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루빈 출시 앞두고 공급 윤곽 형성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엔비디아에 선제 공급하며 차세대 HBM 시장 주도권을 굳히는 모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엔비디아 품질검증(퀄 테스트)을 최대한 앞당겨 통과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의 공급 시차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HBM4 초기 공급 물량과 시장 내 입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 SK하이닉스, 샘플·양산 모두 선행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엔비디아와 HBM4 공급 물량 협의를 마무리하고, HBM4 양산·공급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공급 물량을 2만~3만장 수준으로 보고 있다. 출하 중인 HBM4는 엔비디아가 요구한 성능 조건을 충족한 제품으로,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탑재될 전망이다. 루빈 양산이 본격화될 경우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 규모는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경쟁사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HBM4 공급 절차를 밟아왔다.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HBM4 샘플을 전달했고, 9월에는 HBM4 12단 양산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SK하이닉스 HBM4를 루빈에 탑재해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최종 검증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 삼성전자, 퀄 테스트 통과가 분수령
SK하이닉스의 선제 양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를 상대로 HBM4 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이 단계를 최대한 빨리 통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 일정이 SK하이닉스보다 한 템포 늦은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의 HBM4는 현재까지 뚜렷한 품질 이슈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퀄 테스트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c D램과 4나노미터(nm) 로직 다이를 적용한 삼성전자 HBM4는 높은 속도와 저전력 성능을 동시에 구현해 구글, 엔비디아 등 빅테크 업체들이 요구하는 스펙 상향과 물량 확대를 함께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미 HBM4 샘플을 주요 빅테크 업체들에 제출했고, 현재까지 공정 단계에서 특별한 품질 이슈가 확인되지 않아 연내 승인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4 양산이 내년 상반기 중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초기 공급 시점에서는 SK하이닉스와 일정 간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퀄 테스트 통과 이후 물량·가격 협상까지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는지가 실제 공급 규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에서 엔비디아 품질 검증 승인 지연으로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준 바 있다. HBM4에서는 초반 공급 물량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가 자존심 회복의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 '삼성·SK' 양강 구도 가능성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HBM4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삼성전자가 3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미국 마이크론보다 많은 물량이다. HBM3E와 달리 HBM4에서는 초반부터 의미 있는 공급 물량을 확보해 SK하이닉스와 대등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4 재설계 이슈 등으로 적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HBM4에서는 성능뿐 아니라 양산 시점이 공급 물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차세대 HBM 경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양강 구도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