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최대치 대비 22% 감소
FTA 발효 전 2014년 대비 5%↓
2021년 후 대중 수출 내리막길
3년간 무역수지 354억달러 적자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올해 겨우 '10살'이지만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다. 반면 체지방은 부쩍 늘어 건강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발효 10주년'을 맞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민낯이다.
지난 2015년 12월 발효된 이후 '무역 효자' 노릇을 했지만, 이제는 성장을 멈추고 서서히 늙어가는 '환자'의 모습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2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중 양국의 교역액은 272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중 FTA 발효 전인 2015년 2274억달러 대비 20% 늘어난 것이다.
산업부는 "연평균 2% 이상 증가했다"면서 "첨단기술·고부가가치 중간재 비중이 늘어난 무역구조의 변화가 이뤄졌다"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 성장 멈추고 4년째 수출 내리막…'무역 효자'에서 근심거리 전락
하지만 한중 FTA 발효 이후 교역액이 연평균 2% 이상 늘었다는 것은 씁쓸한 '억지웃음'이다.
한중 교역액이 최대치를 기록한 2022년 3104억달러(수출 1558억달러+수입 1546억달러) 대비 22% 감소한 결과다. 최근 3년간 힘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게 실제 모습이다.
수출액만 보면 더욱 심각하다. 2018년(1622억달러)과 2021년(1629억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최근 4년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점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모습이다(그래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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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FTA 발효 전인 2014년(1407억달러) 비교해도 지난해 수출은 5.5%나 감소했다. 2018년과 2021년, 2022년을 제외하면, FTA 체결 이전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대중 수출의 부진은 대미 수출에 추격을 바짝 허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대미 수출액(1184억달러)은 대중 수출(1264억달러)을 바짝 뒤쫓고 있다.
때문에 정부도 차마 양적인 성장을 강조하지 못하고, '첨단기술·고부가가치'를 언급하며 질적인 성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굴곡은 지난 10년간 이른바 사드사태(2017년)나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정부가 한중 FTA를 바라보는 근심 어린 시각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진단에서 엿볼 수 있다.
여 본부장은 지난 26일 '한중 FTA 10주년' 세미나에서 "한중 FTA를 통해 구축한 경제협력의 제도적 신뢰 기반은 불확실한 글로벌 통상 환경과 공급망 충격에도 안정적으로 교역과 투자를 지속하게 해준 버팀목이 됐다"면서 대외적인 충격요인을 진단했다.
◆ 대중 무역수지 3년째 적자…'만성질병' 우려
성장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중 무역적자다. 자라지 못하면서 체질까지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중 FTA 발효 이후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큰 폭의 대중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3년째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해(-69억달러)와 올해(-104억달러) 적자폭이 2023년(-181억달러) 대비 다소 줄었지만 심각성은 여전하다(아래 그래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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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적자구조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만을 넘어 만성질병으로 악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서비스·투자 부문을 필두로 한 한중 FTA 2차협상을 통해 무역구조를 개선하고 성장세를 회복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상무장관, 통상장관 회담을 잇따라 개최하며 동력을 키우고 있다. 내년 북경에서 '제7차 한중 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셈법이 서로 다른 미중 간 갈등 속에서 지속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게 정부의 숙제다.
여한구 통상본부장은 "변화하는 산업·교역 환경의 요구에 맞춰 공급망 강화, 그린·디지털 전환 등 신통상 이슈를 FTA 틀에서 지속 협력해야 한다"면서 "상품 위주 교역에서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 분야로 교역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drea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