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실적 강화 예상 깨고 변화 최소화
고환율·생산적금융·대출규제 등 리스크 대응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주요 금융그룹이 주요 자회사 최고경영진(CEO) 인사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고환율과 생산적 금융, 대출규제확대 등 다양한 대내외 변수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은 만큼 실적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19일 기준 4대 금융그룹 중 임기종료 자회사 경영진에 대한 인사를 진행한 곳은 신한금융·하나금융·KB금융 등 3곳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된 이후 자회사 CEO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신한금융은 4곳 중 신한라이프(천상영)와 신한자산운용(이석원) 등 2명을 교체했다. 하나금융은 7곳 중 하나에프앤아이(이은배) 1명을, KB금융은 6개 자회사 7명(부문대표 포함) 중 KB증권 IB부문(강진두)과 KB저축은행(곽산업) 등 2명을 각각 교체했다.

이에 따라 3대 금융그룹은 전체 17명 중 70%인 12명이 연임되고 5명만 새로운 CEO가 등장하게 됐다. KB증권 IB대표에서 물러나 지주 부문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성현 대표처럼 지주 경영진 합류가 예상되는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변화의 폭은 더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당초 업권에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상당 수준의 CEO 교체를 예상했다. 이번 인사에서 비은행 자회사 CEO만 대거 인사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잇단 대출규제로 인해 비은행 실적 확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금융그룹들은 변화 대신 안정을 택했다. 일부 자회사의 경우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대표 연임이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진옥동 회장과 함영주 회장의 연임 이후 '2기' 첫 계열사 CEO 인사임에도 변화폭을 줄여 눈길을 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다각적인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유지해 중장기적인 도약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1400원대 중반이 '뉴노멀'이 된 고환율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달러/원 환율은 지난 17일 오전 한때 1480원선까지 치솟았다. 1470선을 오가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 금융사들도 비상 대응에 나선 상태다.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생산적 금융'도 큰 과제다. 4대 금융그룹이 오는 2030년까지 부담해야 할 규모만 350조원에 달한다. 이미 각 그룹들은 생산적 금융 전담조직까지 신설하며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막대한 재원 투입이 필요해 효율적인 경영 관리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도 부담이다. 최종 규모를 정하기 위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진행중인 가운데 대규모 감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재무적 악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에도 고강도 대출규제가 유지, 그룹 핵심인 은행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섣불리 비은행 자회사의 변화를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은 이달말로 예상되는 차기 회장 후보 확정 이후 자회사 CEO 인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임기만료만 10명으로 4대 금융 중 가장 많다. 동양·ABL생명 인수 후 종합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한 변화가 예상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를 감안한 소폭 인사 가능성도 점쳐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경영외 요인들이 매우 많은 건 사실"이라며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기조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 확대보다는 건전성 관리 및 효율성 등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