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노태우, 300억 지원했더라도 뇌물 성격… 불법성 면할 수 없다"
"법적 보호 가치 없는 재산, 분할 시 노 관장 기여로 참작 불가"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다시 열리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의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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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뉴스핌DB] |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이후 최 회장은 2015년 12월 언론에 혼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도 2019년 12월 맞소송(반소)을 제기하고 위자료 3억원과 1조3000억원 상당의 최 회장 명의 SK 주식 648만7736주를 요구했다.
1심은 2022년 12월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재판부가 최 회장이 고(故) 최종현 전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SK 주식을 특유재산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유재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하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이 제출한 '선경 300억 메모' 등을 증거로 택하면서 노 관장의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돼 회사 성장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 전 선대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노 전 대통령과의 사돈 관계를 SK 경영의 보호막과 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감행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며 "혼인 기간과 생성 시점, 형성 과정 등에 비춰볼 때 SK 주식 등에 대한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1991년 최 전 선대회장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이에 관한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노 관장이 노 전 대통령이 지원한 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며 "결국 노 전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와 달리 원심은 노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 사실을 최 회장 명의 SK 주식 및 상속주식의 형성이나 가치 유지·증가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단 재판부는 위자료 청구 부분에 대해선 상고를 기각해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hyun9@newspim.com