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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건보공단, 담배소송 2심도 패소…"제대로 싸워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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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 행위와 공단 보험급여 지출에 인과관계 불인정"
공단 이사장 "담배회사는 뺑소니범…제대로 싸워볼 것"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의 폐해를 은폐했다며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건보공단은 항소 제기 5년 만의 패소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상고해 제대로 한 번 싸워보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6-1부(재판장 박해빈)는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낸 53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2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의 폐해를 은폐했다며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건보공단은 항소 제기 5년 만의 완패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상고해 제대로 한 번 싸워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5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서 열린 담배회사 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 상대 '500억대 담배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12차 변론기일 출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보험급여를 지출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한 바에 따라 보험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징수한 자금 등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고 원고에게 어떠한 법익침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의 이 사건 보험급여의 지출은 피고들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했다기보단 '국민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관계'에 따라 지출된 것에 불과해 피고들의 행위와 이 사건 보험급여 지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건보공단이 30년 이상 흡연한 후 폐암·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을 대위해 예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이 결여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또한 "피고들이 결과회피의무를 위반했다거나 이 사건 대상자(흡연 피해 환자들)들에 대해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기망·은폐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들의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대상자들이 흡연을 개시·유지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생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흡연 기간 ▲폐암 등의 발생시기 ▲흡연하기 전의 건강상태 ▲가족력 등을 추가로 살펴야 한다며,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원고는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도 흡연과 폐암 등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그러나 역학적 연구결과에 의해서는 통계적 차원에서 집단 내 질병발생의 분포 및 결정요인을 파악할 수 있을 뿐이고, 역학적 연구결과가 실제로 특정 개인의 질병에 대한 개별적인 원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이 사건이 2020년 12월 항소심 접수 후 만으로 5년이 지났다"며 "소송 당사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그간의 노고와 깊은 열정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대상자가 흡연하던 시점인 1960년대부터 보험급여를 마칠 때까지의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판단이 이뤄졌다"며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우리 사회의 흡연에 대한 인식을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하고 있고, 새로운 정책이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의 폐해를 은폐했다며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 [사진=뉴스핌 DB]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매우 실망스럽다. 실망을 넘어 비참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배회사는 뺑소니범이라고 생각한다"며 "차가 교통사고를 내 많은 사람이 다치고 사망했는데 운전자는 도망간 것이다. 담배회사가 끊임 없이 여러 자료 내면서 재판부가 호도했다"고 질타했다.

정 이사장은 "담배에 대해 이런 식으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헌법에 나온 사회적 기본권이 다 없어지거나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고, 의료계·법조계 등과 힘을 합쳐서 상고이유서를 잘 써서 법원을 설득하겠다"며 "새로 한다는 각오로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하면서 제대로 한 번 싸워보겠다"고 했다.

건보공단은 흡연 폐해에 대한 담배회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14년 4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은 약 533억 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30년 이상,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한 후 폐암과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공단이 2003∼2012년 지급한 진료비다.

건보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수입·제조·판매한 담배의 결함과 불법행위로 인해 3464명의 흡연자에게 폐암 중 소세포암, 편평세포암 및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이 발병했고, 이들과 관련해 보험급여 비용(공단부담금) 명목으로 총 533억 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0년 1심은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소송을 제기한 건보공단이 급여를 지출하는 것은 보험관계에 따른 것에 불과해 직접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환자들의 암 발병에는 흡연 외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흡연과 폐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 책임 등도 인정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판결에 불복해 2020년 12월 항소했고, 이후 약 5년간 2심 재판이 이어졌다.

앞서 건보공단은 2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hong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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