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중국 CDFG 입찰 참여 거론도..국내 업체들 '신중모드'
'승자의 저주' 재연 우려 속 입찰가 보수적 접근 가능성 높게 점쳐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둘러싼 입찰 경쟁이 본격화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8일 진행한 사업설명회에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면세점 '빅(Big)4'는 물론 글로벌 1위 사업자인 스위스 아볼타(Avolta·옛 듀프리)까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설명회를 기점으로 입찰 경쟁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공사 측이 이번 재입찰에서 임대료를 최대 11% 낮추면서 업체별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자진 반납해 나온 자리이지만, 인천공항이라는 '알짜 입지'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만큼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설명회에 국내 빅4 총출동, 아볼타도 입질...CDFG 참여 가능성도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오전 제1여객터미널 DF1(향수·화장품)과 DF2(주류·담배) 재입찰과 관련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등 국내 주요 사업자가 모두 참석했다. 해외 사업자 중에서는 스위스 아볼타가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업설명회 참석이 곧바로 입찰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공사 측의 기조와 경쟁사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어 입찰 전 '탐색전' 성격이 짙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설명회 참석이 입찰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질의응답 과정에서 공사의 방향성과 경쟁사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어 입찰 의사가 있는 업체라면 대부분 참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현장에서는 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의 본입찰 참여 가능성도 거론됐다는 전언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설명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CDFG가 설명회에는 불참했지만 본입찰에는 참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설명회 이후에는 현장 투어도 진행됐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11일 입찰 공고를 낸 지 일주일 만이다. 제안서 제출 마감일은 내년 1월 20일이다. 신규 사업자는 2033년 6월까지 7년 간 운영권을 확보하며, 조건 충족 시 최대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업체별 온도 차…국내외 면세점 눈치싸움 돌입
현재 본입찰 참여가 가장 유력한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업성 분석과 전략 수립에 나섰다. 2023년 입찰 당시에는 경쟁사에 밀려 인천공항 재진입에 실패했으나, 이번에는 재도전을 노리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임대료 인하에도 신중한 기류다. 최근 위약금 1900억원을 납부한 데다, 사업권 반납에 따른 패널티가 남아 있어 장기 수익성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 현대면세점도 내부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현재 인천공항 DF5(럭셔리 부티크)를 운영 중인 만큼 영향력 확대 필요성이 거론된다.
해외 사업자 중에서는 아볼타의 행보가 주목된다. 아볼타는 최근 상하이 푸동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을 따내며 26년 만에 외국계로는 처음 중국 본토 공항에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은 137억 스위스프랑(약 22조원)에 달한다. 아시아 사업 확대 흐름 속에서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관광객 급증과 달리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가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입찰에서 최저 수용 여객당 단가는 DF1 5031원, DF2 4994원으로, 2023년 입찰 당시보다 각각 5.9%, 11.1% 인하됐다. 다만 임대료 산정 방식은 여전히 '객당 임대료' 구조다.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시한 단가를 곱하는 방식으로, 여객이 늘수록 임대료 부담도 함께 커진다. 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입찰에서 최저가보다 60% 이상 높은 금액을 써내 사업권을 확보했지만,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월 60억~80억원대 적자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은 상징성과 입지는 뛰어나지만 현 임대료 구조에서는 실적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신라·신세계가 수익성 악화로 철수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입찰에서도 무리한 가격 경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