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기술 탈취 의혹 사실관계·공정성 문제 답해야
시간끄는 금융위, 가장 큰 문제는 STO의 제도화 지연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관련 사항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입장을 1월 7일과 27일,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기자단 공지를 통해 반복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조각투자 허가 문제는 어떻게 결론을 냈나. 떨어진 사람은 무조건 억울하다고 생각하니까 최대한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고,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절차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연초부터 미술품 등 다양한 기초자산의 권리를 쪼개 거래하는 조각투자(STO·Security Token Offering)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사업자 선정은 금융투자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넥스트레이드(NXT)의 기술 탈취 의혹과 선정 절차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금융당국이 개별 인허가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는 해명을 반복하고,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언급한 것 자체가 이 사안의 민감성을 보여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사를 거쳐 한국거래소-코스콤 컨소시엄(KDX)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 컨소시엄(NXT) 등 두 곳을 STO 장외거래소 우선 사업자로 판단해 둔 상태였다.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7년간 STO 유통 서비스를 운영해 온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불씨는 여기서 커졌다. 루센트블록 측이 넥스트레이드의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허영세 루센트블록 대표는 지난 12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넥스트레이드는 인가 신청 이전, 투자 및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명분으로 접근해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한 뒤 재무 정보, 주주 명부, 사업 계획, 핵심 기술 자료 등 극히 민감한 내부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투자나 컨소시엄 참여 없이 불과 2~3주 만에 동일 사업 영역인 STO 유통 시장에 대해 직접 인가를 신청했다는 게 폭로의 핵심이다.
아울러 루센트블록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적용된 심사 기준 자체가 기득권 금융기관에 유리하게 설계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넥스트레이드는 기밀 정보를 제공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역시 예비인가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기술 탈취 의혹이나 심사 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논란의 핵심이다.

STO 장외거래소 사업자 선정은 두 곳의 컨소시엄이든, 루센트블록을 포함한 세 곳의 컨소시엄이든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 탈취 의혹, 선정 절차의 공정성, 증선위 심의의 실질성, 정치적 외풍 논란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루센트블록이 7년간 사업을 진행해왔다는 점이 곧바로 사업자 선정의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기술 탈취 의혹의 사실관계, 심사 기준과 절차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며, 결정에 대해서도 소상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STO 제도화 자체의 지연이다. 지난해 9월 16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 5개월이 다 돼가지만, 사업자 선정은 여전히 최종 문턱에서 멈춰 있다. 금융위는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이유로 '신중론'을 내세우지만, 정무적 판단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500여 개 핀테크 기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최근 "논란에 따른 시장 개설 지연으로 차세대 금융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며 장외거래소 인가에 대한 조속한 논의 재개와 결정을 촉구했다. 이번 예비인가는 조각투자 유통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첫 단계다. 사업자 선정이 늦어질수록 STO 시장 안착 일정 역시 함께 밀릴 수밖에 없다.
y2ki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