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조건, 건조 능력 등 최적 입지...이미 핵잠 건조 준비 나서"
美 건조 핵잠, 동맹국 수출도 염두...韓은 거제에서 건조 구상
[필라델피아=뉴스핌]김근철 특파원=한화가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은 한화필리조선소에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은 거제에서 각각 건조하는 '투 트랙' 전략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화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미디어데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한화는 이를 위해 1년 전 인수해 대규모 투자를 통한 건조 능력 확충을 지속해 온 필리조선소를 상선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 나아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듀얼 유즈(Dual Use) 조선소'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합의된 1,500억 달러 규모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적극 연계,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강조했다.

▲한화 필리조선소, 美 핵잠함 건조 능력과 최적 입지..."마스가 적극 활용"
이날 간담회에서 미 해군 소장으로 군 함정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를 지낸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 사업 부문 사장은 "미국 핵추진잠수함 생산 능력 제고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필리조선소가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화는 필리조선소에서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수행 역량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2054년까지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을 66척 수준으로 확대 보유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현재 24번 함까지 취역했다. 20년 안에 40여 척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매년 2척 규모의 생산 능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건조 능력은 연간 1.2척 수준이다. 또한, AUKUS 협력에 따라 호주에 3~5척의 잠수함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기존 핵추진잠수함의 3분의 1이 정비 중이거나 정비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30년대 전력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앤더슨 사장은 이미 미국 잠수함 건조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력 확충, 생산 효율 개선, 시설 투자, 한국 조선소의 모범 사례와 기술 이전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 건조, 운용 경험, 특히 잠수함 프로그램의 모듈 또는 구성 블록 제작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여 미국 팀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톰 앤더슨 사장은 잠수함 건조 분야에서 축적된 한화오션의 기술력과 70년 넘게 핵추진잠수함을 설계·건조·운용해 온 미 해군의 노하우를 접목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의 조선업 협력 업체를 포함한 공급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 해군을 위해 건조되는 잠수함의 생산 일정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조선소의 강력한 공급망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 소장은 "향후 필리조선소에서 미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본격화되면 국내 협력 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과 지역 산업 전반의 동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부산·경남 지역 16개 조선소 및 협력 업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화는 마스가 프로젝트 재원을 활용, 필리조선소 중장기 부지 확장 및 추가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도크 2기와 안벽 3기 확보,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 신설, 자동화 설비, 스마트야드 시스템 도입 등을 계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필리조선소 건조 핵잠수함, 美 뿐아니라 글로벌 동맹국에도 수출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알렉스 웡 글로벌 최고 전략 책임자(CSO)는 미국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산업 기반을 확대 및 강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부 수석 부 보좌관 출신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외교, 안보 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웡 CSO는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게 될 핵추진잠수함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글로벌 동맹국 수출까지 염두에 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미국은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는 미 해군은 물론 한미 동맹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는 필리조선소에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우려에 대해, "상선 분야에서는 이미 보유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동시에 해군 함정 등 군용 선박 건조 가능성도 함께 운영하는 듀얼 유즈 조선소 전략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한화는 이날 기자 간담회가 "인수 1년을 맞는 필리조선소의 성과와 미래 비전을 밝히는 자리인 동시에 미국 해군에 필요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계획과 목표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면서 앞으로 국의 핵추진잠수함은 한국 거제에서,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은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는 투트랙 전략을 분명히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kckim1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