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은 실패 겪어야 더 성장" 조언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스티븐 허프 경의 신작이자 깊은 사유와 감정이 응축된 '더 월드 오브 예스터데이'(The World of Yesterday)가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다.
18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서대문문화체육회관에서는 함신익과 심포니 송 마스터즈 시리즈 IX '스티븐 허프 경'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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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함신익과 스티븐 허프 경. [사진=함신익과 심포니 송] 2025.11.18 moonddo00@newspim.com |
오는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함신익과 심포니 송 마스터즈 시리즈' 아홉 번째 무대는 단순한 시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기엔 부족하다.
이 무대는 연주자, 작곡가, 사유하는 예술가로서 클래식 음악계에 독보적 존재감을 지닌 스티븐 허프 경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이번 공연에서 허프 경은 자신의 최신작 '더 월드 오프 예스터데이'의 한국 초연을 직접 협연자로 참여해 선보인다. 지휘는 함신익, 연주는 오케스트라 '함신익과 심포니 송'이 맡는다.
함신익 지휘자는 "스티븐이 자신의 작품을 연주한 적이 없는데, 그가 다뤄온 역사와 전통, 그리고 감정들을 복합해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며 이번 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스티븐 허프는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우연히 생일에 초연하게 돼 신기하다"며 "코로나 시기, 한 영화감독에게서 음악을 맡아달라는 이메일을 받으며 이 곡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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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피아노에서 작품 설명 중인 스티븐 허프 경. [사진=함신익과 심포니 송] 2025.11.18 moonddo00@newspim.com |
그는 원래 감독이 다른 작곡가에게 영화음악을 의뢰했으나 그 인물이 허프를 추천하면서 작업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작품은 '전문 연주자가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었지만 영화는 끝내 제작되지 않았다. 스티븐 허프는 "영화가 엎어진 것이 오히려 행운이었다. 내 음악을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 기회가 됐다"며 "과거 작곡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던 시대를 그리워하며 이를 다시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보에스트 역시 "어려운 곡이라 연습하느라 어젯밤을 꼬박 새웠다"고 털어놨다.
함 지휘자는 "미국 시절부터 스티븐과 여러 차례 협연해왔다"며 각별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KBS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취임 연주 때도 그를 불렀다. '천당 가기 전에 단 한 명의 피아니스트와 연주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고르겠냐'고 묻는다면 스티븐을 선택할 것"이라며 "매일 함께 연주하고 싶을 만큼 음악적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스티븐 허프는 단원들에 대한 인상도 전했다. 그는 "보통 나이가 많은 단원들은 열정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곳은 모두가 잘하고 싶어 하고 연주하고 싶어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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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질문에 답하는 스티븐 허프 경. [사진=함신익과 심포니 송] 2025.11.18 moonddo00@newspim.com |
작품에 담은 메시지에 대해 허프는 무엇보다 '감정의 교류'를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음악에서 감동받는 것을 좋아한다. 듣다가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며 "청중이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며 내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 음악의 핵심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클래식계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정말 멋진 곳이다. 청중이 열정적이다. 유럽과 미국의 클래식 음악은 위기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은 안전하다"며 "50년 후에는 전 세계 학생들이 한국에 음악을 배우러 올 것이다. 주도권이 한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임윤찬, 신창용, 이혁, 이호, 김홍기 등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너무 많다"며 "특히 임윤찬이 받는 압박은 상당할 텐데, 실패를 겪어야 극복할 수 있다. 나도 콩쿠르 우승 후 탈진해 9개월간 입원한 경험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것과 남의 곡을 연주할 때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거의 비슷하다. 작품을 완성해 세상에 내놓는 순간 이미 내 것이 아니다. 호숫가에서 배를 떠나보내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작곡과 연주의 매력에 대해서는 "둘 다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며 "작곡은 개인적이고 괴로운 과정이지만, 완성되면 끝이다. 하지만 연주는 끝이 없다. 매일 피아노를 연습해야 하고, 호텔에도 꼭 피아노를 넣어달라고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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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질문에 답하는 함신익 지휘자. [사진=함신익과 심포니 송] 2025.11.18 moonddo00@newspim.com |
함 지휘자는 자신의 목표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매일이 실패지만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온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오케스트라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 이곳을 창단했다. 하나의 모델이 되는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지만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이어 "800석 규모의 심포니송 전용 홀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며 "좋은 예술가들을 많이 키워 앞으로 5년 내 다른 곳으로 진출해 리더가 되게 하고 싶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많다"고 포부를 전했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