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수석코치로 오랜 기간 함께하며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이 K리그1 제주SK의 새 사령탑으로 공식 출범했다. 코스타 감독은 "경기를 주도하고 상대를 압도하는 축구를 구현하겠다"라며 제주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코스타 감독은 2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주 지휘봉을 잡게 된 소감과 함께 자신의 축구 철학, 향후 팀 운영 방향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커리어 최초로 감독직을 맡은 만큼 책임감과 각오가 남다르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코스타 감독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을 보좌하며 수석코치로 활동했다. 특히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직전 경기에서 퇴장당한 벤투 감독을 대신해 직접 지휘봉을 잡았고, 2-1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며 한국의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그가 걸어온 지도자 이력 역시 화려하다. 코스타 감독은 포르투갈 스포르팅 CP에서 스카우트와 전력분석관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이후 포르투갈 대표팀, 브라질 크루제이루 EC,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FC, 중국 충칭 당다이 리판 등 다양한 국가와 리그에서 수석코치 및 전력분석관으로 경험을 쌓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을 거친 뒤에는 올해 3월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에서도 벤투 감독을 보좌하며 벤투 사단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오랜 시간 코치로서 내공을 다진 코스타 감독은, 축구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던 한국 무대에서 감독으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다만 그가 맡게 된 제주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제주는 지난 9월 김학범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김정수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고, 2025시즌 K리그1에서 11위에 그치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는 위기를 겪었다. 결국 수원 삼성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간신히 1부 잔류에 성공한 뒤, 구단은 변화와 재정비를 위해 코스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코스타 감독은 제주에서 구현하고 싶은 축구에 대해 "주도적이고 긍정적인 축구를 하고 싶다"라며 "우리가 경기를 지배하고, 점유율을 높이며, 공을 소유하는 과정 자체가 팬들을 즐겁게 만드는 축구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벤투 감독 시절의 축구 스타일을 언급하며 "과거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빌드업 중심의 축구와 유사한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벤투 감독이 추구했던 축구 DNA가 내 안에도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비에서 빠르게 공을 되찾고, 그 순간부터 우리가 경기를 주도해야 한다"라며 공수 전환의 중요성을 짚었다. 벤투 감독과 오랜 기간 함께한 만큼 그 영향력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코스타 감독은 "규율, 조직력, 그리고 야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강한 팀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제주 부임 과정에서 벤투 감독과 나눈 조언도 공개했다. 그는 "벤투 감독은 오랜 시간 함께한 동반자이자 축구적으로 참고하는 친구"라며 "제주가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하라는 조언을 해줬고, 그 외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K리그에 대한 이해도 역시 코스타 감독의 강점 중 하나다. 그는 대표팀 수석코치 시절 벤투 감독과 함께 K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하며 선수들의 움직임과 리그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왔다. 코스타 감독은 "K리그에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많고, 무엇보다 성실함은 다른 리그에서 보기 힘들 정도"라면서도 "다만 경기 흐름에서 밸런스가 무너지는 장면이 종종 보인다. 나는 공수 균형을 갖춘 다른 방식의 경기를 운영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 골 지역에서는 다이내믹하고 자유로운 플레이를 허용하되, 팀 전체의 구조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라며 "상대에 반응하는 축구보다는 우리가 주도하고 압도하는 경기를 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우리 철학 안에서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해낸다면,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임 첫 시즌이 될 2026시즌의 목표에 대해서는 성적보다 과정과 문화를 강조했다. 코스타 감독은 "팀 문화를 만들고 그 과정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좋은 순간과 어려운 순간이 모두 있겠지만, 철학을 갖고 접근한다면 위기의 확률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다. 감독인 나보다 팀이 항상 앞서야 한다"라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우리의 아이디어로 경쟁하겠다. 지난 시즌보다는 분명히 더 나은 시즌을 보낼 것이고, 시즌이 끝났을 때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지켜봐 달라"라고 자신감 있는 메시지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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