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세종시, 수용력 키웠지만 유인 한계
KDI "균형 발전 관건, 분산 아닌 선택적 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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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최근 수도권 인구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수도권 집중이 왜 수십 년간 멈추지 않았는지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나왔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 세종시 건설 등 대규모 균형 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구 쏠림이 반전되지 않은 이유는 주거·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생산성 격차'에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일 발표한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인구분포 결정요인과 공간정책 함의'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 구조를 '생산성·쾌적도·인구수용비용'이란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한 결과 수도권 집중의 핵심 동인은 생산성 변화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균형 발전 정책이 인구 유입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은 했지만, 추세 자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 수도권 키운 건 '살기' 아닌 '일할 가치'
KDI의 분석에 따르면, 2005~2019년 동안 수도권 도시들의 생산성은 평균 20.0% 증가해 비수도권(12.1%)을 크게 앞섰다. 이에 2005년 수도권의 생산성 평균은 101.4%로 비수도권 평균(98.7%)과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2019년에는 수도권(121.7%)과 비수도권(110.6%) 간 10%포인트(p) 이상 확연히 차이를 벌렸다.
같은 기간 쾌적도는 일관되게 비수도권이 수도권을 웃돌았다. 이는 비수도권 도시들이 낮은 생산성과 임금으로 인한 소비 여력의 한계를 주거·생활 환경 측면의 쾌적성으로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5~2019년 수도권 의 상대적 쾌적도는 1.6%p 감소한 반면, 비수도권은 2.0%p 증가해 상대적 우위를 강화했다.
반면 인구수용비용에서는 수도권의 구조적 우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5년 기준 수도권의 인구수용비용은 전국 평균의 62.0%에 불과한 반면, 비수도권은 134.8%로 두 배를 웃돌았다. 이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교통 인프라 확충과 도시 개발이 이뤄지면서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2019년에도 수도권의 인구수용비용은 비수도권보다 크게 낮아 인구 유입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은 여전히 수도권에 유리한 상태로 남았다.
KDI는 이 같은 도시 특성 변화를 토대로 수도권 인구 비중 상승 요인을 분해했다. 생산성 변화만 반영할 경우 수도권 인구 비중은 60%를 넘을 수 있었던 반면, 쾌적도와 인구수용비용 변화가 일부 완충 역할을 하면서 실제 비중은 49.8%에 머물렀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집중을 이끈 결정적 요인은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 '일할 가치가 더 커진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 산업도시 쇠퇴가 수도권 쏠림 가속화
KDI는 2010년대 이후 비수도권 산업도시의 생산성 하락이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조선·자동차·철강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거제·구미·군산·여수 등 전통 제조업 도시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인구 이동이 수도권으로 집중됐다는 것이다.
가상 시뮬레이션 결과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KDI는 2010년대 조선·자동차·철강 산업 부진을 겪은 비수도권 산업도시들의 생산성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2010년 수준을 유지했다고 가정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경우 2019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실제치(49.8%)보다 낮은 약 47% 수준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됐다. 수도권의 생산성이 같은 기간 상승했음에도, 비수도권 산업도시의 생산성 하락이 없었다면 수도권 쏠림이 지금만큼 심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의미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 산업도시들이 전국 평균 수준의 생산성 증가를 기록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수도권 집중 완화 효과는 더욱 뚜렷해진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수도권 인구 비중이 43%대까지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비수도권 산업도시의 쇠퇴가 인구 이동을 수도권으로 밀어 올리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해석했다. 지방의 경쟁력이 약화된 결과가 곧바로 수도권 팽창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가상 분석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 혁신도시·세종시는 왜 '결정타'가 못 됐나
혁신도시와 세종시 사례는 그간의 균형 발전 정책이 어디까지 작동했고, 어디에서 한계에 부딪혔는지를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다.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해 교통·주거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이들 지역의 인구수용비용은 뚜렷하게 낮아졌다. 실제로 세종시는 2005~2019년 동안 인구수용비용이 절반 이상 하락하며, '더 많은 인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도시'로 구조가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생산성 측면에서는 기대만큼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KDI 분석에 따르면 혁신도시의 2005~2019년 생산성 증가율은 16.4%로, 비혁신도시(16.1%)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세종시는 같은 기간 24.5%의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이는 초기 개발 단계에서 자본 투입이 집중되며 일시적으로 지역내총생산(GRDP)이 확대된 효과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행정도시 출범 이후인 2010~2019년만 놓고 보면 세종시의 생산성 증가율은 6.4%에 그쳐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인구 이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세종시는 한때 빠른 인구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후 증가 속도가 둔화되며 목표 인구 80만명의 절반 수준인 40만명 안팎에서 정체됐다. 이에 관해 KDI는 인프라 확충을 통해 도시의 수용력은 크게 개선됐지만, 생산성 증가가 충분히 동반되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끌어낼 경제적 유인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결국 혁신도시와 세종시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조건'은 갖췄지만, '사람이 계속 머물며 일할 이유'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다. KDI는 이를 통해 인구 이동의 핵심 동인이 도로·주택 같은 물리적 인프라가 아니라 생산성과 일자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 대안은 '분산' 아닌 '선택과 집중'
KDI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전국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접근은 현실성이 낮다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모든 지역의 인구를 균등하게 유지하려는 정책은 막대한 재정 부담에 비해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국민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신 KDI는 비수도권 내에서도 '거점도시'를 선별해 생산성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인구 비중을 46%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세종, 원주 등 7개 거점도시에서 평균 8.2%의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이 아니라, 산업 집적과 기업·인재 유입을 통해 해당 도시가 스스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가능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 수치를 두고 2010년대 대전이 기록한 생산성 증가율에 준하는 성과를 모든 거점도시에서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고난도 과제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KDI는 균형 발전 정책의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균형 발전의 관건은 얼마나 나눌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생산성을 만들 것인가"라는 보고서의 결론은, 기존의 재정 분산형 지역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다. 비수도권 내부의 격차 확대를 일정 부분 감수하더라도, 성장 가능한 도시를 중심으로 자원을 집중해야 수도권 일극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수도권 집중을 둘러싼 논의가 '주거 문제'나 '교통 혼잡' 같은 생활 이슈로 환원되는 경우가 많지만, KDI 분석이 던지는 질문은 훨씬 구조적이다. 인구 이동의 방향은 결국 '생산성'이 결정하며, 균형 발전 정책 역시 도로·주택 같은 물리적 인프라 공급을 넘어 '지역의 생산성을 실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갖추고 있는가'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 발전의 성패는 분산의 의지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다.
■ 한줄 요약
수도권 집중은 인프라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의 결과이며, 균형 발전의 해법은 분산이 아닌 선택적 생산성 강화에 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