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대형 K팝 공연에서 팬클럽 선예매를 '추첨제'로 운영하는 흐름이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접속 속도와 클릭 타이밍이 승부를 가르는 이른바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구도가 당연하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팬클럽 인증 후 무작위 추첨을 통해 티켓 구매 자격을 얻는 방식이 점차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그룹 세븐틴이 2023년 서울 콘서트 '팔로우 투 서울'(Follow to Seoul)에서 팬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한 추첨형 선예매를 도입하며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팬클럽 가입 후 응모하고, 당첨자에게만 선예매 권한을 부여하는 구조로 운영됐다는 점이 큰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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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공연을 즐기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12.04 moonddo00@newspim.com |
올해는 엔하이픈 2025년 서울 콘서트 워크 더 라인 : 파이널(WALK THE LINE : FINAL) 은 티켓팅을 추첨제 응모-당첨자 선예매-일반 예매 방식으로 운영했다. 또 앤팀(&TEAM) 2025년 팬미팅도 팬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추첨제 예매 방식으로 진행됐다.
추첨제로의 전환은 팬덤과 업계 모두에게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먼저, 선착순 예매의 가장 큰 문제로 꼽혀온 암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대량 예매, 수십만 단위 동시 접속으로 인한 서버 폭주 등 구조적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팬티켓 거래와 매크로 예매는 K팝 공연 시장에서 지속적인 불공정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기획사와 플랫폼 입장에서는 무작위성을 도입함으로써 암표상의 대량 티켓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본인 인증 중심 체계를 강화해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수월해진다. 또한 선착순 예매 때마다 반복되던 트래픽 부담과 접속 오류, 과도한 고객 불만을 줄일 수 있어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팬덤 내부에서는 추첨제가 가져온 새로운 문제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지점은 '불투명성'이다. 플랫폼과 기획사는 추첨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당첨 여부가 결정되는지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팬클럽 인증 여부 외에 다른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지, 해외 팬과 국내 팬이 같은 조건인지, 응모 횟수 제한이나 시스템상의 가산점 등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정보 역시 명확하지 않다.
20대 여성 K팝 팬은 뉴스핌을 통해 "운이 전부인 시스템이라고 하지만 100% 랜덤인지 의문"이라며 혼란을 호소한다. 이어 "응모한다고 다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첨돼야 구매권이 생기는 구조에 팬 멤버십 가입을 했어도 떨어질 때가 더 많다"이라고 말했다. 추첨제의 체감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는 반응이다. 최근 대형 공연 기준 일반석 약 15만원, 프리미엄석은 20만원대 중반까지 오르며, 티켓 한 장의 부담도 적지 않다.
선착순 방식에서는 '빠른 클릭', '집중력', '반복 시도' 등 개인의 노력과 기술이 티켓 확보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추첨제에서는 이러한 노력 요소가 대부분 사라지고 통제할 수 없는 결과만 남는다. 이에 따라 팬들은 "예전보다 더 허무해졌다", "기다림과 준비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특히 당첨률이 낮을수록 팬들은 추첨제 도입이 과연 팬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플랫폼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K팝 티켓팅의 플랫폼화'가 가속화된 결과로 해석한다.
엔터 기획사 관계자는 뉴스핌을 통해 "추첨제는 시장 안정성과 암표 방지 측면에서 분명한 효과가 있지만, 인증 체계 등이 모두 비공개 영역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팬덤의 충성도를 데이터 기반으로 측정하고 이를 예매 시스템 운영 방식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그럴수록 최소한의 기준 공개와 검증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체계가 확실하게 구축되면 좋은 예시로 다수의 기획사에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