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유자·기관 매도 줄이어… 차익실현·거시불확실성 '복합 충격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시장 내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표 지표인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시간 기준으로 17일 오전 6시경 비트코인 가격은 9만 3,000달러 선까지 밀려, 작년 말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직후 금융시장이 랠리를 펼쳤던 당시의 연말 종가 밑으로 내려갔다.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6일 12만 6,251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갑작스럽게 관세 경고를 날렸던 10월 10일 이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비트와이즈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매튜 호건은 "지금 시장 전반이 리스크 회피(리스크오프) 분위기"라며 "암호화폐는 그런 분위기를 가장 먼저 반영한 '탄광 속 카나리아'"라고 말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17일 오전 11시 24분 현재 9만 4,902.37달러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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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1년 가격 추이 [사진=코인데스크] |
◆ ETF·기관 수요 이탈… '조용하지만 큰' 매수 공백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한 달 동안 거래소 상장지수펀드(ETF) 유입이나 기관 매수 등이 조금씩 줄면서 시장을 떠받치는 힘이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기술주 강세가 꺾이면서 전반적인 위험자산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올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기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정당성'과 가격을 지지하는 기반이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에는 25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며 운용자산이 약 1,69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꾸준한 자금 유입은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통화가치 희석·정치 불확실성에 대한 포트폴리오 분산 수단으로 재정의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해당 내러티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시장은 '소리 없는 위험'인 수요 이탈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나센 선임 연구원 제이크 케니스는 "이번 매도장은 장기보유자의 차익실현, 기관 자금 유출, 거시 불확실성, 레버리지 롱 포지션 청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며 "오랜 기간 박스권을 이어온 뒤 시장이 단기적으로 하락 방향을 택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비트와이즈의 호건은 "암호화폐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는 지금 꽤 부정적"이라며 "또다시 50% 폭락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리 시장을 떠나는 '프런트런'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퍼스톤의 리서치 총괄 크리스 웨스턴은 "(지난 10월 관세 충격) 그때 받았던 심리적 충격 때문에 큰손 투자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우며, 그 상처를 잊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셰어즈 애널리스트 매튜 킴멜도 장기 보유자들의 차익 실현, 10월 중순의 대규모 청산 사태, 기업 수요 둔화, 거시 불확실성 등을 언급하며 "전반적 위험선호가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중소형 토큰들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마켓벡터의 소형 코인 지수(상위 100개 중 하위 절반 추적)는 올해 약 60% 하락했다.
에르고니아의 리서치 디렉터 크리스 뉴하우스는 "시장에는 항상 상승과 하락이 있으며, 암호화폐의 순환성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주변 지인, 텔레그램 채팅, 각종 컨퍼런스 분위기를 보면 자본 투입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고, 뚜렷한 상승 촉매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21셰어즈 리서치 총괄 엘리에제르 은딩가는 "긴 랠리와 대규모 자금 유입 이후 나타나는 건전한 조정"으로 보며,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이상을 유지하는 한 구조적 강세 추세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위즈덤트리의 실렌스카이테 역시 "유동성 여건이 정상화되고 거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비트코인은 안정화되고 이전 박스권 상단을 재시험할 수 있다"며 "핵심 변수는 전반적인 위험선호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투자 심리 개선과 꾸준한 기관 자금 유입이 연말 회복 국면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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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사진=로이터 뉴스핌] |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