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해 미국 경제를 떠받친 핵심 엔진은 인공지능(AI)이 아니라 여전히 소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붐이 성장 스토리의 중요한 축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정체된 미국 경제를 구한 영웅'으로까지 포장하는 서사는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MRB파트너스 미국 경제 전략가 프라작타 비데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1순위 동력을 소비, 그다음을 AI 관련 자본지출로 제시했다. 그간 시장 일각에서 AI 투자를 '정체된 미국 경제를 살려낸 결정적 요인'으로 평가해 온 것과는 결이 다른 진단이다.

비데는 26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AI는 성장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AI 투자가 없었다면 지난해 GDP가 침체에 빠졌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확장을 이끄는 핵심 주체는 여전히 미국 소비자"라며, 성장의 기본 구조가 과거 경기 확장 국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숫자로 따져봐도 AI의 성장 기여도는 체감보다 작다. 비데 분석에 따르면, 수입 조정을 하지 않은 기준에서 AI 관련 부문은 2025년 1~3분기 실질 GDP 성장률에 분기당 평균 약 90bp(0.9%포인트)를 보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기간 평균 실질 성장의 약 40%에 해당한다.
하지만 컴퓨터·반도체·통신장비 등 AI 관련 설비의 상당 부분이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을 반영해 실질 수입을 차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AI 투자의 순(純) 기여도는 40~50bp로 줄어들며, 1~3분기 실질 성장의 약 20~25% 수준에 그친다는 계산이다.
비데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데이터센터 건설보다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투자가 AI 관련 성장 기여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그는 1월 보고서에서 "AI에 대한 낙관론이 훼손될 경우 성장 리스크가 되는 것은 맞지만, 수입을 반영한 보다 현실적인(그리고 훨씬 작은) 기여도는 'AI가 없었다면 미국 경제가 휘청였을 것'이라는 인식을 반박한다"고 적었다.
AI 붐이 없었다면 성장률이 다소 낮아졌을 수는 있지만, 수입도 함께 줄었을 것이고, 견조한 개인 소비 덕분에 실질 성장률은 여전히 1.5%를 웃돌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AI의 경제적 비중을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시각은 다른 곳에서도 나온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지난해 12월 X(옛 트위터)에 올린 분석에서 2025년 2·3분기 AI 연관 지출이 분기 GDP 성장의 약 15%에 불과했고,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를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1분기의 '특이한' 수치가 AI의 성장 기여도를 지나치게 부풀려 놓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작년 미국 실질 GDP는 3분기 연율 4%대 중반, 2분기 3%대 초반으로 강한 성장세를 보인 반면, 1분기에는 연율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롤러코스터 흐름을 나타냈다. 강한 AI 투자와 견조한 소비가 뒤섞인 한 해였지만, 성장의 바닥을 지탱한 축은 결국 소비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데는 미국 경기의 회복력을 떠받치는 축이 앞으로도 소비가 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소득 증가세 둔화와 부의 상위 집중 심화에도 불구하고, 재정 정책 측면의 지원이 여전히 존재해 소비의 완충 역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소비가 일부 부유층에만 의존하고 있어 취약하다는 주장에 대해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소비 기반 붕괴를 경기순환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성장 역시 추가적인 AI 투자,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 가능성, 이민 둔화 속에서도 유지되는 고용 안정 등에 힘입을 것으로 비데는 내다봤다. 다만 미국 경제의 체력을 가늠할 핵심 잣대는 어디까지나 AI가 아니라 '미국 소비자의 지갑'이라는 점을 거듭 상기시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AI 모멘텀과 별개로, 향후 소비 여력·재정 정책의 방향이 미국 경기와 위험자산 선호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남을 것이라는 메시지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