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어도 교실은 더 복잡…이주배경·마음건강 '지원 공백' 우려
'맞춤형 수업' 대세 속 인력 축소…기초학력·정서지원 역행 비판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교원 정원을 정하는 행정안전부가 유치원·초·중등 교원을 수천 명 감축하는 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교육현장에서 학습의 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주배경 학생 증가와 학생의 마음건강 악화 등으로 섬세한 지도의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기계적으로 교원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유치원 교원 25명, 초등 2269명, 중등 1412명을 감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지방교육행정기관 및 공립의 각급 학교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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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보장과 학교 설립·폐교 등에 따른 한시 정원은 일부 추가·연장해, 한시 정원을 포함한 공립 유치원·초·중등 교원 총정원은 지난해 33만 8360명에서 33만 7466명으로 914명 줄게 된다.
행안부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 이 같은 수치를 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만 6~21세 학령인구는 2017년 846만 명에서 2026년 679만 명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 교실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해외 인구 유입에 따라 이주배경 학생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기본통계조사 결과 전체 유치원·초·중등 학생 수는 2024년 대비 2.3% 감소하는 동안 다문화 학생 수는 4.3% 증가한 20만 2208명으로 집계됐다. 다문화 학생 조사가 시작된 2021년 이래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청소년 마음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작성하는 학생 자살사망 사안보고서를 종합한 통계를 보면 2021년 197명이었던 자살 학생은 2023년 21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221명으로 기록됐다. 학생 마음건강 지원에는 여러 방안이 있지만 무엇보다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학부모 다음으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령인구 자체가 감소한다고 해서 교사들이 실제로 만나는 학생들이 곧바로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 2026학년도 서울 지역 교육감 선발 후기고 신입생 배정 결과 2010년생(백호띠) 증가로 배정 대상자는 증가했지만 신입생 학급 수 증가는 전년 대비 16 학급에 그치면서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25.8명에서 27.2명으로 1.4명 늘었다. 교육계에서는 학급당 적정 학생 수를 20명 내외로 보고 있다.
교원 감축에 따른 학습의 질 저하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모영민·김랑 KEDI 부연구위원이 23일 발간한 'TALIS 2024 결과 분석'에 따르면 한국 중학교 교사의 '적응적 수업 실천 빈도'는 OECD 평균보다 최대 42.3%포인트(p) 낮았고, 5개 문항 중 3개 항목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학생 요구에 따라 수업 방식을 맞춘다'는 응답은 한국 45.7%로 OECD 평균 88.0%의 절반 수준이었다. '요구에 따라 다른 학습 자료를 준다'(한국 38.6%·OECD 64.0%), '즉시 피드백 제공'(한국 65.1%·OECD 80.7%)도 격차가 컸다.
적응적 수업은 학생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와 특성을 반영해 수업을 설계·운영하는 방식다. 학습 동기와 역량은 물론 문화적 배경과 개별 요구가 한층 복합적으로 확대되면서 적응적 수업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양한 이주배경을 비롯해 마음건강 악화, 기초학력 미달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는 더욱 중요성이 크다.
교육현장에서는 교원 정원 산정 시 학생 수뿐만 아니라 교육환경 변화, 우리나라 교원의 업무환경까지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울의 한 중등 교사는 "수업·생활지도 외에도 기록, 민원 대응, 각종 사업·공문 처리, 평가·행정업무가 겹쳐 있는 구조에서 인력 감축은 곧바로 수업에 쓰는 시간을 깎는 것"이라며 "수업 진도도 엄격하게 따지는 현실에서 인력이 부족하면 학생 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행안부 입법예고에 대해 "단순히 총 학생 수만 기준으로 정원을 산정하는 것은 교육 현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며 "행안부는 독단적인 정원 감축 강행을 중단하고 교원 정원 산정 기준을 학생 수가 아닌 실질적 교육 단위인 학급 수로 전환하라"라고 촉구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