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NPU와 AI모델 성능 연계 계획
2027년 K-Perf 활용 글로벌화 추진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정부가 독자 AI 모델과 연계한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에 나서며 'AI반도체 글로벌 강국'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AI반도체 유니콘 기업 5개와 AI반도체 기술선도 강소기업 5개를 육성하는 내용의 관계부처 합동 'AI반도체 산업 도약 전략'을 심의·의결했다.
세계 AI반도체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713억 달러에서 2028년 1590억 달러로 확대돼 메모리 반도체 시장(2024년 1655억 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피지컬AI가 로봇, 자율주행차, 제조 등에 본격 활용되면서 AI반도체 시장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는 추론용 AI반도체 시장이 2023년 60억 달러에서 2030년 143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AI 학습에 필수적인 GPU는 막대한 전력소모와 운영비용으로 폭발적인 AI 서비스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어, AI 추론에 특화된 NPU 등 저전력·저비용 AI반도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22년 415TWh에서 2035년 최대 1700TWh로 증가할 전망이다. 오픈AI는 2025년 상반기 매출 43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운용비용이 121억 달러에 달해 7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정부 투자를 바탕으로 AI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팹리스가 성장했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등 2개 유니콘 기업을 포함해 서버·엣지향 NPU, 인터페이스 등 20여개 기업이 성장했으며, 주요 기업들은 총 투자유치 1.7조원 및 기업가치 5.6조원을 달성했다.
퓨리오사AI는 2025년 2월 메타와 1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 논의를 진행했으며 같은 해 7월 기업가치 1조원을 기록했고, 리벨리온은 2025년 9월 기업가치 1.9조원을 달성했다.
◆ 'K-NPU 프로젝트' 가동…2027년까지 155PF 테스트베드 구축
이번 전략의 핵심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견고히 지원하는 국산 NPU 성능 확보를 통한 'K-AI+NPU 패키지' 완성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K-NPU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우선 최신 AI 모델 등 대규모 LLM(거대언어모델)에 최적화해 성능을 확보하고, 소프트웨어 풀스택 확보 등을 통해 국산 NPU 성능을 고도화한다. 2027년까지 155페타플롭스(PF) 규모의 NPU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상용 서비스 수준의 실증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국산 NPU는 퓨리오사AI의 레니게이드, 리벨리온의 ATOM-MAX·리벨-쿼드, 하이퍼엑셀의 Bertha 등 서버향 제품과 딥엑스의 DX-M1·DX-M2, 모빌린트의 ARIES·REGULUS 등 엣지향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국산 NPU와 독자 AI모델의 연계·최적화를 지원해 2027년까지 상용 AI서비스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능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산 NPU에 대한 시장의 성능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객관적인 성능 검증·평가가 가능하도록 수요-공급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성능지표 'K-Perf'를 적극 활용한다. AI반도체 팹리스, CSP, AI·SW 기업, 공인시험인증기관이 참여하는 'K-Perf 협의체'를 통해 표준화된 NPU 성능 공유·피드백 체계를 확립하고, 정부 R&D·실증 사업에 적용한 뒤 민간에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K-Perf 협의체를 주축으로 MLCommons 등 글로벌 벤치마크 커뮤니티와 연계해 글로벌화도 추진한다.
AI반도체 사업화를 전주기적으로 지원한다. 고비용 EDA 설계 소프트웨어 바우처 제공(연 15개사), 시제품 MPW 지원(연 10개사), 보드/서버단위 양산품 구현(3개사), NPU 성능·신뢰성 검증 등을 단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피지컬AI 분야에서도 국산 AI반도체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디바이스 자체에서 대형 AI모델과 강화학습 지원이 가능한 피지컬AI 특화 NPU를 개발한다. 비전 AI모델 추론 중심에서 LLM·LAM 구현 및 강화학습 지원으로 국산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2027년부터는 국산 NPU 특화 시뮬레이터·AI보드 등 개발을 위한 대형 R&D 선도사업을 추진해 독자적인 피지컬 AI 생태계를 조기에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PIM(Processing In Memory), 뉴로모픽 반도체와 같은 초저전력 차세대 AI반도체 기술의 확보와 조기 사업화도 추진한다. PIM은 메모리에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 기능을 통합한 것이고, 뉴로모픽은 인간 뇌 작동방식을 모방해 효율성을 대폭 향상한 프로세서다. 정부는 2028년까지 PIM 핵심기술 개발·확산을 통해 초저전력 NPU+PIM을 조기에 구현하고, 뉴로모픽 AI반도체 연구성과 사업화도 본격 지원할 방침이다.
