화가 급등했던 경험이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유지시키고 있다.
한편 달러/원 환율은 3일 오전 7시 25분 기준 전장 대비 0.07% 오른 145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