국가 AX(AI전환) 전면화에 대비한 AI 컴퓨팅 인프라 기술자립화도 본격화한다. 국산 AI반도체를 기반으로 대규모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30년까지 기존 외산 대비 2배 이상의 전력 효율성을 갖춘 국산 AI반도체 서버 및 초고속·저전력 인프라 확장 기술을 개발한다. 또한 엔비디아의 CUDA에 대응하는 소프트웨어 풀스택 기술개발을 지원해 오픈소스로 시스템SW부터 클라우드까지 개방형 K-NPU SW 생태계를 구축한다. AI반도체 대학원 등 학계에 국산 NPU를 보급하고 특화 교육·연구과정 운영을 지원해 연구자와 학생의 NPU 활용을 촉진한다.
◆ 공공·민간 대규모 수요 창출…국민성장펀드 투자 확대
정부는 공공 AX에 국산 NPU를 적극 도입해 초기시장 마중물을 제공한다. 특히 행정업무에서 AI활용을 위한 NPU 인프라 구축, 치안·국방 분야 AX, AI CCTV 전환, 도시단위 온디바이스 AI 실증·확산 등 범정부·지자체 수요 기반의 'K-NPU 공공선도 7대 과제'를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
나라장터 등록, 혁신제품 발굴·지정, 공공기관 시범구매 등 국산 NPU의 공공조달 체계 편입을 2026년부터 추진해 수요기관 구매를 촉진한다. 팹리스 특성에 맞는 'AI서버', 'AI연산용 카드' 품명은 2025년 8월에 이미 신설됐으며, 수요 확대에 따라 품명을 추가할 계획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민·관 합작 국가 AI 컴퓨팅 센터에서 NPU 신제품을 실증·도입해 2028년부터 민간 AI 서비스에 제공하기 위한 마중물 지원을 추진한다. 자동차, IoT·가전, 기계·로봇, 방산 등 4대 주력산업을 대상으로 2026년부터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상용화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수요기업과 팹리스·파운드리가 공동으로 개발·실증 및 첨단제품 탑재·양산 등 전 과정을 협력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민 안전·편의분야에서도 국산 NPU 탑재 유망 디바이스 성공사례를 단기간에 집중 창출하는 'AX Sprint'를 2026년부터 추진해 민간 확산 효과를 극대화한다.
K-AI+NPU의 해외 동반진출을 위해 'AI서비스+국산 NPU' 패키지의 현지 실증을 2025년 8개국을 대상으로 확대하고, 해외 현지 거점과 연계한 판로 개척을 2025년부터 지원한다. 고위급 양자협상 등 통상 리스크 적기 대응도 적극 추진한다.
대규모 투자도 뒷받침된다. 국민성장펀드 내 '(가칭)K-엔비디아 프로젝트'를 통해 선도기업의 차세대 제품 개발과 양산을 위한 대규모 투·융자를 2026년부터 지원한다. 유망 스타트업 등 성장기업은 AI혁신펀드·KIF(Korea IT Fund)·우본 펀드 등 총 3000억원 및 반도체 생태계 펀드 3000억원을 통해 2030년까지 장기 지분투자 등을 지원받는다. 수요-공급기업 간에는 초저리 장기대출로 NPU 개발·도입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NPU 기반 AI컴퓨팅 인프라·설비 통합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를 2026년부터 신설해 수요기업의 국산 NPU 도입을 촉진한다.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AI분야)로 지정해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인재 육성도 강화한다. AI반도체 혁신연구소를 2025년 2개에서 2026년 4개로 확대하고, AI반도체 대학원 3개, ITRC(AI반도체) 6개 등 특화 대학원과 연구 거점을 운영한다. 정부-ARM MoU를 바탕으로 '(가칭)ARM 스쿨'을 설립해 5년간 1400명을 교육하며, 학·석사 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기업-대학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중심의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취업을 연계해 팹리스 인력난 해소를 지원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태계를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조성하고, 대학·ARM 스쿨(연구), 남부권 혁신벨트(패키징·소부장), NPU 검증센터(검증), NPU 컴퓨팅센터(실증·상용화)를 연계하는 R&BD 연구혁신 허브를 2026년부터 구축한다.
정부는 이번 전략의 실행력을 담보하고 급변하는 기술·산업 트렌드에 맞춰 AI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과기부총리가 주재하는 범국가 차원의 'AI반도체 민·관 전략협의회'를 2026년 상반기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공공은 과기정통부·기재부·산업부·금융위·국방부 등이, 민간은 반도체·CSP·AI·AX·SW 기업 등이 참여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반도체 육성은 AI G3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K-엔비디아 육성 등 AI반도체 도약에 승부를 던질 결정적 시점"이라며 "초기단계인 우리 AI반도체가 독자 AI 모델 발전과 궤를 같이하도록 빠르게 상용화·산업화를 달성하고, 나아가 글로벌 수준으로 역량을 강화해 'K-반도체'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성공신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